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뭔지는 알고들 이러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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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뭔지는 알고들 이러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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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6.30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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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논란을 계기로 알아본 정규직에 대한 인식차이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과 관련한 갈등 양상이 심상치않다. 공사의 기존 정규직 노동조합과 취업 준비생의 불만이 먼저 터져나왔지만, 전환 대상이 된 보안검색요원들도, 이들과 다른 방식(자회사 고용)으로 ‘정규직 전환’이 된 직군들에서도, 앞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대상이 된 조직들에서까지도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가짜뉴스’ 탓이라거나, 추진 과정의 문제라거나, ‘공정성’에 대한 인식 차이 때문이라는 등 원인을 찾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지만 불만을 누그러트리는 역할은 하지 못 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이 글을 보태는 이유는, 순서 상으로 먼저 짚어봐야 할 측면이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정규직’이라는 개념 자체에 대한 문제다. 즉, ‘정규직’이라는 말을 제각각 다르게 이해하고 있는 문제가 이 갈등의 바탕에 깔려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이번 전환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다는 뜻이 아니다. 오해가 문제라면 정부 및 관련 전문가들의 오해도 심각하다. 일반 대중이 ‘정규직’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제대로 살피지 않고 이 용어를 계속해서 써 온 결과가 이런 사태를 빚은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최근 민간 독립 연구소 LAB2050(랩이공오공·대표 이원재)의 연구 프로젝트인 ‘정규직이란 무엇인가: 공식적 개념과 현실 인식 간 차이에 관한 연구’를 기획, 진행했다. 이 연구의 주된 목적은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정규직’이라는 말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를 밝히는 것이었다.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3월 18~26일 전국 만 18~69세 남녀 1,000명 대상 웹 서베이를 진행한 결과는 <표 1>과 같다.

표 1. 정규직의 세부 개념에 부합한다고 생각되는 내용들에 대한 응답 결과(단위: %). *이 문항은 설문조사의 전체 응답자 1,000명 중에서, ‘정규직’이라는 말이 법적 용어라고 생각하는지 여부를 물은 앞선 질문에 대해서 '법적 용어다', 또는 '그에 준하는 법적 용어가 있다'고 답한 790명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표 1. 정규직의 세부 개념에 부합한다고 생각되는 내용들에 대한 응답 결과(단위: %). *이 문항은 설문조사의 전체 응답자 1,000명 중에서, ‘정규직’이라는 말이 법적 용어라고 생각하는지 여부를 물은 앞선 질문에 대해서 '법적 용어다', 또는 '그에 준하는 법적 용어가 있다'고 답한 790명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이 설문조사에서는 언론 기사 등에서 추려낸 ‘정규직’에 대한 인식 중 9가지를 제시하면서 “‘정규직’에 대한 다음의 각 설명이 귀하가 평소 알고 계셨던 ‘정규직’ 용어 및 개념이 가리키는 바와 같습니까?”라고 질문했다. 응답자들로 하여금 각각에 대해서 ‘같다’, ‘다르다’, ‘모르겠다’ 중에서 답하도록 했을 때, 총 8개의 항목에 대해 응답자의 60% 이상이 ‘같다’고 답했다.

가장 높은 비율의 ‘같다’는 응답을 받은 항목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이상 정년까지 고용이 보장된 일자리에서 일 하는 사람’(86.6%)이었다. 정규직을 고용안정성이 높은 일자리로 인식하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그 다음으로 높은 비율로 선택받은 항목은  ‘승진 기회, 사내 복지 혜택 등에서 제외되지 않는 사람’(84.6%), ‘호봉제 등에 따라 지속적인 임금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일자리에서 일하는 사람’(78.9%), ‘일정한 자격 시험 또는 공개 채용 과정을 통과해서 채용된 후 일하는 사람’(73.9%) 순서였다.

이밖에도 ‘무기계약직과는 다르다(무기계약직은 비정규직)’(69%), 하루 8시간 전일제로 일 하는 사람(65.4%), 노동조합에 가입할 자격이 있는 사람(63.0%)이라는 문항이 평소 생각에 부합한다고 답한 비율도 높은 편이었다.

