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국정원장 등 안보라인 교체...돌려막기인가 파격인가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20.07.06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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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일 안보라인 인사를 전격 단행했습니다. 통일부 장관에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 서훈 국정원장을, 국정원장에 박지원 전 의원을, 그리고 대통령 외교안보 특별보좌관에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설실장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임명했습니다. 문 대통령의 이번 외교안보라인 재편에는 교착 상태에 머물러 있는 남북관계를 풀어내고, 북미 대화를 재추동하는 '촉진자 역할'을 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됩니다. 서훈-박지원-이인영-임종석 선택한 문 대통령, 이 뉴스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1. 믿음인가, 돌려막기인가

문재인 대통령 인사의 뚜렷한 특징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웬만하면 바꾸지 않는다’, 두 번째는 쓴 사람을 또 쓴다’, 세 번째는 정치인을 선호한다입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국무위원에 역대 최장수라는 꼬리표가 속속 붙고 있습니다. 28개월을 재임한 이낙연 총리는 역대 최장수 총리가 되었고,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2개월만 있으면 역대 최장수 국토부 장관이 됩니다. 대통령 취임부터 3년 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직선제 이후 최장수 보건복지부장관입니다. 기획재정부 장관은 평균 임기가 1년인데 홍남기 장관은 17개월로 역대 3번째 장수 기재부 장관이 됐습니다.

쓴 사람을 또 쓰는 것과 정치인을 선호하는 것은 맥락이 닿아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에선 유독 의원 입각이 많습니다. 지난 5월 기준으로 의원 겸직 국무위원으로 정세균 국무총리와 유은혜, 진영, 김현미, 박영선 장관이 있었고, 이낙연, 진선미, 도종환, 이개호, 김영주, 김부겸, 김영춘 등이 여당 국회의원으로 총리와 장관 등을 역임했습니다. 유독 국회의원을 선호하는 것은 국회의원은 청문회에서 한 번도 실패한 적 없다는 현실적 이유, 대통령의 마음을 헤아리고 정책에 반영하는데 능하다는 장점 때문입니다.

이번 인사에도 3대 특징이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정치인들이 대거 입각했고, 쓴 사람을 내치지 않았습니다. 청문회 통과에 대한 고민도 보였습니다. 임종석 전 비서실장은 한때 통일부 장관 하마평에 올랐으나 결국 특보로 임명됐습니다. 장관으로서 청문회장에 설 경우 비서실장 당시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등에 대해 야당의 폭풍 질문이 있을 것을 우려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외교안보라인에 대한 경질 혹은 쇄신 필요성은 지난해 중순부터 꾸준히 제기됐습니다. 지소미아 문제, 북미관계 및 남북관계 경색 등이 이어지면서 쇄신의 필요성이 있었지만 대통령이 너무 상황을 안이하게 봤다가 실기했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게다가 정의용 안보실장 역시 김연철 통일부 장관과 마찬가지고 북미관계 및 남북관계 경색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인데 다시 특보로 임명한 것 자체가 잘못된 시그널을 준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야당에서는 이번 인사를 회전문 인사, 돌려막기 인사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2. 정적도 쓴다 파격의 박지원

문재인 대통령은 가끔 파격인사로 사람들을 놀라게 합니다. 워낙 인사가 보수적이다보니, 작은 변화도 눈에 확 띕니다. 이낙연 국무총리,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장하성 정책실장 등 친문이 아닌 사람들을 깜짝 발탁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이번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는 그중에서도 역대급 파격으로 분류됩니다..

박지원 후보자와 문재인 대통령의 악연은 2003년 노무현 정부의 대북송금 특검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 사건으로 박 전 의원이 징역3년을 선고받았습니다.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특검에 관여한 것은 아니지만 결국 친노와 동교동계가 갈라서는 결정적인 사건이 되고, 동교동계 상당수가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배경이 됩니다. 2015년에는 새정치민주연합 당 대표 자리를 놓고 문재인 의원에게 부산 친노’ ‘패권주의자등 맹공을 퍼부었습니다. 이후 국민의당 창당에 박 의원이 결정적 역할을 합니다. 2017년 대선에서는 박지원 의원이 매일 문 대통령을 비난해 하루를 문 대통령 비판으로 시작한다는 의미의 문모닝이란 별명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박지원 의원을 선택한 이유는 20006.15 남북정상회담에서 물밑 협상을 벌인 경험, 그리고 정치9단이라 불릴 정도로 뛰어난 정무적 감각입니다. 박 후보자는 617일 외교안보 원로 오찬 이후 낙점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때부터 인사검증 절차에 들어갔음에도 박의원은 철저 보안을 유지하며 발표 당일까지 방송에 출연할 정도의 포커페이스를 유지했습니다. 박 전 의원은 본인의 페이스북에 역사와 문 대통령에게 충성하겠다며 페북을 닫았습니다.

 

3. 남북은 명확, 북미는 불투명

이번 인사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에 힘을 싣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는 명확해 보입니다. 하지만 이번 인사가 북미관계 개선엔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입니다. 소위 미국통이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외교부가 중요 상황마다 제 역할을 하지 못해 안보라인 뿐 아니라 외교라인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결국 대통령과 임기를 시작한 강경화 장관은 이번에도 자리를 지키게 됐습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 재선이 불투명한 것과 직접적으로 연결됩니다. 미국에선 트럼프의 낙선 가능성, 재선 실패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 상태입니다. 북한이 재선에 실패할 대통령과 협상을 할 이유가 없습니다. 트럼프 재선을 위한 깜짝쇼에 북한이 동원될 이유도 없습니다. 지난 4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마주 앉을 필요 없다며 미 대선 전 북미 정상회담설을 일축한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결국 한국 정부가 한미워킹그룹의 간섭을 넘어 남북관계를 얼마나 주도적으로 개선할지가 관건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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