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국공 정규직화 논란, 노동의 '뉴노멀'이 해결책이다

  • 기자명 박재용
  • 기사승인 2020.06.29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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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비정규직이었던 보안검색요원 1902명을 청원경찰 신분으로 직접 고용한다는 소식에 취업준비생들이 역차별이라며 반발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2019469급 국가직공무원 필기시험이 있었다. 선발 예정인원은 4,987명이었고 응시인원은 154,331명이었다. 합격인원은 6,914. 96%가 불합격했다. 수많은 공시생들이 삼수 사수를 기본으로 하는 이유다. 응시생들이 많아지니 난이도가 높아진다. 변별력을 키우기 위해서다.

그런데 과연 이는 공정한 걸까? 시험은 공무원으로 일하는데 필요한 자격을 묻는 것이 일차 목표다. 하지만 누구도 공무원시험의 목표를 이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합격과 불합격을 가리는 것이 목표다. 개인으로도 사회로도 불필요한 시간과 자원이 소비된다. 절대 평가로 합격과 불합격을 가르고, 합격자 중 소위 뺑뺑이를 돌려 공무원을 뽑는 것이 훨씬 낫다. 시험을 더 잘 본 이를 뽑는 것은 결코 공정하지 않다. 공무원이 될 자격이 충분한 이들이 시험 점수가 낮다고 뽑히지 못하는 것은 공정한 것이 아니다.

우린 이미 뺑뺑이를 공정하게 하고 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거리 문제 정도만 고려해서 뺑뺑이를 돌려 중학교를 배정한다. 고등학교도 몇몇 특수고를 제외하면 자신이 선호하는 학교 몇 개를 고르게 하고 뺑뺑이를 돌린다. 누구도 이를 불공정하다고 하지 않는다.

사실 대학도 마찬가지여야 한다. 사는 곳을 고려하여 뺑뺑이를 돌리는 것이 더 좋다. 좋은 대학이란 우수한 수능 성적을 받은 이들이 입학하는 학교가 아니라 입학한 학생들을 잘 가르치는 학교란 의미가 되어야 한다.

 

 

2.

이와 별개로 공무원 시험에 이토록 많은 인원이 몰리는 이유는 단순하다. 좋은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일자리 자체가 아주 부족한 건 아니다. 2018OECD 평균 실업률은 9.1%인데 한국은 이보다 조금 높은 9.5%. 10대 후반에서 20대에 이르는 청년 실업률은 이보다 좀 더 높다. 한국은 2017년 통계에 따르면 9.8%인데 이는 독일이나 일본 미국보다 3~6% 높은 수치다. 한국과 비슷한 나라는 캐나다나 덴마크이고 핀란드 프랑스 포르투칼 등은 훨씬 더 높다. 하지만 OECD평균은 11.9%로 조금 더 높다. 물론 실업률이 더 낮으면 좋겠으나 이 정도라면 여타 나라에 비해 아주 나쁜 상황은 아니다.

문제는 좋은 일자리가 잘 나지 않는다는데 있다. 공무원이나 대기업 사무직이나 생산직 등의 안정적이면서 동시에 수입도 좋은 일자리로 가는 문은 예전 부모 세대에 비해 훨씬 좁아졌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미 우리나라는 최소한 경제적 측면에서는 소위 선진국이고, 선진국답게 경제 성장률은 3% 안팎이다. 이전 세대에 비하면 많이 낮아졌고 더 높아질 수도 없다. 더구나 1990년대 이래 우리나라는 고용없는 성장 중이다. 소위 4차 산업혁명 때문이 아니라 그 이전부터 컴퓨터, 인터넷, 사무자동화, 공장자동화 등을 통해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났고, 사람이 하던 일을 기계가 대신하기 때문이다. 이 추세는 앞으로도 더 거세질 것이다.

물론 일자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방, 소기업, 농업, 축산업, 어업 등에서는 사람이 부족해서 외국인 노동자를 쓰는 일이 대세가 되었다. 어선에 타는 선원의 절반은 이미 외국인이다. 지방 공단의 작은 기업도 마찬가지다. 힘들고 위험하며 월급도 적은 일자리들은 많지만 아무도 원하지 않는다.

 

3.

기후위기는 이 문제를 더 심화시킬 것이다. 물론 기후위기에 대해 제대로 대응할 때 이야기다. 하지만 지금처럼 성장은 성장대로 하면서 온실 가스를 적당히 줄여보자는 정책으로는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시간이 지나면 기후위기가 더 심각해질 것이고, 그 때는 어쩔 수 없이 탈성장으로 갈 수밖에 없다. 마치 코로나19가 유행하자 살기 위해 국경을 봉쇄하고 집합금지명령을 내리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서 성장을 중지했던 것처럼 지금보다 훨씬 심각한 기후위기가 현실화하면 살기 위해 탈성장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탈성장은 기본적으로 일자리를 줄이는 상황이다. 성장을 하면서도 좋은 일자리가 부족한 판에 지금보다 덜 성장하고 역성장을 하는데 일자리가 늘어날 리 만무하다.

그래서 그린뉴딜을 주요한 정부 정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탈탄소사회로 가면서 그 분야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보자는 의미다. 물론 이 자체도 탈성장을 전제로 해야 하는 것이지만 일단 그린뉴딜을 통해 그 고통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면 그 자체로 나쁘지 않은 정책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청년 세대가 그리고 앞으로 청년이 될 세대가 겪어야 할 고통은 그린뉴딜 혹은 디지털뉴딜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4.

그래서 노동의 뉴노멀이 필요하다. 기본은 더 적게 일하자는 것이다. 지금 실업률이 10% 정도라고 가정하면 모든 노동자들이 10% 적게 일하면 된다. 그만큼 더 많은 일자리가 주어진다. 52시간을 칼같이 지키고 나아가 주 40시간 노동으로 가면 된다.

물론 이는 고통의 분담을 요구한다. 노동시간이 줄어들면 수입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 감소하는 수입을 기업과 정부 그리고 노동자가 나눠서 부담해야 한다. 정부는 세금을 거둬 수입이 감소한 노동자에게 일부 지원을 하고, 대기업도 일부 지원을 하고, 고소득 노동자는 감소하는 수입을 감당하는 것이다. 다만 저임금 노동자의 경우 노동시간이 감소하더라도 최소한의 수입은 보장되어야한다.

그리고 나쁜 일자리를 줄이는 정책이 필요하다. 임시 고용직, 알바, 배달 및 택배 등 불안정 고용에 대한 대책을 통해 이들이 나쁜 일자리에서 일할 만한 일자리가 되어야 한다. 한편으로는 지금 논의되는 것처럼 전국민고용보험이 하나의 대책이 될 수 있겠지만 동시에 이들 직군 노동자들에 대한 노동정책이 더 노동친화적으로 변화되어야 한다.

또한 이들 직군 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을 광범위하게 인정하고 노동조합 활동을 지원하여 이들 스스로 자신의 일자리를 제대로 만드는 능동적 활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전제로 하지 않은 노동유연화, 플랫폼 노동은 나쁜 일자리만 만들 뿐이다. 기본소득은 이렇게 노동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한 다음 논의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뉴노멀은 지금의 운동장이 더 이상 기울어지지 않게, 인간의 얼굴로 시작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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