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집단혐오' 한국은 신천지에, 인도는 무슬림에

  • 기자명 이광수
  • 기사승인 2020.06.18 11:1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정말 인류를 멸망시키려는가, 아니면 이런 종류의 바이러스로 이보다 더 센 것이 나오면 결국 인류가 멸망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정말 겪어보지 못한 수준의 대재앙이 지구를 휩쓸고 있다. 전 인류는 공포에 휩싸였고, 특히 인구가 많고 위생 보건 체계가 아직 크게 미비한 나라는 어찌 할 바를 몰라 속수무책이다. 현재는 남아메리카의 발병이 심각 그 이상의 단계에 와 있다. 세계에서 인구가 중국 다음으로 많은 인도는 상황이 어떠한가? 관심을 가져보면서 가슴이 답답해지고 먹먹해지는 몇몇 가짜 뉴스를 심각하게 접한다.

인간을 규정하는 여러 특성 중의 하나가 혐오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인간은 자신이 두려워지면 항상 누군가를 혐오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역사를 보면, 그 혐오를 일으키는 자들은 다수자이고 권력에 가까운 존재들이고, 혐오를 받으면서 희생당하는 자들은 항상 소수자이고 권력으로부터 고통 받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 소수 세력에 대한 혐오를 통해 그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권력을 유지할 수 있다. 여기에서 그 소수자는 두 부류로 나뉠 수 있다. 그 가운데 하나는 그 소수자가 사회 변화의 원천이나 원동력으로 작동되는 경우가 있을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그것과 관계없이 주류 권력이 그 소수자에 대한 폭압 위에서 형성되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전라도와 김대중에 대한 혐오는 전자로서 5.18로부터 비롯된 한국의 민주주의의 발전에 대해 저항하는 적폐 세력의 발악인 반면 일본의 재일동포에 대한 혐오는 후자로서 자신들의 정당하지 못한 권력이 바로 그 희생자에 대한 희생을 토대로 하여 성립하기 때문에 더 혐오하는 경우가 된다.

한국리서치가 2020년 3월 2일에 발표한 '코로나19를 통해 본 대한민국 시민사회와 혐오' 여론조사 중 일부
한국리서치가 2020년 3월 2일에 발표한 '코로나19를 통해 본 대한민국 시민사회와 혐오' 여론조사 중 일부

 

현재 한국에서의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와 관련해서도 이와 비슷한 현상을 찾아볼 수 있다. 사태 초기 집단 혐오를 받기에 충분한 경우가 대구였다. 그런데 대구는 우선 정치적 역학 관계에서 소수자의 위치에 있지 않은 지역이고, 그곳이 권력 관계에서 민주주의 발전과 관련한 특성을 갖는 것도 아니었고, 그 지역을 희생으로 주류가 권력을 형성한 일도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다수의 혐오를 받지 않았다. 차라리 역()의 현상이 일어났으니, 그들이 다수 일반에 대해 더 움츠려 든 나머지 더욱 비상식적이고 비정상적인 집단 피해 의식을 갖기 시작했다. 결국 대구에 대한 혐오는 일어나지 않고, 그 대신 그 혐오를 받은 건 소수자 집단인 신천지 교회였다. 그 혐오는 이단으로 규정된 기독교 특유의 이분법적 적대감에 의해 더욱 키워졌으나, 정부의 강경 정책과 방역 성공에 힘입어 큰 사회 문제로 번지지는 않았다.

인도에서는 무슬림에 대한 혐오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다 잘 알다시피 인도는 영국의 식민 지배기에 영국이 민족주의 세력을 분리 통치 하기 위해 힌두와 무슬림을 분열시키기 시작했고, 민족운동 진영의 주류는 민족의식을 더 강화하기 위해 힌두교를 민족주의와 결부시켜 무슬림을 더욱 주변화시켜 결국 종교로 인해 두 나라가 분단되기에 이르렀고, 독립 후 그 후과로서 힌두와 무슬림의 갈등은 심해졌고, 특히 1980년대 후반 이후 힌두 수구 세력이 권력을 잡기 위해 무슬림에 대한 핍박을 심하게 하면서 일반인들의 무슬림 혐오증이 매우 심해져 있는 상태다. 선거와 관련되면서 수구 힌두 정치 세력은 무슬림을 학살하고, 무슬림은 테러로 맞서는 역사가 적어도 30년 가까이 진행되면서 권력과 관계없는 대중 힌두의 무슬림 혐오는 이제 전 사회에 만연해 있다.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 관련 무슬림 혐오의 시작은 무슬림들이 일부러 바이러스를 퍼트린다는 가짜 뉴스와 함께 시작되었다. 그것은 202031일부터 20일까지 델리의 니잠웃딘 모스크(Nizamuddin Markaz Mosque)에서 열린 세계의 무슬림 선교사들이 한 자리에 모여 간증하고 기도하는 회합인 타블리기 자마아트(Tablighi Jamaat) 사건 이후부터 본격화 되었다. 이 회합으로 인해 4,000 명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했고, 그 가운데 적어도 27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9,000 명의 무슬림들이 참석했는데, 그들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도 왔지만 주로 인도의 여러 주에서 온 사람들이 가장 많았다. 인도 정부는 그 회합에 참가한 9,000 명을 포함한 가족이나 접촉했던 약 4만명의 사람들을 격리시켰다. 4월 들어 인도의 각 주에서 확진자가 급격하게 증가하기 시작했고, 인구가 밀집되어 있으나 방역 능력이 많이 떨어진 델리나 뭄바이 그리고 그 인근의 주에서는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매우 빠른 속도로 증가해 사람들은 공포에 떨기 시작했고, 정부는 32421일 간의 록다운(lockdown)을 시행한 이후 현재까지 이르고 있다. 이 록다운은 바로 타블리기 자마아트 사건 직후에 이루어진 것이다.

