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공기전파 가능성] ① WHO는 왜 인정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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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공기전파 가능성] ① WHO는 왜 인정했나
  • 선정수 팩트체커
  • 승인 2020.07.08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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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코로나19 공기전파 가능성 인정>

WHO는 왜 인정했나

일상은 어떻게 달라지나

WHO가 그동안 고수하던 입장을 버리고 공기전파 가능성을 인정했다. 32개국 과학자 239명이 공개서한을 보낸 직후에 나온 조치이다. 그러나 당장 한국의 방역지침이 변경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학자들의 권고가 우리 방역당국이 취해 온 방역 대책과 맥락을 같이하기 때문이다.

 

◈ 239명 과학자가 WHO에 보낸 서한

WHO 베네데타 알레그란지 감염통제국장은 7일(현지시간) 제네바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공공장소, 특히 혼잡하고 폐쇄됐으며 환기가 잘 안 되는 환경에서는 공기 전염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공기전파 가능성에 대해 "우리는 이 분야에서 새로 나타나는 증거가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면서도 "증거를 수집하고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마리아 반 케르코브 WHO팀장도 같은 자리에서 "코로나19의 전파 방식 중 하나로 공기 중 전염과 에어로졸(비말보다 작은 물입자) 전파 가능성에 대해 논의해 왔다"며 "전염을 멈추려면 종합적인 방역 대책이 필요하다"며 물리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 등을 강조했다.

WHO가 홈페이지를 통해 설명한 코로나19 감염경로. 여태까지는 비말과 접촉으로 인한 전파 가능성만 인정했다.
WHO가 홈페이지를 통해 설명한 코로나19 감염경로. 여태까지는 비말과 접촉으로 인한 전파 가능성만 인정했다.

 

32개 나라의 과학자 239명이 WHO에 공개서한을 보낸 직후 나온 언급이다. 과학자 그룹은 WHO에 대해 비말과 접촉으로 전파된다고 했던 코로나19의 감염경로에 공기전파를 포함시키고 방역 수칙을 개정하라고 요구했다. 뉴욕타임스의 보도 이후 한국 언론을 포함해 다수가 이를 인용해 보도했다. 대부분은 '코로나19 공기전파 가능'이라는 문구를 제목에 포함시켰다.

이 공개서한에 한국의 과학자들도 이름을 올렸다. 안강호 한양대 기계공학과 교수, 배귀남 KIST 책임연구원, 고광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이기영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가 그들이다. 뉴스톱은 안강호 교수와 함께 공개서한의 의미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참고해야할 만한 부분 등을 짚어봤다.

 

◈불신 부른 WHO, 과학자들이 나섰다 

코로나19 관련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WHO다. 중국 편향 논란과 늑장 대응, 안일한 상황인식 등으로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유난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갈등을 빚은 끝에 미국은 WHO에서 탈퇴했다. 사면초가에 몰린 WHO가 전문가 그룹의 거센 도전에 직면한 끝에 공기전파 가능성을 인정한 것이다.

239명의 전문가들은 공개서한에서 "공기전파를 빼면 설명이 되지 않는 사례들이 있다"며 지난 1월 중국 광저우 레스토랑에서 발생한 집단 감염을 예로 들었다. 전문가들은 WHO의 코로나19 방역지침이 수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태까지 WHO는 코로나19는 비말 또는 접촉으로 전파된다는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연장선에서 손씻기와 거리두기 비말방지(기침예절 등)를 강조한다. 코로나19 발병초기 국내에서 마스크 착용에 관한 논란이 일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현재 미국, 유럽 등지에서 마스크 착용과 관련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방역지침에 ▲충분한 환기 ▲공기전파 방지대책 ▲공중시설의 과밀 방지를 추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첫번째로 충분하고 효과적인 환기를 제공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깨끗한 실외공기를 제공하고 내부 공기 순환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공공 건물, 작업장 환경, 학교, 병원, 요양원 등을 우선순위로 꼽았다.

다음으로는 일반적인 환기 장치는 공기감염 방지 대책으로 보완할 것을 제안했다. 전문가들은 국소배기장치, 고효율 필터, 자외선(UV)살균램프 등을 예로 들었다. 이와 함께 대중교통, 공공건물의 과밀을 피할 것을 주문했다. 

환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그래픽 자료. 충분한 환기는 바이러스 농도를 낮춰 감염 위험성을 크게 낮춘다.  출처: WHO에 보내는 전문가들의 공개서한
환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그래픽 자료. 충분한 환기는 바이러스 농도를 낮춰 감염 위험성을 크게 낮춘다.  출처: WHO에 보내는 전문가들의 공개서한

◈공기전파 무슨 뜻인가?

공기전파(airbone transmission)란 말 그대로 공기를 통해 감염병이 확산되는 것을 뜻한다. 현재까지 알려진 공기전파가 가능한 질병은 홍역, 결핵, 두창, 수두 등 모두 4종이다. 코로나19는 공기전파 가능성을 놓고 설왕설래를 펼쳤지만 WHO는 현재까지 공기전파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하지만 비말과 접촉으로 인한 전파로 보기에는 명확하지 않은 감염사례들이 국내외에서 다수 발견되면서 코로나19도 공기전파가 가능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돼 왔다.

