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성 소송 증후군' 통합당, KBS 드라마 <출사표>도 법적조치 검토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20.06.29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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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행간] KBS 드라마 <출사표>에 발끈한 통합당

71일부터 시작하는 KBS 드라마 <출사표>가 방영도 하기 전에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드라마 <출사표>20대 취업준비생이 취직 대신 선거에 출마해 무소속 구의원으로 당선된 뒤 좌충우돌하는 내용입니다. 드라마에서 다같이진보당애국보수당이 등장하는데, 각각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을 연상케 합니다. 그런데 이 정당에 소속된 인물들 묘사가 일부 편향적으로 나왔다고 주장하며 미래통합당이 반발했습니다. 애국보수당 소속 인물은 '갑질 만렙'에 음주운전, 뺑소니, 도박, 성희롱 등 범죄전력이 있는 이들로 소개된 반면, 다같이진보당 소속 인물은 저소득층 자녀들에게 장학금을 기부하고 티코를 타는 등 검소하거나 정의감에 불타는 인물로 묘사됐다는 겁니다.

미래통합당 미디어국은 지난 25진보는 선, 보수는 악이라는 허황된 구도를 설정했다어느 정당을 겨냥한 것인지 초등학생도 알 법한 유치한 작명으로 사실상 여당 홍보, 야당 능멸속내를 부끄러움도 없이 드러냈다"고 비판했습니다. 27일에는 정치편향 설정에 대해 '법적 대응'을 준비할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논란이 불거지자 드라마 제작사와 KBS 측은 해당 묘사 부분을 홈페이지에서 삭제한 상태입니다. KBS 드라마 <출사표>에 발끈한 통합당, 이 뉴스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KBS 수목드라마 '출사표' 포스터.
KBS 수목드라마 '출사표' 포스터.

 

1. 개그콘서트가 문 닫은 이유

<개콘은 왜 쓸쓸히 막을 내렸나손발 다 묶었잖아” “유튜브가 대세야>. 오늘 아침에 발행된 중앙일보 기사 제목입니다. 지난 2621년만에 종영한 개콘을 보면 드라마 <출사표>를 둘러싼 내홍의 원인이 보입니다. 이 기사에서 개콘 제작진은  'KBS는 손발 다묶어 놓고 어떻게 웃기냐'는 푸념, 그리고 뭐만 하면 언급되는 '정치적 편향성 논란'을 개콘이 막 내린 이유로 꼽았습니다. 드라마 <출사표>도 정치적 편향성 논란에 휩싸였고, 공영방송 KBS라서 더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논란이 불거지자 <출사표> 제작진은 "드라마 내에서 당적을 가지고 나오는 인물들은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대부분 선한 인물로 설정돼 있지 않다""오히려 정치적 성향을 전혀 갖고 있지 않은 무소속 등장인물 구세라(나나 분)를 전면에 내세워 진보-보수 양측의 비리들을 파헤치고 풍자하는 코미디를 추구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 드라마속 구청장은 다같이진보당 소속 인사로 소통이 아닌 '쇼통'을 하는 욕망의 정치인이며 구청의 숨겨진 폭군이라고 묘사됩니다. 또 애국보수당 당적을 지닌 시동생을 구의회에 심어 놓은 것으로 나옵니다. 실제 보수진영 인사가 더 부패했다고 보는 사람들의 시각이 드라마에 투영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드라마까지 진보 보수 5대 5 균형을 맞춰야 하냐는 의문도 제기됩니다. 방영도 안된 드라마가 이렇게 논란이 되는 것이 한국에서 정치 소재가 콘텐츠가 얼마나 힘든지 보여줍니다.

 

2. 조국, 안희정, 윤미향이 소환된 이유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페이스북에 “KBS에 시비 걸지 마라며 '리얼리티'를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진 전 교수는 진보당 의원들이 펀드 회장에게 정치자금을 받고 그자의 뒤를 봐주고, 진보당 실세 의원이 차명계좌 만들어 국회와 지자체의 예산에서 삥땅을 치고, 진보적 시민단체 대표가 기부금 횡령 의혹을 받고, 진보당 정권의 환경부에서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등등이라며 앞으로 드라마에서 이런 이야기가 무궁무진하게 펼쳐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인물들, 조국, 안희정, 오거돈, 윤미향 등이 모두 진보진영 인사라는 점을 꼬집은 겁니다.

미래통합당 미디어국도 이 정권의 아킬레스건이나 다름없는 문제의 인물들의 그 한심하고도 추한 행태들을 애국보수당 소속 정치인들의 것들로 둔갑시켰다""조국 사태, 윤미향 사태 등으로 입은 정치적 타격을 어떻게든 만회해보려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고 논평했습니다. 정권 교체 이후 부정적 스캔들은 최근 진보쪽에서 더 많이 발생하는 것은 사실인만큼 이런 현실이 반영되길 바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겁니다. 이 역시 드라마라는 콘텐츠를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는 기재로 바라보는 한계를 보여줬습니다.

 

3.  '습관성 소송 증후군'의 정치권

뭐만 있으면 언론에 법적조치를 취하려는 정치권의 성향은 여야를 가리지 않습니다. 더불어민주당도 총선 전 자당에 불리한 내용을 담은 경향신문의 '민주당만 빼고' 칼럼에 대해 소송을 걸었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은 적 있습니다.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던 '민주당만 빼고' 칼럼을 전 국민이 알게 해줬습니다. 하지만 언론에 대한 소송은 보수정당이 훨씬 더 심합니다. 미래통합당은 적대적 미디어 인식에 입각해 본인들에게 불리한 보도만 나오면 소송으로 입막음하려는 경향을 보입니다. 

예를 들면 2017년 대선 이후 자유한국당은 SNU팩트체크센터가 홍준표 후보의 낙선을 목표로 거짓말을 많이 한 것처럼 보도했다고 민사형사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에서 기각되거나 무죄 선고가 났습니다. SNU팩트체크센터는 직접 기사를 쓰는 곳도 아니고 회원사의 팩트체크 기사를 전달만할 뿐인데 회원사 반 이상은 조선일보 등 보수언론입니다. 지난해엔 나경원 원내대표가 방명록에 대일민국이라고 써서 '친일 논란'이 있었습니다. 자유한국당은 이 해프닝을 보도한 언론사를 상대로 무차별적으로 소송을 걸었다가 대부분 1심에서 기각됐습니다.  이런 소송은 승소가 목적이 아니라 언론사와 언론인을 귀찮게 해서 자당에 불리한 보도를 못하게 하려는 게 목적입니다. 수억원의 소송비용을 당비에서 처리해 세금낭비 논란까지 있습니다. '습관성 소송 증후군'이라고 부를만 합니다. 이런 식의 소송남발이 중도성향 언론사들까지 등을 돌리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통합당은 진지하게 고민해볼 피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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