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공기전파 가능성] ② 일상은 어떻게 달라지나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0.07.08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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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코로나19 공기전파 가능성 인정>

WHO는 왜 인정했나

일상은 어떻게 달라지나

WHO가 코로나19의 공기전파 가능성을 인정했다. "공공장소, 특히 혼잡하고 폐쇄됐으며 환기가 잘 안 되는 환경에서"라고 제한 조건을 뒀지만 비말과 접촉으로 전파된다는 기존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한국 질병관리본부도 공기전파 가능성은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입장이지만 전례에 비춰볼 때 조만간 WHO를 따를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비말·접촉 전파 방지를 중심으로 짜였던 우리의 일상 방역 지침을 수정해야 할까? 우리의 일상은 공기감염을 막기위해 또다시 달라져야 할까? 뉴스톱이 가능성을 짚어봤다. 

◈제대로 알자. 공기전파

'공기전파'라고 하면 흔히 바이러스가 공기 중에 둥둥 떠다니고 있다는 상상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집 안이든 밖이든 모든 곳에서 바이러스의 공격을 받는 상황을 말이다. 하지만 의학적인 의미의 공기전파는 조금 다르다. 보균자가 대화, 기침, 재채기 등을 통해 배출하는 비말(침방울) 중 5µm(마이크로미터)보다 작은 비말핵이 공기 중에 떠다니다 감염을 일으키는 것을 공기전파라고 한다. 1마이크로미터는 100만분의 1미터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크기는 0.1µm (100nm·나노미터) 안팎이다. 이론적으로는 공기전파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239명이 WHO에 보낸 공개서한에 포함된 이미지. 적절한 환기는 실내 바이러스 농도를 떨어뜨려 감염 위험을 크게 낮춘다.
239명이 WHO에 보낸 공개서한에 포함된 이미지. 적절한 환기는 실내 바이러스 농도를 떨어뜨려 감염 위험을 크게 낮춘다.

 

비말 감염은 보균자가 내뿜는 침방울(5µm 이상)이 닿는 거리(2~3m 이내)에서 일어나지만 공기전파는 감염을 일어날 수 있는 거리가 더 늘어나는 것이다. 그러나 일단 열린 공간에서 비말이 배출되면 대기 중으로 확산돼버리기 때문에 대기 중 바이러스 농도가 무의미한 수준까지 낮아져 감염을 일으킬 수 없게 된다. 바이러스가 체내로 침투해 감염을 일으키려면 반드시 일정 농도 이상이 몸으로 들어와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학자 집단과 WHO는 열린 공간(실외 등)보다는 "혼잡하고 폐쇄됐으며 환기가 잘 안되는 환경"에 주목하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대부분의 집단 감염 사례가 노래방, 콜센터 등 밀폐되고 밀집된 공간에서 발생했다. 일본도 코로나19 예방과 관련해 3밀(밀집, 밀폐, 밀접) 금지를 강조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공기전파 가능성을 언급한 과학자들이 강조한 내용은?

239명의 과학자들은 공개서한에서 전문가들은 WHO가 현재의 방역지침에 ▲충분한 환기 ▲공기전파 방지대책 ▲공중시설의 과밀 방지를 추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①충분하고 효과적인 환기

과학자들은 첫번째로 충분하고 효과적인 환기를 제공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깨끗한 실외공기를 제공하고 내부 공기 순환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공공 건물, 작업장 환경, 학교, 병원, 요양원 등을 우선순위로 꼽았다.

공개서한은 "양쪽 (창)문을 활짝 열어두면 공기흐름이 급속히 증가한다"며 "실용적이고 적용하기 쉬우며 비용도 들지 않는 예방법"이라고 밝혔다. 환기를 시키면 실내 공기의 바이러스 농도가 급격히 낮아진다. 바이러스 감염병이 발병하려면 체내에 대량의 바이러스가 침투해야 하는데 적절한 환기는 바이러스 농도를 급격히 낮춰 감염 위험을 크게 떨어뜨린다.

