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P' 두산 김재환은 약물로 어떤 덕을 봤나

  • 기자명 김지석
  • 기사승인 2018.11.22 0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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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의 4번 타자 김재환은 올 시즌 139경기에 출전하여 44 홈런(리그 1위), 133 타점(리그 1위), 장타율 0.657(리그 2위), 176 안타(리그 6위), 104 득점(리그 8위), 출루율 0.405(리그 8위), 타율 0.334(리그 10위) 등 도루를 제외한 공격 전부문에서 압도적인 기량을 선보이며 2018 KBO 리그 MVP에 올랐다.

그러나 김재환의 과거 금지약물 복용 전력과 MVP 수상 소감에서의 과거 약물 논란 언급 등으로 2018 KBO 리그는 시즌이 끝난 후에도 MVP 수상 자격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면 MVP 김재환이 복용한 약물 테스토스테론이 어떤 것이며, 그것이 왜 문제가 되는지 살펴보도록 한다.

두산 김재환이 11월 20일 MVP에 선정된 후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다. 유튜브 캡쳐

 

금지 약물 ‘아나볼릭 스테로이드’의 효과

내분비계(endocrine system)를 통해 분비되는 호르몬은 신경계(nervous system)와 더불어 인체 내에서 항상성(homeostasis) 유지를 위한 각종 신호를 전달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예를 들어, 뜨거운 물체를 만졌을 때, 감각신경(수용기)은 즉각적으로 뜨거움에 대한 감각을 중추신경계(조절센터)로 전달하고, 중추신경계에서는 뜨거운 물체에서 손을 떼라는 신호를 운동신경(효과기)을 통해 골격근에 전달하게 되어, 손과 팔의 골격근 수축(운동)으로 인해 최종적으로 뜨거운 물체에서 손을 떼도록 하는 일련의 신호전달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는 찰나에 일어나는 과정으로써, 빠른 신호전달을 담당하는 신경계가 기능하는 방법이 되겠다.

식사 후 혈당 수치가 높아지면 췌장(pancreas)에서는 ‘인슐린(insulin)’이라는 호르몬의 분비를 증가시키는데, 인슐린 호르몬은 혈중 포도당을 간과 근육으로 섭취·저장하는 기능을 담당하므로 혈액 내 포도당 수치는 점차 낮아지게 된다. 이렇듯 호르몬의 기능은 신경계처럼 ‘찰나’의 순간에 빠르게 일어나지는 않지만, 체내 대사과정과 각 조직세포 기능의 항상성을 위해 상대적으로 느린 체계(수분 ~ 수시간)의 신호전달을 통해 인체기능을 점차적으로 조절하게 된다.

이러한 느린 신호전달 체계를 담당하는 내분비계에는 수없이 많은 종류의 다양한 호르몬들이 존재하는데, 이들은 크게 ‘스테로이드성 호르몬’과 ‘비스테로이드성(펩타이드성 또는 아미노산 유도체) 호르몬’으로 구분이 된다. 남성 호르몬으로 잘 알려진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은 대표적인 스테로이드성 호르몬에 해당된다. 스테로이드성 호르몬은 다시 ‘코티솔 스테로이드(주로 항염증제로 사용)’와 ‘아나볼릭 스테로이드(anabolic steroid)’로 구분이 되며, 테스토스테론은 그 중 아나볼릭 스테로이드에 해당된다. 여기서 ‘아나볼릭(anabolic)’이라는 용어는 ‘동화작용’을 뜻하는데, 근육(골격근)에서는 단백질 동화 또는 합성을 의미하게 된다.

즉, 테스토스테론과 같은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호르몬은 체내 근육 단백질의 합성을 향상시키는 데 이용될 수 있다. 동일한 조건(운동형태, 운동강도, 운동시간, 운동빈도, 운동기간)으로 운동을 한다고 가정을 하였을 때,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를 복용 혹은 주입하는 선수는 효율적인 근육량 증가와 이로 인한 근력, 근지구력, 파워(순발력), 근피로 회복능력 등이 빠르게 향상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고, 이는 곧 경기력의 향상으로 이어지게 된다. 0.1초 차이로 순위가 결정되는 단거리 육상, 단시간에 폭발적인 힘을 요구하는 수영 등 종목에서는 상대적으로 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2015년 국가대표 수영선수 박태환도 도핑테스트 결과 양성 반응이 나와 논란이 되었는데 이 금지약물이 바로 테스토스테론이었다.

