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대한민국은 기후악당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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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대한민국은 기후악당인가?
  • 선정수 팩트체커
  • 승인 2020.07.0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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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서 잇따라 제기되는 '기후악당' 표현 사실관계 확인해보니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6월 11일 열린 제82차 상무위원회에서 "정의당은 그린뉴딜을 제안하면서 기술 모방 국가에서 기술 선도국가가 되고 기후악당국가에서 기후모범국가가 되자고 한 바 있다"고 말했다. 반기문 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은 6월 29일 국회에서 열린 '기후 악당에서 기후 선도국가로, 그린 뉴딜을 통한 기후 위기 대응 강화' 간담회에 참석해 "한국이 호주, 사우디아라비아 등 일부 국가와 함께 기후 악당(climate villain)이라고 비판받는다"고 말했다.  이헌석 정의당 생태에너지본부장은 7월 2일 제 88차 상무위원회에서 "매번 기후악당으로 몰려 억울하다고는 소리만 하지말고 왜 우리나라를 기후악당이라고 부르는지 문재인 정부는 자신의 정책을 돌아보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처럼 기후악당이라는 표현은 정치권, 언론, 환경단체에서 수시로 등장하고 있다. 정말로 한국은 기후악당일까. 뉴스톱은 팩트체크했다.

 

①국제사회는 한국을 기후악당이라고 불렀나? →사실

영국의 기후변화 전문 미디어 '클라이밋 홈 뉴스'는 2016년 4월 "한국이 2016년 기후 악당을 선도하고 있다. (South Korea leads list of 2016 climate villains)"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기후 악당 국가’는 기후변화 대응에 가장 무책임하고 게으른 국가를 말한다.

매체는 국제환경단체인 기후행동추적(Climate Action Tracker·CAT)의 분석 결과를 인용해 한국을 사우디아라비아, 호주, 뉴질랜드와 세계 4대 기후 악당의 하나로 꼽았다. CAT는 기후분석(Climate Analytics), 에코피스(Ecofys), 새기후 연구소(NewClimate Institute) 등 3개 국제 기후변화 연구기관이 2009년 공동으로 설립한 독립적인 연구기관 컨소시움으로, 해마다 32개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가의 ‘감축 행동’을 추적해 분석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한국이 기후 악당 국가로 지목된 이유로는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의 가파른 증가 속도, 석탄화력발전소 수출에 대한 재정 지원, 202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 폐기 등이 지적됐다.

영국의 기후변화 전문 미디어 '클라이밋 홈 뉴스'는 2016년 "한국이 2016년 기후 악당을 선도하고 있다. (South Korea leads list of 2016 climate villains)"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출처:클라이밋 홈 뉴스 홈페이지
영국의 기후변화 전문 미디어 '클라이밋 홈 뉴스'는 2016년 "한국이 2016년 기후 악당을 선도하고 있다. (South Korea leads list of 2016 climate villains)"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출처:클라이밋 홈 뉴스 홈페이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5월12일 국무회의에서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기후악당’이란 말을 듣는 것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코로나19 경제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한국판 뉴딜에 그린 뉴딜을 포함시켜야 하느냐를 놓고 토론이 벌어는데, 조 장관은 그린뉴딜의 당위성을 설명하려다 '기후 악당'까지 꺼내든 것이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한국을 ‘기후악당’이라고 칭하는 것에는 동의하기 힘들다는 반응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도 과거 개발도상국가였으며 당시 기술과 비용 문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석탄화력발전소에 의존한 것 아니냐는 입장이다.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은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미세먼지는 중국 탓, 한국 탓 할 것이 없다. 중국발 미세먼지는 30%라 우리 책임이 더 크다"면서 "'기후 악당이라는 오명을 벗으려면 지속가능한 성장 패러다임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간담회의 주제도 '기후 악당에서 기후 선도국가로 : 그린뉴딜을 통한 기후 위기 대응 강화'였다.


② 한국은 현재 기후악당이 맞나? →사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최근 발표한 온실가스 통계자료를 보면 한국은 화석연료 연소를 통해 2017년 한 해 6억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 세계 7위를 기록했다. 국민 1인당 배출량은 11.7톤이었다. 1위 중국은 92억 5790억톤, 2위 미국 47억 6130만톤, 3위 인도 21억 6160만톤이었다.
러시아와 일본, 독일이 4~6위를 차지했다.

재생에너지발전 비중은 전세계 214개 나라 중 86위에 그친다. 미 중앙정보국(CIA)의 월드팩트북이 2017년 데이터를 기준으로 집계한 순위이다. 

미 중앙정보국(CIA)의 월드팩트북에 따르면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86위에 그친다.
미 중앙정보국(CIA)의 월드팩트북에 따르면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86위에 그친다.