 

②공기감염 방지 대책: 국소배기장치, 고효율필터, 자외선 살균 램프

다음으로는 일반적인 환기 장치는 공기감염 방지 대책으로 보완할 것을 제안했다. 과학자들은  국소배기장치, 고효율 필터, 자외선(UV)살균램프 등을 예로 들었다. 

국소배기장치는 건물에 외부공기를 불어넣고 실내 공기는 바깥으로 빼내는 기계장치이다. 외부공기를 불어넣을 때 필터를 사용해 미세먼지, 미생물 등을 걸러낸다. 환기가 원활하지 않은 작업장 용도로 고안된 장치도 있다. 

고효율 필터는 부직포 등의 재질로 촘촘하게 그물망 형태로 짜 바이러스가 통과하지 못하도록 만든 필터이다. 공기청정기, 방역용 마스크 등에 사용된다.

UV 살균램프는 자외선을 쬐어 공간 및 표면을 소독하는 장치이다. 극장이나 정밀 장치 제조업 등 창문을 열 수 없는 곳에서 공간소독용으로 사용을 고려할 만하다. 미국 뉴욕의 지하철중국의 대중교통 등에 코로나19 방역용으로 도입돼 시범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현재 국내에도 대학 연구소 등의 실험을 거쳐 코로나19 바이러스 사멸능력을 인증받은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 당국은 아직까지 관련 인증 제도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③공중시설의 과밀방지

실내 공간에 많은 사람이 몰리게 되면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높아진다. 무증상 감염자가 바이러스를 퍼뜨릴 경우 아무도 모르는 사이 실내의 바이러스 농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우리 방역 당국도 줄곧 강조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다중이용시설의 동시 사용 인원을 제한하고, 이용시 최대한 거리를 두고, 올바른 방법으로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하는 것이 우리 방역당국의 지침이다.    

 

◈공기전파 걱정되네... 실내에 소독약이라도 뿌려야하나?

현재까지 우리 방역 당국은 공간소독의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가 비말과 접촉 전파로 확산된다는 전제하에 세운 방역 지침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WHO가 공기전파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방역지침을 개정할 경우 우리 방역 당국의 지침도 개정될 가능성이 크다.

실내 공기 중 바이러스를 잡는다고 소독약을 마구 뿌리는 것은 인체와 환경에 해를 끼치는 일이다.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출처: 환경부]
실내 공기 중 바이러스를 잡는다고 소독약을 마구 뿌리는 것은 인체와 환경에 해를 끼치는 일이다.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출처: 환경부]

 

하지만 실내 공간에 소독약을 뿌려 바이러스를 잡는 방법은 현명하지 않다. 공기 중에 떠다니는 바이러스를 잡기 위해 소독약을 사용할 경우 바이러스를 사멸시킬 수 있는 농도에 이르기 위해선 엄청난 양을 살포해야 한다. 이 경우 인체와 환경에도 해를 끼칠 수밖에 없다. 

충분히 환기를 하고, 실내 공기 재순환을 피하고, 적절한 방법으로 환기를 보조하고, 공기감염 방지대책으로 보완하면 공기전파 가능성도 크게 낮출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이번 과학자들의 공개서한과 이에 대한 반응으로 나온 WHO의 공기감염 전파 가능성 인정은 우리들의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학자들이 제시한 보완 대책은 이미 우리 방역 당국의 권고에 상당 부분 포함돼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중교통 등에 UV 살균램프, 고효율 필터, 국소 배기 장치 등을 적용하는 것은 방역 당국이 신중히 고려해 정책으로 입안하면 될 일이다. 일상을 살아가는 시민들은 붐비는 곳을 피하고, 부득이 가야할 때는 마스크를 올바른 방법으로 착용하고, 손씻기와 기침예절 지키기 등 개인 위생 수칙을 준수하면 불편하긴 하겠지만 큰 걱정 없이 코로나19 사태를 넘어갈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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