찰나의 순간에 배트를 휘둘러 투수가 던진 140km 이상의 공을 쳐야 하는 폭발적인 파워가 요구되는 야구와 같은 종목에서도 이러한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호르몬의 복용은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테스토스테론은 체내에서 자체적으로 생성이 되는 호르몬이기 때문에 다른 금지 약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발되는 비율이 낮아 선수들에게는 끊임없는 유혹이 되고 있다.

 

테스토스테론은 왜 금지약물인가

①심근경색, 무정자증, 우울증 등 부작용

그렇다면 체내에서 자체적으로 생성이 되는 테스토스테론은 왜 금지약물인가. “약물을 복용하더라도 선수들이 더 멋진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다면, 경기를 관람하고 즐기는 팬의 입장에서는 더 기쁘고 즐거운 일이 아닌가” 하는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금지하는데는 다 이유가 있다. 심각한 부작용이 있기 때문이다.

호르몬은 체내 적절한 농도로 유지되고 있을 때, 생명의 유지와 인체 기능의 항상성 유지에 정상적인 역할을 하지만, 일정 수준 이상 과도한 농도로 지속될 경우 병적 상태를 유발하게 된다.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호르몬의 지속적 복용에 의한 대표적인 부작용으로는 심근경색(심장마비), 심부전, 뇌졸중 등과 같이 생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심혈관 질환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인체에서 정상적으로 생성될 수 있는 호르몬이 외부 주입에 의해 체 내 농도가 급격히 증가하게 되면, 인체는 더 이상 그 호르몬을 만들어내려 하지 않는다.

이러한 현상이 반복될 경우, 호르몬의 복용 또는 주입을 하지 않고는 해당 호르몬의 자체적인 생산과 관련 신호전달 기능에도 현저한 저하가 나타나게 되는데, 남성의 성징을 나타내게 하는 성호르몬이기도 한 테스토스테론을 계속해서 외부 주입할 경우 무정자증과 같은 부작용 또한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또한 테스토스테론의 복용을 중단한 후에도 성욕감퇴, 식욕감퇴, 불면증, 우울증, 자신감 저하, 극심한 피로감 등 인체 및 정신 기능의 저하가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선수들이 결과와 성적에만 집착하여 테스토스테론과 같은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호르몬을 계속해서 주입·복용할 경우, 장기적으로 선수 자신의 심신 피폐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②'공정한 경쟁'이라는 스포츠의 본질 위협

한편 “도핑검사를 통해 금지약물의 복용여부를 찾아내는 이유는 약물복용이 단순히 공정성이라고 하는 ‘스포츠 정신’에 위배되는 치팅(cheating)이기 때문인가” 하는 의문을 갖는 사람들 또한 존재한다. 

앞서 언급한 바대로 아나볼릭 스테로이드의 주입 혹은 복용을 통한 섭취는 선수의 근력과 파워의 발휘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피나는 노력과 훈련을 통해 체력 요소와 기술을 향상시키고,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며 공정한 경쟁을 통해 승부를 겨루는 ‘스포츠 정신’이 생명인 스포츠 현장에 약물복용을 통한 ‘비정상적 운동 효율의 극대화와 손쉬운 인간 한계 극복’은 분명한 치팅이다. 이는 단순한 스포츠 정신을 위반하는 것을 넘어, 운동 선수를 기록과 결과물에만 의존하는 ‘운동 기계’로 전락시킬 수 있는 위험을 가지고 있다. 한계에 도전하는 선수들의 끝없는 노력과 그 노력 끝에 얻어진 극적인 승부의 드라마는 사라지고, 초인적인 힘을 가진 인간 이상의 기량에 열광하고, 그러한 사이보그와 같은 존재로서의 선수 가치만 남게 되는 현상의 발생, 즉 약물 복용은 스포츠 본질 자체를 흔들 수 있는 시발점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약물의 힘을 빌려 경기의 승부를 결정짓는 것이 어떠한 형태로든 허용이 된다면, 선수 중 그누구도 약물의 치명적 유혹으로부터 자유하기 힘들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며, 이로 인한 폐해는 선수 건강의 위협은 물론, 스포츠 현장에서의 인간본성(human nature) 상실에까지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머슬 메모리' 효과로 인해 약물을 복용하던 사람이 중단한 뒤 운동을 하면 정상적으로 운동하던 사람보다 더 큰 효과를 보게 된다. 출처: 플리커

