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수컷 모기도 피를 빤다?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0.07.08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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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가 기승을 부리는 계절이 돌아왔다. 사무실에선 밤새 모기에게 시달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아이와 함께 공원 또는 놀이터에서 놀다보면 낮에도 모기에 물리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모기에 관해 검색해보면 참으로 많은 정보들이 떠돈다. 매우 유용하기도 하지만 아무짝에도 쓸모 없고 혼란만 부추기는 가짜정보들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수컷 모기에게 물렸다는 주장이다. 사실일까? 국내최고 모기 전문가 고신대 이동규 교수와 함께 모기 관련 정보들을 팩트체크했다.

해피펫의 카드뉴스. 수컷 모기도 피를 빤다고 설명했지만 사실과 다르다.
해피펫의 카드뉴스. 수컷 모기도 피를 빤다고 설명했지만 사실과 다르다.

 

① 수컷 모기도 피를 빤다? → 사실 아님

초등학교 때부터 모기는 암컷만 피를 빤다고 배웠다. 알을 낳을 때 단백질이 필요하기 때문에 다른 동물의 피를 빤다고 말이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수컷모기도 피를 빤다는 설이 인터넷에 퍼졌다. 브릿지경제신문은 네이버 포스트 카드뉴스를 통해 "툰드라에 사는 모기들은 암컷 수컷을 가리지 않고 흡혈을 하는데 이로 인해 동물들이 목숨을 잃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전했다. 비슷한 내용을 다음 1boon에 뉴스1 동물전문매체 '해피펫'이 게재하기도 했다. 

두 매체에 보도 내용의 근거를 확인하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다. 브릿지경제신문은 "기사 작성자가 퇴사해 근거를 찾을 수 없다"고 답변했다. '해피펫'은 보도 내용에 기사 작성자가 명시돼 있지 않아 회사로 연락을 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대한민국 최고 모기 전문가 이동규 교수는 "세계 어떤 모기도 숫모기는 흡혈하지 않습니다"라고 단언했다. 이어 "숫모기는 흡혈하고 싶어도 주둥이 자체가 약해 동물 피부를 뚫을 수 없습니다"고 덧붙였다. 툰드라 모기와 관련해선 "툰드라에 사는 모기는 1년 중 여름 한달 동안 번식해야 하므로 발생숫자가 엄청나 숫모기조차 흡혈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브릿지경제의 카드뉴스. 수컷 모기도 피를 빤다고 설명하지만 사실과 다르다.
브릿지경제의 카드뉴스. 수컷 모기도 피를 빤다고 설명하지만 사실과 다르다.

 

② 모기가 코로나19를 옮길 수 있다? → 사실 아님

모기가 코로나19를 옮길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은 세계 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의문이다. 코로나19 확진자의 피를 빨아먹은 모기가 다른 사람을 물었을 때 바이러스가 전파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서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이 전혀 근거없는 우려라고 설명한다. 우리나라 질병관리본부는 "미국 CDC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나 다른 유사한 코로나바이러스가 모기나 진드기 등의 곤충에 의해 전파된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코로나19가 퍼지는 주요 경로는 사람 간 전염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동규 교수는 "모기 체내에 있는 모든 바이러스 종류가 다른 사람에게 전염되지는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사람에게 옮겨서 병을 일으키려면 충분한 양의 바이러스가 모기 몸 안에 있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모기 몸 속에서 바이러스를 증폭시켜야 하지요. 특정 매개체 종류를 통해 감염병을 일으킬 수 있는 바이러스 종류를 플라비바이러스(Flavivirus)라고 하는데, 예를 들면, 뇌염, 지카, 황열, 뎅기열 등 입니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나 에이즈바이러스는 플라비바이러스 종류가 아니므로 옮길 수 없다고 부연했다.