이헌석 정의당 생태에너지본부장은 "이명박 정부가 '저탄소녹색성장'을 한다며 4대강 사업과 핵발전소를 추진할 때 당시 민주당은 '그린워싱'이라며 이명박정부를 비난했다"며 "말로는 '녹색'이지만 사실은 반환경 토건 사업이 가득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지금 문재인 정부에서 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30일 한전 이사회는 인도네시아 자와 석탄화력발전소 투자 계획을 승인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나오고 국내외 환경단체가 문재인 대통령의 그린뉴딜이 '더러운 석탄 계획'이냐며 비판했지만 한전은 계획을 바꾸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국제환경단체들도 한국 정부가 해외 석탄발전 산업에 투자늘 늘리는 것을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UN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제5차 기후변화평가보고서(’14년)에 따르면, 21세기 말까지 산업화 이전에 대비해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을 2℃ 이내로 억제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50년까지 2010년 대비 최대 70%까지 감축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은 사상 처음 7억 톤을 넘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5위를 기록, 적극적인 온실가스 감축 요구를 받고 있다.

회색선은 별다른 변화없이 현재의 정책이 지속됐을 때의 예상 온실가스 배출량이다. 파리협정을 준수하려면 꺾어진 파란색 점선만큼 배출량을 낮춰야 한다. 하지만 대한민국 정부가 세운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는 회색동그라미(Domestic NDC Target)에 위치한다. 따라서 기후변화를 제어하기에는 굉장히 불충분한 수준이라는 국제사회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출처: '탈탄소 사회로의 전환 : 파리협정에 따른 한국의 과학 기반 배출 감축 경로',클라이밋 애널리틱스
회색선은 별다른 변화없이 현재의 정책이 지속됐을 때의 예상 온실가스 배출량이다. 파리협정을 준수하려면 꺾어진 파란색 점선만큼 배출량을 낮춰야 한다. 하지만 대한민국 정부가 세운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는 회색동그라미(Domestic NDC Target)에 위치한다. 따라서 기후변화를 제어하기에는 굉장히 불충분한 수준이라는 국제사회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출처: '탈탄소 사회로의 전환 : 파리협정에 따른 한국의 과학 기반 배출 감축 경로',클라이밋 애널리틱스

 

그러나 대한민국은 온실가스 배출량 줄이기에 적극적이지 않다. 기후‧과학 정책 연구기관 ‘클라이밋 애널리틱스’는 지난 5월 13일 〈탈탄소 사회로의 전환 : 파리협정에 따른 한국의 과학 기반 배출 감축 경로〉 보고서에서 “한국의 현재 탄소 감축 목표는 파리협정에서 정한 목표치의 절반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현재 ‘2030년까지 배출전망치(BAU)의 37% 감축’이란 한국 정부의 목표를 ‘2030년 BAU 대비 74%’로 강화해야 국제 기준에 겨우 부합한다”고 밝혔다.

게다가 대한민국 정부는 이미 70여개 국가가 2050년 이전 달성하겠다고 선언한 ‘탄소중립’마저 사실상 포기했다. 탄소중립은 온실가스 제거량과 배출량이 상쇄돼 순배출량이 ‘0’이 되는 상태로 일명 넷제로(net zero)라고 불린다. 지난 2월 ‘2050 저탄소 사회 비전 포럼’(위원장 조홍식 서울대 교수·이하 포럼)은 ‘2050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LEDS) 검토안을 환경부에 제출했다. 이 검토안에는 탄소중립 달성에 대해서는 “조속히 달성해야 할 목표”, “기술, 비용 등에 대한 광범위한 사회적 논의가 지속해서 이뤄져야 한다”고만 덧붙였다. 필요성은 인정하되 목표안의 하나로 다루지는 않아 사실상 2050년 이전 탄소중립 달성을 포기한 셈이다.

환경부는 지난해 3월 관련 논의를 위해 7개 분과 69명의 분야별 전문가가 참여한 포럼을 설립했고, 지금까지 60여차례 논의를 이어왔다. 포럼이 제출한 검토안은 사실상 우리 정부안의 초안 성격으로 봐야 한다.

여러모로 살펴본 결과 국제사회에서 '선진국'으로 인정받고 있는 대한민국은 기후변화-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분야에 있어선 악당(villain) 취급을 받고있다.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이 곧 저성장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경제계 전반의 영향이 크다.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로 위축된 경제를 살리기 위해 '그린 뉴딜'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기후변화를 늦추자는 국제사회의 문제 의식과는 상당히 동떨어진 모습이다.

경제도 살리고 온실가스도 줄이고 기후변화도 막아내는 신박한 해법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미 백가쟁명의 시대가 열리고 있으니 귀담아듣고 잘 취사선택해 과감히 실행하면 길이 열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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