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공을 곱씹으며 "민주당 하고 싶은대로 하라"는 주호영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20.06.25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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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의 단독 상임위위원장 선출에 반발해 원내대표직을 던지고 잠행중이던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25일 국회에 복귀합니다. 주 원내대표는 24일 페이스북에 넘어진 그 땅을 딛고 다시 일어나겠다. 내일 국회로 돌아가려 한다고 적었습니다. 이어서 "원내대표로의 복귀 여부는 내일 의원총회에서 의원님들의 뜻을 물어 정하도록 하겠다"며 " 앞으로 저는 문재인 정권의 폭정, 집권 여당의 폭거에 맞서 싸우겠다"고 선언했습니다. 9일 잠행 끝내고 국회 복귀하는 주호영, 이 뉴스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1. "하고 싶은 대로 하라는 주호영

주호영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에 상임위 몇 개 더 가져오겠다고, 싸우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민주당이 숫자로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겠다고 하니 그렇게 하라는 것이 우리 당의 입장입니다. 이제 국민은 안중에 없는 거대 여당 폭주에 따른 국정 파탄의 책임도 전적으로 여당이 져야 할 것입니다.”라고 적었습니다.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도 "상임위원장 18석을 여당이 가져가고 싶으면 그렇게 하라. 여당 마음대로 하라는 뜻"이라고 말했습니다.

상임위원장 전체를 다 주고 여당 하고싶은대로 두겠다는 기류는 이미 미래통합당에서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정진석 의원은 야당 몫 국회 부의장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최근 내비쳤습니다. 23일 김태년·주호영 양당 원내대표의 깜짝 회동이 있었지만 결국 5시간 회의 끝에 무산됐습니다. 주 원내대표는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노력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싶었을 거다. 그런데 막상 만나면 좋은말 할때 할래, 맞고 할래이런 식이었다며 여당의 고자세를 비판했습니다. 여당이 협상 의지가 없으니 내버려두겠다는 겁니다.

이런 태도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하나는 현실적으로 177석 압도적 여당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점입니다. "집권세력의 오만과 횡포를 강조하고 "집권세력의 일당독재"라고 항변하는 것은 압도적 여당 앞에서 상대적 약자인 당의 상황을 재확인 하는 겁니다..  차라리 모든 상임위를 포기하고 일방독주 여당을 부각시키자는 겁니다. 두 번째는 문재인 정부 남은 2년이 가시밭길인 상황에서 '공동책임' 을 지지 않겠다는 의지입니다. 남북관계는 살얼음판을 걷고, 코로나19 방역은 수도권 폭발이 경고되어 있으며, 경기침체의 골은 깊고, 부동산 폭등으로 민심이 흉흉하고, 정규직-비정규직 갈등은 커지고 있습니다. 공이든 과든 여당인 민주당이 다 책임지라는 것인데, 남은 2년 공보다는 과가 클 확률이 높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2. 충무공을 곱씹은 주호영

주 원내대표는 여의도를 떠난 다음날인 16일 충무공 이순신 장군을 모신 사당인 충남 아산 현충사에 들렀다고 합니다. 이후 고창 선운사, 장성 백양사, 남해 보리암, 하동 쌍계사 등과 마지막으로 고성 화암사 등 전국 9개 사찰을 방문했다고 합니다. 주 원내대표는 첫머리에 들른 아산 현충사에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삶과 죽음을 오래 생각했다"며 "냉철한 현실 인식, 철저한 준비, 선공후사, 신상필벌, 사즉생의 각오" 등을 언급했습니다. 

충무공 이순신을 모신 현충사를 맨 처음 방문한 것은 계획된 동선이었고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신에게는 아직 열두척이 남아 있다(금신전선, 상유십이)”며 전선에 나선 충무공 이순신의 이미지를 자신과 미래통합당을 연결시키려는 겁니다. 객관적 전력 열세를 인정하고 상황의 엄중함을 받아들인다는 의미입니다. “우리의 충성심은 오직 국민을 향해야 한다는 주 원내대표의 표현대로 지금 나서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파탄"으로부터 나라를 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이순신의 두 번째 의미는 이제는 전쟁이라는 겁니다. 협상은 끝이 났다. 전력은 열세지만, 죽기살기로 붙어보겠다는 선언이나 마찬가집니다. 주 원내대표가 사용하는 어휘들은 문재인 정권의 폭정, 집권 여당의 폭거, 국정 파탄, 의회독재, 일당독재 등 한판 붙어보자는 대립적 언어입니다. 윤미향 기부금 유용 의혹, 굴욕적 대북외교 국정조사 추진으로 전쟁의 서막은 올랐습니다. 

 

3. 큰 꿈을 꾸는 주호영

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이 참패를 한 뒤 '당을 누가 수습할 것이냐, 당 대표는 누가 될 것이냐'를 놓고 여러 얘기들이 오갔는데요. 이름이 거론된 사람 중에 한명이 주호영 의원이었습니다. 당 대표가 아닌 원내대표 출마는 여러 가지를 고려한 것인데요. 21대 국회 전반기 원내대표가 당 대표보다 존재감을 드러내기에 더 좋다는 현실적인 판단과 함께, 당 대표에 나설 경우 오히려 극심한 견제를 받을 수도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그 얘기는 원내대표로서 존재감을 키울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주 원내대표의 이번 잠행 정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즐겨쓰는 방식입니다. 여론의 주목도를 높여 메시지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고, 개인 캐릭터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키는 방법입니다. 합리적이지만 캐릭터가 약한 주 원내대표 이미지를 바꾸고 존재감을 드러내는 데 효과적 전술입니다. 이순신을 언급한 것도 본인이 어려운 나라를 구하는 인물이 되겠다는 큰 꿈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입니다.

농담처럼 나왔지만 요리가 백종원씨가 야권 대권 후보로 언급될 정도로 눈에 띄는 대선 후보가 없는 상황입니다. 아직은 존재감이 없지만 원내대표를 잘 치러낸다면 주호영 대망론도 꿈만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미래통합당에 대한 높은 비호감, 그리고 발목잡는 야당 프레임을 넘어서는 것입니다. 617일자 리얼미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단독 상임위원장 선출에 대해 52.4% 잘한 일, 37.5% 잘못한 일로 아직도 여당에 우호적이고 야당에 비판적입니다. 국회 복귀 과정에서의 여당의 발목잡기 공격을 어떻게 슬기롭게 넘길지가 두번째 시험 관문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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