FA '4년 80억 상한'으로 정말 연봉총액 줄어들까

  • 기자명 최민규
  • 기사승인 2018.11.22 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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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한국 프로야구는 11월 1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6차전으로 끝났다. 야구에는 ‘스토브리그’가 있다. 경기는 종료됐지만 내년 시즌을 위해 각 구단들은 선수단 구성을 위해 여러 일을 한다. 올해는 좀더 특별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는 이번 오프시즌에 ‘빅 딜’을 추진했다. 선수협회에서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를 했던 야구규약 개정 문제를 구단들의 의견과 절충해 일괄타결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KBO, 구단ㆍ선수협과 야구규약 개정 일괄타결 방침

메이저리그에서 선수의 권익에 대한 사안은 반드시 노사협의를 거쳐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반독점법 위반 사안이 된다. 한국 프로야구는 그동안 구단 사장들이 이사로 참석하는 이사회에서 규약 개정에 대한 논의를 처리했다. 선수들의 의견은 그저 ‘참고 사항'일 뿐이었다. ‘빅 딜’은 과거 프로야구 노사 관계에서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초반부터 암초를 만났다. KBO는 선수협회에 FA(프리에이전트) 제도 개선안에 대한 의견을 전달했다. 골자는 4년 계약에 80억 원으로 FA 연봉 상한선을 설정하자는 것이다. 선수협회는 10월 1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수용 불가”라는 입장을 밝혔다.

프로야구의 노동시장은 구단의 선수에 대한 독점계약권, 즉 보류권으로 특징된다. 그래서 프로야구 전체의 노동 시장은 존재하지 않는다. 각 구단이 소속 선수들과 연봉 협상을 하는 구조이며, 계약 독점권을 쥔 구단은 일방적인 우위를 가진다. 노동경제학자 헨리 레이몬드는 'Free Agnets' Impact on the Labor Market for Baseball Players' 논문에서 FA 이전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노동시장을 “독점적 착취”(monopsonistic exploitation)라고 규정했다.

김선웅 선수협 사무총장은 10월 1일 KBO가 제안한 FA연봉상한제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TV 캡쳐.

FA제도는 구단의 '독점적 착취'에 반대한 투쟁의 산물

보류권을 둘러싼 프로야구의 노사 대립의 역사는 오래 됐다. 이에 균열을 낸 제도가 FA다. 모든 선수들에게 ‘계약의 자유’를 주는 대신 일정 기준을 충족한 선수들에게 구단의 보류권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부여했다. 선수들의 몸값은 당연히 올라갔다.

메이저리그에서 FA 제도는 1976년 노사협약에서 제도화됐다. 이 과정에서 메이저리그 노사는 100년 가까운 보류권에 대한 투쟁을 벌였다. 일본프로야구에서 FA 제도는 1993년 도입됐다. FA 제도 성립 이전 일본프로야구선수회가 1980년에 노동조합의 지위를 인정받았다. 일본의 경우 1947~1974년에 한 구단에서 10년을 뛴 선수에게는 이적의 자유를 보장하는 ‘10년 선수 제도’가 있었다. KBO리그의 FA 제도는 1998년 KBO리그 이사회에서 도입이 결정됐다. 미국, 일본과 비교하면 노사 갈등의 산물이라기보다는 ‘위로부터의 선물’ 성격이 강하다.

그래서 제도적으로 한국 프로야구의 FA제도는 미국, 일본에 비해 선수 이적의 자유도가 가장 떨어진다. 미국의 경우 FA 자격 취득 연수가 6년이다. 일본은 8시즌(국내)이다. 반면 KBO리그의 경우 최초 10년에서 9년, 대졸 선수의 경우 8년이다. FA 선수를 영입한 구단이 원 소속 구단에 해야 하는 보상도 가장 강력하다.