9개 문항 중에서 ‘같다’(44.5%)보다 ‘다르다’(51.9%)는 응답이 높게 나온 유일한 내용은 ‘일정 규모 이상인 대기업, 공기업, 정부 기관 등에서 일 하는 사람’이었다. 중소 규모 민간 기업에도 정규직이 있다는 것을 쉽게 떠올릴 수 있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라고도 할 수 있다. 또, 그렇기 때문에 이 내용이 ‘정규직’의 개념에 부합한다고 답한 응답자가 전체의 44.5%나 됐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이 결과를 놓고 이번 인천공항 ‘정규직 전환’ 사안을 다시 살펴보자. 반대 여론의 핵심은 “공정한 시험 절차를 거치지 않은 사람들이 정규직이 되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것이다. 인천공항의 기존 정규직 노조가 지난 25일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면서 "대한민국의 평등·공정·정의 가치가 훼손됐다"고 한 것이나, 일각에서 “공정한 경쟁 없이 ‘정규직’ 자리를 줘도 되느냐”라면서 ‘로또 취업’이라고 비난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기는 했지만 “아르바이트 삼아서 보안검색요원으로 일하다가 연봉 5,000만 원을 받게 됐다”는 자극적인 내용이 온라인에 떠돌면서 불만 여론이 폭증하기도 했다. 정부가 나서서 이번 ‘정규직 전환’ 대상자들은 임금이 인상되지 않고 고용형태만 바뀌는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당장은 아니어도 곧 임금이 기존 정규직만큼 오르게 될 것”, “임금 이외의 기업복지 혜택이 그만큼 더 클 것”이라는 식의 반론도 계속 나오고 있다.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정규직’이란 정년까지 안정성을 보장받고, 승진 기회나 사내 복지 혜택에서 제외되지 않고, 지속적인 임금 인상을 기대할 수 있고, 일정한 자격 시험 또는 공개채용 과정을 통해서 채용돼 일하는 사람이라고, 열 명 중 일곱 명이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그런 데다가, 그와 같은 조건을 다 충족시키는 일자리는 한국사회에서 아주 희소하다. 한국노동연구원(김복순, 2019)에 따르면 우리 노동시장에서 ‘괜찮은 일자리’라고 할 만한 일자리는 전체의 7% 정도에 불과하다. 조직 규모가 300인 이상이고, 고용형태가 ‘직접·지속 고용’이며, 노동조합이 있는 일자리를 추려본 결과다. 이 중에서 안정성이 더 높고, 연봉이 일반 기업 평균보다 월등히 높은 일자리, 즉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과 같은 일자리는 훨씬 더 적을 것이다.

 

그림 1. 김복순(2019)이 정규직·유노조·대기업 그룹의 교집합으로 추정한 ‘괜찮은 일자리’ 규모(출처: 한국노동연구원)
그림 1. 김복순(2019)이 정규직·유노조·대기업 그룹의 교집합으로 추정한 ‘괜찮은 일자리’ 규모(출처: 한국노동연구원)

 

지금 50~60대 나이인 사람들이 20대였던 시대에는 4년제 대학을 나오고 어느 정도 성실하기만 하면 대기업, 공기업에 들어가거나 공무원이 될 수 있었다. 계속 잘 다니기만 하면 임금이 입사 때의 몇 배까지도 오르고, 노력하는 만큼 승진도 할 수 있었다. 바로 그 일자리들이 지금 사람들의 눈에 비치는 ‘정규직’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소위 ‘SKY’라는 대학을 나오고, 자격증과 공인영어점수 획득에 시간과 자원을 쏟아부어도 그런 일자리에 들어갈 수 없다. 한 번 비정규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면 계속 그대로고, 임금도 거의 오르지 않는다. 때문에, 그렇게도 희소한 일자리에 들어갈 기회가 정부 개입에 의해 부여됐다는 데 대해서 “공정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이런 생각이 일반적이라고 할 때의 문제는, 정부와 전문가들이 ‘정규직’을 그런 개념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번 인천공항의 경우처럼 간접고용을 직접고용으로 전환하는 것,  또는 계약직을 지속고용으로 전환하는 것을 ‘정규직 전환’이라고 여길 뿐이다.

사실 ‘정규직’은 법률 등에 사용되는 공식적인 용어가 아니다. 법에 존재하는 정규직에 가장 가까운 표현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 또는 그런 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다. 예를 들어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 4조 2항은 사용자가 만 2년 이상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보도록 한다.

통계청이 집계하는 정규직도 이 기준에 따른다. 아니, 사실 통계청은 ‘정규직’을 집계하지 않는다. 임금근로자 전체에서 ‘비정규직’(한시적·시간제·비전형)으로 정의된 근로자를 뺀 나머지를 ‘정규직’이라고 발표하고 있을 뿐이다. 이에 따르면 임금근로자 중에서 정규직의 비중은 최근 20여 년 동안 내내 63~67% 사이로 일정하게 유지돼 왔다.

 

표 2. 2003~2019년 사이 정규직·비정규직의 규모 및 정규직 비율 추이(출처: 통계청)
표 2. 2003~2019년 사이 정규직·비정규직의 규모 및 정규직 비율 추이(출처: 통계청)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60%대의 비율은 임금근로자 전체, 즉 하루 한 시간 일하는 사람까지 포함해서 모든 피고용자 중에서의 정규직 비율이다. 과연 우리 주변의 일하는 모든 사람들 열 명 중의 예닐곱 명이 ‘정규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앞에서 말한,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정규직’의 기준에 따라서 보면 그럴 수는 없다. 단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이라는 기준에 따라서만 분류한 결과이기 때문에 이런 비율이 나올 수 있다.