타블리기 자마아트 사건 직후 가짜 뉴스가 무서운 속도로 퍼지기 시작했다. 많은 SNS를 통해 퍼지기 시작한 이 가짜뉴스는 주로 무슬림들이 자신들의 몸을 숙주로 삼아 바이러스를 일부러 퍼트리고 다닌다는 것이다. 무슬림 공동체를 코로나 악마로 부르면서 무슬림 자체를 혐오하는 것이다. 어느 유명한 동영상 방송은 인도네시아의 살렘에서 온 무슬림들이 숙소의 부엌에 있는 밥 먹는 그들을 혀로 고의적으로 핥았다고 했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전파하기 위하여 일부러 그랬다는 것이다. 이 동영상을 추적한 어느 팩트 체크 뉴스는 이 장면은 이번 일과 관계없는 것으로 어느 무슬림 종파 공동체 사람들이 쌀 한 톨도 남기지 않고 깨끗하게 먹었음을 보여주려고 다 핥았다는 것이다. 또 어떤 동영상은 타블리기 회합에 참여한 단원들이 격리 중에 있을 때 일부러 그곳에서 일하고 있는 보건 인력들에게 침을 뱉거나 코를 풀어 그들을 감염시키려고 시도했다고 했다. 이 또한 나중에 진실이 밝혀졌는데, 특정 정당과 관련된 사람이 무슬림 소수자를 혐오하는 것이 자신들에게 정치적으로 이익이 될 것으로 판단해 저지른 일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이보다 더 심한 가짜 뉴스도 있다. 중부 마디야 쁘라데시 주의 대도시 인도르(Indore)를 비롯한 여러 인근 지역에서 돌아다니던 동영상에 의하면 무슬림 청년들이 격리 센터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를 일부러 주사로 몸 안에 집어넣는다는 것이다. 이와는 다른 방향이지만, 암소의 오줌을 마시면 코로나 바이러스를 죽일 수 있다는 루머를 퍼트려 조직적으로 그런 퍼포먼스를 행하는 수구 힌두 세력도 있다.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닭고기를 먹으면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기 쉽고, 비타민 C를 많이 먹거나 채식을 하면 면역력이 생기기 쉽다고 하는 가짜 뉴스가 많이 퍼져 있다. 그 가짜 뉴스의 구조는 무슬림 혐오, 힌두 찬양이다.

'코로나 성전(지하드)'이란 이름으로 무슬림들이 고의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퍼뜨리고 있다는 가짜뉴스가 인도에 널리 퍼지고 있는 사진은 팩트체크 매체인 The observers의 기사.
'코로나 성전(지하드)'이란 이름으로 무슬림들이 고의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퍼뜨리고 있다는 가짜뉴스가 인도에 널리 퍼지고 있는 사진은 팩트체크 매체인 The observers의 기사.

 

이러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가짜뉴스는 우선적으로 보건 당국으로 하여금 코로나와의 싸움에서 지치게 만들고, 전의를 상실하게 만들 뿐이다. 그런데 이를 좀 더 심각하게 보면, 무슬림 혐오를 기반으로 권력을 잡은 현재 인도의 수구 집권 세력에게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좋은 정치의 자양분으로 고려된다는 사실도 있다. 그렇게 되면 노련한 정치인들에 의하여 아주 교묘하게 말을 만들어 국민들에게 전달함으로써 더욱 무슬림 혐오를 부추기는 일이 벌어지고 그 위에서 그들은 다음 선거에서 무슬림 악마를 다 쫓아버리고 힌두 신정 국가를 세울 것을 주장하면서, 적당한 폭력과 협박으로 정국을 주도하고 선거에서 또 이길 가능성을 차곡차곡 쌓아간다는 사실이다. 지난 54일 인도 수상 모디는 비동맹(Nan-Aligned Movement) 정상회의의 화상 연설에서에서, 코로나 위기는 인류가 지난 수십 년 간 겪어보지 못한 미증유의 심각한 재난인데, 테러와 가짜뉴스는 바이러스와 같다고 하면서 넌지시 파키스탄을 암시하였다. 이번 인도의 코로나 바이러스는 파키스탄의 테러의 일환이고 이를 부정하는 것은 가짜 뉴스라는 뉘앙스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