 

선수에게 가장 불리한 한국 FA제... 선수간 연봉차는 오히려 가장 커 

FA 제도에 대한 개선 요구가 구단들로부터 나오는 가장 큰 이유는 FA 영입에 따른 비용 상승이다. 2017년 시즌 개막을 앞두고 롯데는 메이저리그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퇴단한 이대호와 공식 발표 기준 4년 150억원 규모의 계약을 했다. 연평균으로는 37억5000만원, 연봉만 따지면 25억원이다. 이해 롯데 구단이 KBO에 제출한 연봉 총액 90억5200만원의 27.6%에 달했다. 한 선수에게 지불하기에는 너무 비싼 금액이다. 효율성의 문제도 있다. 이해 이대호의 WAR(대체선수대비승수)는 3.75승으로 팀 전체(44.48승)의 8.4%에 불과했다. 연봉 총액과 비교하면 매우 비효율적인 투자다. 구단과 모기업이 프로야구단에 투자할 수 있는 비용은 한정돼 있다. 특정 선수에게 효율성을 무시한 비용이 집행되면 나머지 선수들이 불이익을 받는다. 선수 전체 집단에서도 좋은 일이 아니다. 그래서 현행 FA 제도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에는 타당성이 있다.

 그런데, 구단들의 안인 연봉 상한제 설정은 결국 제도상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KBO리그의 FA 제도는 이적의 자유도를 떨어뜨리겠다는 시도가 몸값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데 있다. 정확하게는 그 반대였다.

2013년 시즌 뒤 롯데는 포수 강민호와 4년 75억원에 FA 계약을 체결한다. 2004년 시즌 뒤 삼성과 슬러거 심정수의 4년 60억원 계약 기록을 9년만에 깨뜨렸다. 2013년 프로야구 최고 연봉 선수 강민호는 평균 연봉의 선수보다 19.8배 많은 돈을 받았다. 같은해 일본 프로야구의 최고연봉/평균연봉 비율은 15.1배, 메이저리그는 8.6배였다. FA 계약의 자유도와는 반비례 관계였다. KBO리그의 구단들이 FA 관련 규정을 미국, 일본보다 더 선수에게 불리하게 만들었던 이유는 더 많은 돈을 주기 싫어서였다. 결과는 정반대였다.

넥센의 선수 현금트레이드 이면계약을 보도한 KBS 화면 캡쳐.

시장가보다 더 주고 사왔던 구단들...'FA연봉상한제'가 구단 편법 부를 수도

프로야구는 과거에도 연봉상한제를 뒀다. 프로야구 풀범 초기에는 전 선수들을 대상으로 25% 상한선을 뒀다. FA 계약금과 다년 계약을 금지했고, 외국인선수 연봉에도 상한을 설정했다. 모두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2009년 KBO가 공식 발표한 외국인 선수 연봉은 37만5000달러였다. 하지만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이해 외국인 선수의 최대 소득은 12억1600만원이었다. 공식 발표액의 2.5배였다.

넥센 히어로즈의 현금 트레이드가 들통난 뒤 구단들은 앞으로는 규약을 준수하는 계약을 할 것이라고 다짐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 프로야구사를 봤을 때 이 다짐이 언제까지 유효할지는 의문이다. 결국 ‘시장 가격’보다 더 높은 금액으로 선수를 데려오겠다는 구단들이 있었기 때문에 제한된 한국 프로야구 FA 시장에서 선수 가격은 상승했다. 일종의 외부 효과다. 부정적인 외부 효과에는 벌금을 매기고 긍정적인 외부 효과에는 보조금을 지급하는 게 경제학의 상식이다. 이 점에셔 ‘최고 가격제’를 설정하겠다는 구단들의 의견에 동의하기 어렵다. 미국의 영향을 받은 프로야구는 ‘균형잡힌 경쟁’을 미덕으로 한다. 하지만 ‘돈을 쓰겠다’는 시장 참가자를 굳이 규제하거나, 편법과 일탈에 대한 유인을 주는 게 프로야구 전체에서 합리적인지도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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