비말 감염은 보균자가 내뿜는 침방울(5마이크로미터 이상)이 닿는 거리(2~3m 이내)에서 일어나지만 공기전파는 5마이크로미터 미만의 비말핵이 공기 중에 떠다니다가 감염을 일으키는 것이다.

 

◈공기전파 가능 판단 근거는 무엇?

 239명의 전문가들은 붐비고 환기가 충분치 않은 실내 또는 폐쇄된 환경에서의 공기전파 가능성을 우려하며 "손씻기와 거리두기 만으로는 확진자가 공기중에 퍼뜨리는 바이러스를 포함하는 미세 비말(microdroplet)에 대한 보호를 제공하기엔 불충분하다"고 지적한다.

앞서 언급한 중국 광저우 레스토랑 사례는 CCTV영상 등을 통해 관찰한 결과 비말 또는 접촉으로 인한 전파 가능성이 없음에도 최초 전파자의 좌우편에 앉은 다른 가족들이 감염된 사례다. 

중국 연구진들이 발표한 논문에 포함된 광저우 레스토랑 집단감염의 시뮬레이션 결과 이미지. 파란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최초 전파자의 호흡을 통해 발산된 비말이 공기 중에 퍼지는 정도를 나타낸다. 외부 급기가 이뤄지지 않았고 3개의 테이블이 하나의 에어컨으로 냉방이 이뤄지는 구분 냉방 방식이라 공기가 좁은 공간에서 순환하며 바이러스를 확산시켰다는 분석이다.
중국 연구진들이 발표한 논문에 포함된 광저우 레스토랑 집단감염의 시뮬레이션 결과 이미지. 파란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최초 전파자의 호흡을 통해 발산된 비말이 공기 중에 퍼지는 정도를 나타낸다. 외부 급기가 이뤄지지 않았고 3개의 테이블이 하나의 에어컨으로 냉방이 이뤄지는 구분 냉방 방식이라 공기가 좁은 공간에서 순환하며 바이러스를 확산시켰다는 분석이다.

 

식당의 가장 깊숙한 곳에 위치한 3개의 테이블 주변은 자연환기가 원활하지 않았고 테이블 3개가 1대의 에어컨으로 냉방을 하고 있었다. 시뮬레이션 결과 실내 공기는 에어컨 바람을 타고 3개의 테이블 위아래로 순환하는 형태로 이동했다. 식당 내의 다른 테이블들은 별도의 에어컨을 가동했고 감염자가 나온 3개의 테이블 주변 공기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다.

결국 밀폐되고 환기가 원활하지 않은 공간에 보균자가 대화, 기침, 재채기 등 어떤 형태로든 바이러스를 퍼뜨리면 같은 공간에 있는 비보균자의 감염 우려가 높아진다는 해석이다. 전문가들의 또다른 실험 결과는 5마이크로미터 미만의 미세비말(microdroplet)이 수십m를 이동했고, 공기 중에서 검출된 바이러스는 감염성을 띄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의 방역수칙도 바꿔야하나?

239명의 전문가들은 충분한 환기와 공중시설의 과밀 방지 대책 등을 제언했다. 한국의 방역당국이 진작부터 취해왔던 방역 대책과 다르지 않다. 공공시설, 대중교통의 과밀방지는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는 기존 방역 정책에 포함된다. 충분한 환기도 방역당국이 틈만나면 강조했던 일이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본부장 정은경)는 6월22일 브리핑에서 코로나19 확산을 예방하기 위한 에어컨 사용법을 소개했다. 주요 내용은 ▲에어컨 사용 시 실내에 침방울 발생 등이 농축·확산되지 않도록 창문이나 환풍기를 통해 최소 2시간마다 환기하기 ▲에어컨 바람이 사람의 몸에 직접 닿지 않도록 하고, 바람의 세기를 낮춰 사용하기 등이다.

중대본은 특히 “65세 이상 어르신과 만성질환자는 온열질환과 코로나19 모두에 취약하므로 기온이 높아지는 낮 시간대 외출을 최대한 자제할 것”을 강조했다.

감염을 일으키려면 체내로 들어오는 바이러스 농도가 일정량 이상이 돼야 하는데, 충분히 환기를 하면 공기 중 바이러스 농도가 급격히 낮아지기 때문에 감염 가능성도 현저히 낮아진다. 전문가들의 공개서한에도 "양쪽 문(창문)을 활짝 열어놓았을 때 실내의 공기흐름이 급격히 늘어난다"고 밝혔다. 적용하기 쉽고 비용도 들지 않는 공기감염 예방법인 셈이다. 

이 공개서한에 참여한 안강호 교수는 "여러 연구 결과에 의하면 에어로졸 감염도 중요하다는 취지"라며 "실내공간, 특히 공공장소에서의 공기의 흐름 및 에어로졸 제어를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이라고 소개했다. 안 교수는 "여러사람이 모여서 이야기하거나 노래하거나 춤추고 운동하는 실내공간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또 "무증상 감염을 일으키는 특성 탓에 보균자가 공공장소에 대량의 바이러스를 퍼뜨릴 수 있다"며 "정확한 마스크 착용과 환기가 이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대책"이라고 말했다.

선정수   sun@newstof.com    최근글보기
2003년 국민일보 입사후 여러 부서에서 일했다.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 장애인먼저실천운동본부 ' 이달의 좋은 기사상', 서울 언론인클럽 '서울언론인상' 등을 수상했다. 야생동물을 사랑해 생물분류기사 국가자격증도 획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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