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가짜뉴스'의 면역력은 '시민의 역사의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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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가짜뉴스'의 면역력은 '시민의 역사의식'이다
  • 이광수
  • 승인 2020.07.07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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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수 칼럼] '해석 문제'가 아니라 '팩트 문제'인 5.18 역사왜곡

올해는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이다. 40년이란 긴 세월을 지냈음에도 그 진실 하나 제대로 규명하지 못한 상태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 재난으로 40주년 기념식과 여러 기념행사가 생략되거나 연기되거나 조촐하게 치러진 탓에 마음이 많이 착잡하다. 그러는 가운데 이른바 ‘5·18 역사왜곡 처벌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최근 힘을 얻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5·18 폄훼·왜곡에 단호한 대응을 촉구하면서 여당인 민주당이 국회에서 반드시 관련법을 제정하겠다고 나섰다. 과연 이것은 가능한 일일까? 법리 문제를 다루기 전에 역사와 진실이라는 부분에 대해 한 번 성찰 해봐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 이 글을 쓴다.

 

'역사에는 어디에도 정답은 없고 단지 여러 이야기만 있을 뿐이다'라는 포스트모던 역사학 담론은 여전히 유효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역사학에서 팩트 그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저 말은 팩트 그 자체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기보다는 그것을 두고 해석하는 것이 역사학에서 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역사에 진실이 있다면 그것은 팩트 자체가 아니고, 팩트와 팩트 사이의 해석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의미다. 실제로 모던 혹은 전통적 의미에서의 역사학이든 포스트모던 역사학이든 그 안에서 여러 가지 담론과 해석과 역사적 실체를 만들어내지만, 그 어떤 경우에도 팩트 그 자체를 의미 없는 것으로 취급하지는 않는다. 그 팩트에 관해 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에 방점을 찍자는 것이 아니고 어떻게에 방점을 찍자는 것이 현대 역사학에서 모던과 포스트모던의 담론이 함께 추구하는 역사학적 탐구라 할 것이다

이러한 역사학의 상황은 최근 부쩍 늘어난 '518' 관련 가짜뉴스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역사학에서의 논란은 팩트를 인정하는 위에서 무엇이 진실인가에 대한 학문적 논란이고, ‘518’에 대한 것은 논란이라 할 수 없는 가짜뉴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518’ 가짜뉴스가 이러한 해석과 이야기 위주의 다원화 된 역사 해석이 널리 받아들여지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유독 기승을 부린다. 그래서 얼핏 생각하면 해석과 이야기로서의 역사학이 그 가짜뉴스가 활발해지게 하는 자양분을 주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전혀 아니다. 518기념재단이 2012년에 실시한 '518' 왜곡의 기원과 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그 왜곡은 '518'이 정당한 평가를 받고 그 위에서 제도화되어 가는 정도에 따라 비례해 증가해 왔음을 알 수 있다. , '518'이 국가에 의해 정당한 민주화 운동으로 자리를 잡음으로써 '518'을 폭력으로 짓밟고 1,000명에 가까운 (실종자 및 추후 사망자를 포함한) 시민을 죽인 군부 쿠데타 세력 및 그 세력에 빌붙거나 그에 동조하면서 빨갱이낙인의 무기로 여전히 사회의 기득권 세력으로 군림하는 자들이 그 기득권을 빼앗기지 않으려 저항하는 차원에서 가짜뉴스가 범람하는 것이다. 그들로서는 가짜뉴스로 왜곡하고 선동하여 역사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역사적 사실 자체를 원천 무효화 하려고 하는 짓이다.

결국 권력의 문제다. 그 첫 번째 차원은 반공 이데올로기의 권력에 관한 것이다. 한국의 역사에서 그 어떤 의미 있는 일일지라도 그것이 빨갱이와 연결되면 정상적인 역사로 인정받을 수 없다. 그 비근한 예가 독립운동가 약산 김원봉이다. 칠팔십 년대 김대중의 반정부 민주화 운동을 막으려는 시도 또한 그를 빨갱이로 엮으려 하였다. '518'도 마찬가지다. '518'을 원천 부정하려는 가장 좋은 방법은 '518' 주도 세력은 북에서 내려온 간첩 및 그 지역에서 암약하는 고첩들과 연계시키는 것이다. 그들이 처음에 이러한 북한 개입설을 제기할 때는 너무나 낯익은 그래서 너무나 시대착오적인 공세로 간주되어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계속해서 버전을 바꿔가면서 지속적인 왜곡과 폄훼를 해댔고, 그 결과 지금은 일정한 수준에서 상당한 이데올로기적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그 가짜뉴스가 518에 관한 하나의 정치 담론으로까지 성장해 있다. 그렇게 되기에는 유튜브와 같은 SNS 매체가 크게 성장한 배경도 있지만, 박근혜 탄핵과 문재인 정권의 수립으로 인한 수구 세력의 몰락이 그들로 하여금 발작적 저항을 하게 하는 것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랫동안 반()평화통일, 전쟁불사의 반공주의에 기반 한 수구적 태도로 이 사회의 기득권을 향유해 온 국정원, , 검찰, 수구언론, 재벌 등과 암암리에 연결되어 있는 세력들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송두리째 빼앗기는 것에 대한 총력전으로 반격하는 차원이다. 그것이 가짜뉴스라는 것으로 판명될 증거와 논리가 셀 수도 없이 분명하게 서 있을지라도, 이 나라에서는 북한과의 관련성만 늘어놓으면 그 어떤 증거나 논리도 초월하는, 그래서 팩트 자체를 뿌리 채 흔들어버릴 수 있는 극강의 반공 이데올로기가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서 반공을 능가하는 힘을 가진 이데올로기는 아직은 없음을 잘 보여주는 예다.