모기특성 및 예방법. 질병관리본부
모기특성 및 예방법. 질병관리본부

 

③ (전자)모기향은 밤새 켜놓고 자는 것이 좋다? → 사실 아님

모기가 기승을 부리면 밤새도록 모기향을 켜놓고 자는 집이 많다. 하지만 살생물제는 기본적으로 인체에도 유해할 수밖에 없다.  질병관리본부는 올바른 모기향 사용방법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살충제 및 모기향 사용시 취침 장소를 밀폐시킨 후 사용하고, 취침 전에는 환기'  

모기가 들어올 틈을 꼭꼭 막은 뒤에 살충제 또는 모기향을 틀어놓고 모기가 다 죽은 뒤에는 꼭 환기를 시켜 모기약(향)이 빠져나가도록 하라는 뜻이다. 살충제 성분과 함께 잠을 자서 득이 될 것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모기약을 제조·판매하는 유한양행도 홈페이지에 "액체 전자모기향은 취침 2시간 전에 켜서 충분히 훈증시킨 다음 잠들기 30분 전에는 꼭 환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해피홈 리퀴드' 사용 상 주의사항엔 "피레스로이드계  성분의 흡입시 중독증상으로 재채기, 비염, 천식, 혼수, 두통, 이명, 구역  등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좁은 방에서 사용할 경우 밀폐 상태를 피하십시오"라고 적혀있다.

이동규 교수는 "모기향은 살충제가 섞인 연기가 나오는 것이고 전자매트 역시 눈에는 보이지 않으나 살충제가 기화되어 나오는 것이므로 밀폐된 실내에서 켜 놓고 자는 건 건강에 좋지 않다"고 조언했다. 그는 "특히 아이들은 체중이 적으므로 살충제에 민감하기 때문에 아이들 방은 잠잘 때 또는 밀폐된 실내에서는 사용하지 않는게 좋다"고 덧붙였다. 

 

④ '인간 모기향' 따로 있다? → 사실

모기에 물린 경험담을 이야기해보면 한 두명 쯤은 유난히 모기에 잘 물린다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인간 모기향', '모기밥'이라는 별명을 가진 이런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모기에 덜 물릴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는다. 정말 모기가 좋아하는 사람이 따로 있을까?

이동규 교수의 설명을 들어보자. "모기가 흡혈 대상을 찾는 방법 중에 가장 강력한 것이 땀냄새와 호흡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이지요. 그러므로 몸에서 땀(대사물질)이 많이 나오는 사람이 모기에게 잘 물립니다." 이 교수 설명에 따르면 땀을 잘 흘리는 사람, 목욕하기 어려운 사람, 나이가 어린 사람(성장기에는 대사작용이 활발함), 비만인 사람 등이 모기가 좋아하는 표적이다.


지구온난화로 한반도에 모기로 인한 감염병 우려 커져

기후변화로 인해 주로 열대 지방에서 창궐하는 모기로 인한 감염병 우려가 커지고 있다. 뎅기열, 지카바이러스 감염증 등이 해당된다. 이 교수는 기후변화가 심해지고 겨울철 기온이 높아지면 우리나라도 안전지대가 아닐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 교수는 "뎅기열과 지카열을 옮기는 모기는 이집트숲모기와 흰줄숲모기인데 흰줄숲모기는 우리나라 전역에 있지요."라고 밝혔다. 이미 병을 옮기는 매개체인 모기들은 우리나라에 서식하고 있는 상태라는 뜻이다.

다만 겨울철 평균기온이 낮아 모기 매개 감염병이 토착화 되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이 질병들이 토착화되려면 이런 모기종의 성충들이 월동을 해야하는데 우리나라 겨울 날씨에 다른 모기종과 달리 흰줄숲모기 성충은 모두 죽습니다. 대신 알로 월동을 하지요. 바이러스를 갖고 있는 성충이 살아있는 채 월동을 하면 그 다음해로 이어져 토착화될 가능성이 있지요."라고 말했다.

겨울철 평균기온이 아열대처럼 10℃ 이상 돼야 성충이 월동할 수 있는데 아직은 그렇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 교수는 "앞으로 2050년 이후에는 겨울철 기온이 10도 이상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니 그 떄는 위험할 가능성이 있지요."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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