 

'머슬 메모리'로 약물 중단 이후에도 이득

약물 복용으로 인한 효과의 지속성에 대한 의문 역시 끊임없이 제기되어 오는 부분이다. 기본적으로 그 지속성은 복용한 약물의 특성, 복용량, 복용 기간, 그리고 복용한 사람의 신체 특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겠지만, 약물 복용을 중단한 이후에도 그 효과는 수개월에서 수년간 지속될 가능성을 가진다.

‘머슬 메모리(muscle memory)’란 과거에 운동 경험이 있는 사람의 근육이 운동을 중단하더라도 추후에 운동을 재개할 경우, 운동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의 근육보다 근비대(hypertrophy)에 대한 운동 효과가 더욱 효율적으로 나타난다는 이론이다. 골격근 섬유(skeletal muscle fiber)는 다핵세포(multinucleated cells)로서 다른 조직 세포들과 달리, 하나의 근섬유(=근육세포) 내에 다수의 핵(nucleus)을 가지고 있는데, 지속적인 근력 운동은 근비대와 함께 근섬유 세포막 외곽에 존재하는 위성세포(satellite cells)의 융합을 통해 핵의 숫자를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운동 훈련을 중단하면 증가해 있던 근육의 크기는 근위축(atrophy) 현상에 의해 감소하는 반면, 증가해 있던 핵의 수는 유지가 되는데, 이는 단백질 합성을 위한 신호의 시작이 ‘핵’에서 일어난다는 점을 고려하였을 때, 운동 재개 시 근비대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가져올 수 있는 주요한 기전이 된다는 것이다.

즉, 테스토스테론 복용을 통해 근육량과 근파워를 폭발적으로 향상시켜 두었다면, 핵 수의 증가를 통해 약물 중단 후 운동기간에도 -선수 스스로는 의식을 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상대적으로 더욱 큰 운동 효과를 나타낼 수 있을 것이다. 금단 후 심각한 부작용을 겪을 정도로 테스토스테론에 의존하지 않았고, 적당한 양의 주입을 통해 근육량과 근세포 내 핵 수를 증가시켜 놓은 사람이라면 약물복용을 중단하더라도 상대적으로 더욱 효율적인 운동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운동선수가 약물을 끊었다 하더라도 이미 '머슬 메모리'로 인해 동일한 강도로 운동을 할 경우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의미다.

 

기자들은 약물로 인한 '불공정성'을 고려하고 투표했나

2011년 약물 복용 적발 후, 김재환 선수 스스로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더욱 성실히 훈련해 왔을 지난 과정의 노력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는 다년간의 비난과 약물 전력이라는 꼬리표에도 불구하고 리그 최고 수준의 슬러거로 올라섰다. 이미 그는 리그를 대표하는 스타 플레이어이다. 비난하는 팬도, 격려하는 팬도 모두 이러한 사실을 안다.

MVP라고 하는 존재감은 리그를 대표하는 대표성 측면에서 야구 잘하는 한 명의 스타 플레이어의 단순한 의미와는 그 무게감이 다르다. MVP(Most Valuable Player)란 리그에서 최고로 가치있고 소중한 선수라는 의미다. MVP 투표에 참가한 기자들은 ‘약물 복용’이 선수 개인에게 그리고 리그의 미래에 시사하는 의미를 어느 정도 진지하게 인식하고 있을까.

금번 2018 KBO 리그의 MVP 선정은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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