다음의 차원은 민주주의를 저지하려는 차원이다. 처음에 그 가짜뉴스는 전라도 배제를 통한 영남 패권주의 차원에서 불 질러진 것이었으나, 혐오 이데올로기로 작동하면서 결국 노무현으로 연결된 것을 보면 이 문제는 단순한 전라도 혐오를 넘어가 이 사회가 민주화 되고, 진보화 되고 있음에 대해 혐오하는 것이 되었다. 그들은 '518'을 한국의 민주주의 지지 세력의 원천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정치적 헤게모니를 재생산해야 할 필요성이 있을 때 항상 '518'에 대한 왜곡으로 판을 벌이기 시작해 왔다. 세월호 참사에서부터 촛불과 탄핵이라는 미증유의 사건이 연속선상에서 일어나면서 그들의 권력 기반이 흔들릴 때 그들이 가장 많이 퍼뜨린 것은 '518' 가짜뉴스였다. 민주주의를 저지하기 위해 그 뿌리를 흔들어대는 의도인 것이다. '518'은 그 엄청난 규모의 국가폭력에도 불구하고 약탈 한 번 일어나지 않았고 그 엄청난 수구 세력의 모함에도 이 나라 민주주의의 힘을 제공해주었다.

민주주의의 발전을 저지하려는 세력에게는 '518'은 단순히 가짜뉴스의 위치를 넘어 혐오의 대상으로 자리 잡았다. 일베나 수구 세력이 무엇이든지 이 사회에서 혐오만 있으면 항상 전라도와 연계시킨 것이 전라도는 '518'이고 '518'은 민주주의이기 때문이다. 전라도 사람을 의미하는 '홍어'는 아주 더러운 혐오 언어가 되어 버렸다. 마찬가지 차원에서 '슨상님' 김대중도 혐오 대상이 되었고, 그와 연장선상에 있는 '놈현' 노무현과 '문재앙' 문재인도 마찬가지로 혐오의 대상이 되었다. 조국이 저토록 악마들에게 물어뜯긴 이유도 오로지 그가 그 민주주의의 과정에서 앞장서려고 나선 것 외에는 없다. 정의연과 윤미향도 마찬가지다. 동일한 맥락으로 그들은 이 나라가 친일 극복과 대등한 선린 외교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싫어한다. 그 중심은 문재인이 있으니, 문재인은 반공과 민주주의 그리고 친일 척결의 삼중 타깃이 되는 셈이다.

 

2019년 5월 발표된 리얼미터의 '5.18왜곡 처벌법 제정'에 대한 국민 여론조사. 국민의 60.6%가 처벌에 대해 찬성했다.
2019년 5월 발표된 리얼미터의 '5.18왜곡 처벌법 제정'에 대한 국민 여론조사. 국민의 60.6%가 처벌에 대해 찬성했다.

 

'518' 가짜뉴스가 바라는 것은 궁극적으로 그들이 유포하는 가짜뉴스를 역사학적으로 인정받거나 정설로 올려서 역사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정당한 자리 매김을 받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518'에 대한 그 팩트와 관련된 진실을 역사의 모호함으로 덮어버리고, 다원화 되고 복합화 된 현대 사회의 성격을 최대한 활용하여 사람들을 호도하는 것이다. 언론과 학문의 전통적 경계가 허물어져버린 사회에서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누구와도 공존해야 하는 열린 사회의 성격을 최대한 활용하여 가짜뉴스로 이 역사를 전복하려고 시도하는 짓이다. 그들은 현대 사회에서 복잡한 사건에 대한 설명을 단순한 방식으로 제시하고, 많은 가짜 자료들을 쏟아 붓고, 아무도 그것을 검증하려 들지 않는 분위기에서 가짜 논란을 만들어 유포하여 최소 중간자적인 태도를 유도하려는 것이다. 이는 결국 현대 사회의 역사적 사건에서 진실을 호도하고 그 팩트 자체를 폐기하려는 일종의 특수한 형태의 공격 기제로 사용된다.

현대 사회에서 진실과 해석에 대한 문제가 명확하게 선을 그을 수 없기 때문에 '518' 가짜뉴스를 처벌하는 법적 장치를 완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 틈 사이에서 그들 수구 세력이 창궐한다. 그런데 지만원에게 재갈을 물린다고 해서 그들이 해체되는 것은 아니다. 지만원이 영향력이 떨어지면, 더 강하고 더 더러운 또 다른 지만원이 등장할 것이다. 가짜 뉴스 유튜버는 바이러스 증식하듯 증식한다. 결국 법이 정비되고 시민의 역사의식과 정치력이 성장하면서 그 혐오 세력과 가짜 뉴스는 힘을 잃을 수밖에 없게 되어야 한다. 법이 있어야 하지만, 그보다 먼저 갖추어야 하는 것은 시민의 건강한 역사 의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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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외국어대 교수(인도사 전공)다. 델리대학교 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가락국 허왕후 渡來 說話의 재검토-부산-경남 지역 佛敎 寺刹 說話를 중심으로- 〉 등 논문 다수와 《인도에서 온 허왕후, 그 만들어진 신화》 등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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