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실 주4일제" 김진표의 보수 꼬리표 떼기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20.06.08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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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일 설명자료를 내고 “21대 국회부터 의원실에 주4일 근무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달부터 월1회 주4일 근무를 하고 안정적으로 실험이 이뤄지면 월 2회로 확대한다는 방침입니다. 수시로 근무해야 하는 보좌진들의 근무조건을 현실에 맞게 적용하겠다는 취지입니다. 김 의원은 참여정부 시절 경제부총리를 역임하며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한 바 있습니다.  국회 주4일제 도입한다는 김진표, 이 뉴스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

 

 

1. 피할 수 없는 유연근무

4일 근무제는 이미 수년전부터 해외의 여러 기업에서 실험적으로 실시를 해왔습니다만, 최근 코로나19 사태 이후 재택근무가 보편화되면서 본격적으로 논의가 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곳이 뉴질랜드입니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지난달 20일 페이스북에 올린 비디오에서 본질적으로 주4일제 도입은 고용주와 고용인 사이의 문제이지만 재택근무로도 얼마든지 생산성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코로나19를 통해 배웠다며 주4일제 도입을 요청했습니다. 주4일제가 도입되면 국내 관광업을 활성화할 수 있고, 노동시간 단축으로 생산성 향상 및 고용 촉진도 도모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일본에서는 2016년 이후 과도한 노동시간이 사회 문제가 된 후 간병시설을 운영하는 우치야마홀딩스, 치킨점 체인인 일본KFC홀딩스, 기계 제조업체인 사타케 등이 주4일 근무제를 도입했습니다. 지난해 8월 마이크로소프트재팬은 주4일 근무제를 도입한 뒤생산성이 40% 향상됐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일본 최대 경제단체 게이단렌(經團連)514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예방 대책 가이드라인에서 대중교통 이용 등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줄이기 위해 재택근무, 교대 출근, 4일 근무제 등을 제언했으며 도시바 등은 주4일제를 도입했습니다 .

최근엔 싱가포르 국회가 주4일제를 법제화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월 1000달러 기본소득 제공을 주장해 주목받았던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앤드류 양이 최근 주4일제 근무를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국내 기업 중에선 엔씨소프트가 4월 한 달간 주4일 근무제를 시행했고 일부 기업들도 시범적으로 주4일제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2. 이슈를 선점하라

최근 기본소득제가 정치권에서 계속 거론되고 있습니다. 유력 대선 후보 중에선 이재명 경기지사가 2017년 대선 당시 기본소득을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고 최근에도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도 기본소득을 진지하게 보수의 아젠다로 삼을 것을 제안하면서 기본소득제가 진보 보수 각축장이 되고 있습니다.

반면 박원순 서울시장은 전국민 고용보험이라는 아젠다를 꺼내면서 다른 길을 걷고 있습니다. 재원 사용 효율성에 대한 인식차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이재명 지사 등 다른 정치인이 선점한 이슈를 굳이 다시 거론할 필요가 없다는 정치적 고려도 깔려 있습니다. 전국민 고용보험이란 이슈를 선점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

김진표 의원이 주4일제를 꺼내 든 것도 이슈 선점 성격이 강합니다. 앞으로 정치권에서 주4일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될 경우, 김진표 의원이 주도적으로 논의를 이끌 수 있습니다. 참여정부 시절 경제부총리로서 주5일제 도입을 이끌었다는 상징성도 있습니다.

 

3. 보수 꼬리표 떼기

김진표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내에 대표적 보수적 정치인입니다. 재정경제부 관료 출신으로서 재정정책에 있어 보수적인 면모를 자주 드러냈고 특히 종교인 과세 반대에 앞장서면서 보수 색채가 뚜렸해졌습니다. 참여정부 때 주5일제 도입을 본인 성과로 내세우지만 당시엔 재계 입장을 대변해 주5일제 도입과 함께 고용유연화가 필요하다고 역설을 해 재계의 이해를 대변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문제는 점차 시대가 보수적인 정치인이 활동하기 힘든 상황이 되었다는 겁니다. 

지난해 말 김진표 의원은 이낙연 이후 차기 총리로 거론됐지만 진보진영과 시민사회단체 반발로 결국 낙점받지 못했습니다. 참여연대는 논평을 내고 "김 의원은 혁신·공정과 거리 멀고 소득주도성장과는 대척점에 있는 인사"라며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방향 대척점에 있는 김 의원의 총리 지명은 부적절하다"고 반발했고 민주노총 역시 논평에서 "김 의원은 종교인 과세 유예와 세무조사 금지를 주장해 정치와 종교를 혼동하는 모습까지 보였다"고 비판한 바 있습니다. .

김진표 의원은 5선으로서 큰 꿈을 꾸는 정치인입니다. 차기 국회의장이 유력하며 이후 다른 역할을 할 수도 습니다.  진보가 주류가 되는 상황에서 보수 꼬리표는 사상당한 부담이 됩니다. 주4일제 근무제 도입은 보수색채 희석 차원으로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자신 의원실 보좌관이 대상이기 때문에 부담도 크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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