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SNS 맞춤법 틀리면 신용등급 하락하나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18.11.23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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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는 글의 맞춤법을 잘 지키고, 통신요금을 제때 납부하면 사회초년생이나 주부도 금융권 대출이 용이해질 수 있다” 매일경제가 지난 21일 보도한 <SNS·쇼핑내역도 신용평가에 반영>이라는 제목의 기사 앞부분이다. 한 인터넷 매체도 <SNS 맞춤법으로 개인신용 평가… 황당한 선진화>’라는 제목으로 기사화했다. 매일경제의 해당 기사가 젊은 층이 많이 찾는 온라인커뮤니티에 공유되며 논란이 일었다. 한 페이스북 이용자는 이를 공유하며, “소셜미디어에서 맞춤법을 틀리는 사람들의 신용등급을 낮춘단다. 도대체 정신이 있는 건가?”라고 비판했다. 맞춤법과 신용등급이 무슨 연관이 있는지 뉴스톱에서 확인했다.

금융위, 신용정보산업 육성 위해 데이터 활용 규제 완화

금융위원회(금융위)는 지난 21일 금융분야 데이터 규제혁신의 일환으로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위한 신용정보산업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대표적인 금융 분야 데이터 산업인 신용정보산업을 선진화하여 금융이용자의 편익을 높이고,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유도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자영업자의 실시간 카드매출정보 등을 분석하여 663만 명의 개인사업자에 대한 신용평가를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개인사업자 신용평가사(CB사)’ 도입 ▲공공요금 납부정보, 온라인 쇼핑 정보, SNS 정보 등을 통해 개인 신용을 평가하는 ‘비금융정보 전문 신용평가사(CB사)’ 도입 ▲신용정보산업의 진입규제를 업무특성에 맞게 합리적으로 정비하여 경쟁과 혁신 촉진 ▲신용정보원을 통해 금융권에 공유되는 정보의 범위를 확충하고, 신용정보원을 데이터 전문기관이자 금융권의 데이터 활용을 지원하는 기관이 되도록 해 신용정보 산업의 인프라 정비 등이 내용이다.

국내 신용정보산업은 신용정보 사업자로서의 신용조회회사(CB:Credit Bureau)와 인프라인 신용정보집중기관(한국신용정보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가운데 신용조회회사(CB사)는 개인·기업에 대한 신용정보를 수집·제공·관리하고, 금융거래 등을 위해 신용을 평가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국내에서는 총 6개 신용조회사가 CB업을 영위 중이며, ‘NICE평가정보’, ‘KCB’, ‘SCI평가정보’가 개인 CB업무를 영위중이다. 국내신용정보산업은 2009년에 도입된 체계여서 데이터 혁신을 주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는 지난 7월 마이데이터(MyData) 산업 도입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간단히 설명하면, 도입된 지 10년이 지난 기존의 신용정보산업을 ‘마이데이터’이라는 고부가가치 데이터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제도를 정비하고 기존 CB사와 경쟁할 수 있는 혁신적인 ‘플레이어(업체)’출현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비금융 개인정보로 신용평가 미국에서 활발

온라인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내용은 두 번째 항목인 ‘비금융정보 전문 신용평가사’도입이다. 현행 제도는 개인신용을 평가할 때 대출이나 카드 이용 실적 등 금융 정보 위주로 이뤄져 금융 이력이 부족한 사회초년생이나 주부 등은 불리한 상황이다. 금융위 자료에 따르면 2016년말 NICE 기준으로 2년 동안 카드·대출이용 실적이 없는 국민은 1,107만명에 달했다. 이들을 위해 통신·전기·가스 요금납부, 온라인 쇼핑 내역, SNS정보 등의 비금융 개인신용정보만을 활용하여 개인신용을 평가하는 전문 CB사를 도입한다는 것이다.

