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때마다 북한의 '폭파 정치학'...다음 타겟은 금강산?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20.06.17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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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개성의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이 선을 넘을 경우 강경대응할 것을 예고하고 나섰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3년간 매진했던 한반도평화프로세스는 중대 기로에 서게 됐습니다왜 북한은 연락사무소 폭파를 강행했는지 각종 분석과 전망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연락사무소 폭파한 북한 속내'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1. 북한의폭파의 정치학

북한은 위기시 돌파구로 무엇가 폭파하는 일을 반복해왔습니다. 북한의 폭파는 크게 해외에서의 폭파, 그리고 자국에서의 폭파로 나뉠 수 있습니다. 해외 폭파는 83년 미얀마 아웅산 묘역 테러, 87년 대한항공 858기 폭파, 2010년 천안함 폭침 등이 있으며 자국내 폭파는 2008년 영변 원자로 냉각탑 폭파, 2018년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 폭파가 대표적입니다. 해외폭파는 모두 대남 테러여서 국제사회의 강한 비난을 받았습니다. 반면 국내폭파는 국면전환용으로 쇼맨십 성격이 강했습니다. 껍데기만 남았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영변 원자로 냉각탑 폭파 장면이 전 세계에 중계되자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 평가받았습니다. 2년전 핵실험장 지하갱도 폭파는 돌이킬수 없는 비핵화 의지의 상징이었습니다.

남북연락사무소 폭파는 이 두가지 유형의 폭파의 성격을 모두 띄고 있습니다. 자국내 폭파였지만 냉각탑과 갱도가 북한 자산이었다면, 연락사무소는 한국자산이기 때문에 해외 폭파 성격을 띕니다. 갱도 폭파가 평화와 화해의 제스처였다면, 연락사무소 폭파는 대결과 갈등의 신호탄입니다. 이로써 북한이 원하는 것이 명확해집니다. 폭파라는 비주얼적인 충격을 원했다는 것, 남한에 타격을 주고 싶지만, 테러국가로 낙인찍히는 것은 원하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핵실험장 갱도 폭파와 정 반대의 성격을 띄는 퍼포먼스가 필요했다는 겁니다. 

 

2. 다음은 너절한 남측 시설

주목할 것은 다음의 퍼포먼스입니다. 16일 새벽 북한 총참모부는 비무장지대 군대 주둔, 그리고 민간의 대남삐라 살포 돕기 등을 언급했지만 그 이상이 나올 것입니다. 김여정의 지난 4일 담화를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여정은 "금강산 관광 폐지에 이어 쓸모없이 버림받고 있는 개성공업지구의 완전 철거가 될지, 있어야 시끄럽기밖에 더 하지 않은 북남공동연락사무소 폐쇄가 될지, 있으나 마나 한 북남 군사합의 파기가 될지 하여튼 단단히 각오는 해두어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정황상 금강산 시설에 대한 폭파 및 철거가 유력합니다.

박지원 전 의원도 본인의 페이스북에 불안한 예측이지만 금강산에서도 상징적인 일을 하리라 예측한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1023일 북한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금강산을 찾아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을 싹 들어내도록 하라고 지시했고 북한 당국은 1111일 일방적 철거 최후통첩을 한 바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올해 1월 일방적 철거는 미뤄졌지만, 철거는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다이너마이트를 이용한 완전한 폭파가 될지, 불도저로 밀어버리는 방식이 될지는 알 수가 없지만, 전례를 봤을 때 점잖게 철거하기보다는 시각적으로 충격을 주는 방식으로 단행할 가능성이 큽니다.

 

3. ‘강건너 불구경을 어찌할까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지 6시간 50분이 지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 메시지가 올라왔습니다. 트럼프는 와우! 5월 소매 판매가 17.7% 오르며 월 상승폭 사상 최대치를 보였다고 자화자찬했습니다. 남북연락사무소 폭파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사실상 미국을 겨냥한 조치였기 때문에 뭔가 언급이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예측을 넘어섰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도적으로 이 사건을 공론화하지 않으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미정상회담, 북한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중단은 트럼프 본인이 꼽는 대표적 외교 성과중 하나입니다. 그 성과가 빛이 바래지게 된 상황을 굳이 본인이 언급하지 않겠다는 겁니다.

미국 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이 사건과 관련해 거리를 두거나 원론적 언급만 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북한과 한국은 한 민족입니다. 중국은 이웃 국가로서 일관되게 한반도 평화와 안정이 유지되길 희망합니다.”라는 원론적 대변인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폭파상황 질문에 대해선 관련 상황을 모른다며 말을 아꼈습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남북관계가 이 이상 긴장하지 않기를 바란다. 한국미국과 긴밀히 협력하면서 정보를 분석해 대응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러시아 대통령실 대변인은 한반도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모든 당사자의 자제를 촉구한다고 말했습니다. 각국의 이런 태도는 북한이 아직 선을 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괴로워진 것은 한국 정부입니다북한입장에서는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는 리스크가 크고 국제사회의 개입을 부를 수 있기 때문에 그 방법을 제외한 모든 도발을 감행하려 할 것입니다. 결국 미국을 협상테이블에 끌어들이거나 트럼프에게 타격을 주기 위한 최대 수위의 도발이 한국을 향해 이어질 겁니다. 북한의 일관된 톤은 우리는 말하면 지킨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는 겁니다. 문재인 정부 최대 위기라는 것이 빈말이 아닙니다청와대는 사무소 폭파 직전에 4차 남북정상회담 제안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밝혔지만, 북의 강경대응으로 인해 운신의 폭이 좁아진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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