각자 입장에서만 보면 다 나름대로 일리는 있다. 정부는 ‘고용계약을 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은 것으로 바꿔준다’는 취지에 맞게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추진해 오고 있는 것이다. 물론 파견회사에 의해서 2년마다 계약이 갱신되던 때에 비해서 직접고용이 된 이후 임금과 기타 처우 개선은 어느 정도 이뤄지겠지만, 정부가 나서서 거기까지 보장할 의도는 없어 보인다. 따라서 이 전환 과정에 과도하게 어려운 관문을 둬서 탈락자를 만들 이유도 없다고 여길 것이다. 이렇게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해나가고, 이 영향이 민간으로 약간 확대되기만 해도 기존에 60%대였던 비정규직 비율은 70%대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그렇다면 (고용율 70%를 ‘완전고용’으로 보듯이) 한국은 ‘정규직 사회’가 된다고 여기는 것도 같다.

그렇지만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정규직’은 단지 ‘고용계약 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은 일자리’라는 의미도 아니고, 일자리 중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도 않다. 너무 희소해서 엄청난 능력과 자격을 갖춘 사람이나, (강원랜드 채용비리와 같이) 부모가 국회의원에 청탁해 줄 정도의 집안 자제여야 들어갈 수 있는 일자리다. 정부가 나서서 몇몇 공공기관의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한다고 한국이 ‘정규직 사회’가 될 수도 없다. 그런데 이런 정책을 밀어붙이는 것은, 안 그래도 극도의 경쟁 체제 아래서 힘든 사람들을 더 힘들고 맥빠지게 하는 것이라고 여길 만도 하다.

물론, 인천공항 보안검색요원이 직접고용되는 직군은 엄밀히 말하면 그 ‘정규직’에 부합하지 않는다. 승진 기회와 처우 면에서 기존 공채 관리직들과 같아질 수 없을 것이고 여전히 분리된 직군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점은 반대론자들을 설득하기에는 좋은 논거일 수 있지만, 이 정책을 지지해왔고 앞으로 혜택을 볼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도리어 불만 요인이 된다. 대통령이 취임 직후 인천공항을 찾아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눈물을 닦아드리겠다”라고 선언하기까지 했는데, 그 결과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고용계약’으로의 전환일 뿐 임금도, 분리직군으로의 차별도 그대로라고 한다면 받아들이기 어려운 게 당연하다. 자회자 고용 형태는 말할 것도 없다. 즉, 어느 누구도 온전히 만족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렇게 보면 2017년 5월 인천공항의 그 날에서부터 오늘의 이 갈등은 예정돼 있었던 셈이다. 이 정책을 위해 노력해 온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을 폄하하는 말이라 해도 어쩔 수 없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중간에 아무리 노력해도 좋은 결말을 맞을 수 없다. 이제라도 정부 관계자들은 정책 목표로서의 ‘정규직’이 무슨 의미인지, 오해의 소지가 없게 정확하게 설명해야 한다. 차라리 이 불분명한 말을 버리고 정확한 표현을 하는 편이 낫다. ‘직접고용’, ‘지속고용’ 식으로 말이다.

더 중요하게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이제 불과 한 줌도 안 남은 ‘정규직’이라는 일자리에 사람들이 더 이상 매달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적성과 재능이 무엇이건 대기업 공기업 앞에 한 줄로 줄을 서야 하고, 거기 선택되지 못하면 너무 힘들게 살아야 하는 이 사회의 구조가 문제의 본질이다. 정부가 나서서 거기 선택되는 사람 수를 늘리려 하는 것은 그 구조를 더욱 공고하게 만들 뿐이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원하는 의미로서의 ‘정규직’을 늘리는 방법은 한계가 분명하다. COVID-19와 같은 불확실성이 일상이 되고, 전세계적 마이너스 성장 시대가 도래하는 상황에서 보면 더욱 그렇다. 성장이 당연하던 시대에 자리잡힌 개념인 ‘정규직’만이 ‘좋은 일자리’여서는 안 된다.

그보다는 어떤 일을 하더라도 큰 차이가 없는 사회를 지향해야 한다. 규모가 작은 조직에서 일하더라도, 프리랜서나 1인사업자로 일하더라도, 단기근속을 반복하더라도, 그 삶의 모습이나 노후의 안정성이 ‘정규직’과 크게 다르지 않은 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 생명의 위협을 받도록 위험하거나, 비인격적인 대우를 참아야 하는 나쁜 일자리는 과감하게 거절할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 그럴 수 있도록 노동의 최저선을 높이고 어떤 사람도 그 이하의 노동으로 밀려가지 않도록 단단하게 지키는 것, 고용형태와 상관없이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사회안전망을 만드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인천공항 사태는 우리 사회가 그런 방향 위에 있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이 느끼는 불안을 그대로 보여 준 일이라 할 수 있다.

필자 황세원은 민간연구소 일in연구소 대표다.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공익위원으로 활동중이다. 국민일보 기자와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홍보팀장으로 일했고 민간 싱크탱크 LAB2050에서 연구실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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