통신료·공공요금 납부정보 등을 활용한 신용위험 측정모형을 개발하여 약 1,500만명의 금융이력부족자에 대한 신용점수를 새롭게 산출한 미국 FICO사와 SNS 친구, 포스팅 등 260억 개의 데이터를 머신러닝으로 분석하여 개인신용평가를 실시한 미국 Lenddo(렌도)사를 예로 들었다.

금융위가 발표한 자료에서 ‘맞춤법’과 관련한 항목은 전혀 없었지만 SNS와 관련해서는 렌도사가 유일하다. 렌도사는 2014년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올해의 혁신적인 스타트업’으로 선정된 글로벌 핀테크 업체다.

현재 사용 중인 금융거래 정보 중심의 전통적 스코어링 모형으로는 리스크를 판단하기 어려운 개인을 평가하는 것이 골자다. 전통적으로 신용평가사가 사용하던 금융거래이력 외에 통신사용이력, 소셜데이터, 소액결제 데이터, 공공 데이터, 위치 정보 데이터, 구매 내역 데이터, 모바일을 통한 고객 행동정보, 성향정보 등을 활용한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액셀 파트너스, 블룸버그 캐피탈, 오미디야 네트워크 등의 벤처캐피탈에서 지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약 3000만달러(약 342억원)의 투자를 이끌어냈다. 지난해까지 20개국에서 260억 개의 데이터를 활용해 250만 건의 신용 심사를 집행했다. 2016년 9월에는 한국형 대안신용평가모형을 개발하고 금융사들에게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렌도코리아를 설립하기도 했다.

렌도스코어 소개 <출처 : 렌도사 홈페이지>

온라인 평판 및 친구관계가 신용에 영향...맞춤법 점검은 '오버' 

렌도의 신용평가모형은 동의를 받은 고객의 받은 메시지(통화)대비 발송한 메시지(통화) 비율, 문자길이, 건수, 이름이 등록된 연락처 개수 등도 모두 활용 가능한 데이터다. 핸드폰에서 주요 사용 애플리케이션 종류와 유·무상 프로그램 사용 여부도 평가항목에 들어간다. 수·발신 빈도, 닉네임, 연락 리스트 등 이메일 데이터도 신용평가에 가치 있는 정보로 변환된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에서 친구 목록, 결혼·연애 상태, 생년월일, 경력·학력, 출신지, 관심사, 사진, 동영상 등 정보를 수집한다. 관계성, 적극성 등 온라인 평판과 친구 관계가 현실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하지만 렌도사의 신용평가는 신용정보산업이 구축된 국가에서는 주로 부가 정보로 쓰인다. 기존 신용 평가 방식을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KT, 현대카드 등이 렌도와 손잡고 새로운 신용평가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렌도사도 자사의 홈페이지에 평가도구인 렌도스코어가 “전통적인 심사 스코어카드와 함께 활용될 때, 우량 대출자들과 불량 대출자들을 더 잘 구분할 수 있음이 검증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금융위에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맞춤법이 신용평가에 영향을 주는 곳은 독일의 핀테크 기업 크레디테크(Kreditech)이다. 크레디테크는 대출심사를 할 때 기존 은행거래정보 외에 페이스북, 이베이, 아마존에서의 행동 패턴까지 반영한다. 맞춤법을 틀리는지, 대출 약관을 꼼꼼히 읽었는지, 주기적으로 온라인 쇼핑을 했는지 등이다. 대출과 관련된 정보를 꼼꼼히 읽은 것으로 확인되면 신용점수가 올라가고, 신청서를 성실하게 작성해도 신용점수에 영향을 미친다.

매일경제의 보도처럼 SNS 맞춤법이 신용평가에 영향을 줄 수도 있고, 실제로 그런 외국기업도 있지만, 한국의 경우 금융위 발표에서도 관련기업에서도 확인된 계획은 없다. 실제 적용되더라도 전체 개인신용정보에서 극히 일부의 데이터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독자들의 클릭을 유도하기 위한 또 하나의 ‘과잉일반화’사례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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