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제3의 손정우는 우리 곁에 있다
상태바
제2, 제3의 손정우는 우리 곁에 있다
  • 이고은 팩트체커
  • 승인 2020.07.09 12: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 세계 최대 아동성착취물 사이트 웰컴투비디오(Welcome To Video)’의 운영자였던 손정우씨가 지난 6일 한국 법원(서울고등법원 형사20, 강영수·정문경·이재창 부장판사)으로부터 미국으로의 범죄인 인도 불허 결정을 받았다. 이에 따라 손씨는 미국 교도소행을 면하게 됐고, 이런 법원의 판결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판결 이후 강영수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의 대법관 후보 자격 박탈을 청원합니다 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와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78일 오후 2시 현재 41만 명 이상의 동의를 기록하고 있다. 성범죄자 아동학대 등 강력 범죄자 신상 정보를 공개하는 웹사이트 디지털 교도소에서는 판사의 이름과 사진, 생년월일 등의 개인 신상정보를 게재하기도 했다. 그만큼 이번 사법부의 판단이 국민 여론과는 온도차가 크다는 의미겠다.

 

 

손정우 범죄인 인도 판결, 사건의 시작은

손씨는 20157월부터 20183월까지 28개월간 특수한 브라우저를 사용해야 접속이 가능한 다크웹(Dark Web)에서 아동 및 청소년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투비디오를 운영하며 32개국의 약 128만 명의 회원(유료 회원 4000여 명)에게 아동 성착취 영상물을 거래했다. 손씨는 4억 원 상당의 가상 암호화폐를 받고 음란물을 제공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청소년성보호법),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2심에서 징역 16개월 형이 확정돼 복역, 만기출소했다.

지난 20191016경찰청 사이버안전국과 미국 법무부2년간 해외 30개국과 공조한 아동음란물 다크웹 사이트 사건에 대한 최종수사결과를 발표했다. 한국 경찰청이 미국 국토안보수사국·국세청·연방검찰청·영국 국가범죄청 등과 공조한 수사이며, 최종 32개국에서 337명의 이용자를 검거했다. 이 중 한국인 이용자는 223명이다. 손씨는 지난 427일 만기 출소 예정이었지만, 미국의 범죄인 송환 요구로 인해 출소가 미뤄졌다가 송환 불허 판결로 지난 6일에 출소했다.

 

 

손씨 외에 웰컴투비디오 회원들이 사법처리를 받은 결과는 참담하다. 경찰에 검거돼 기소의견을 달아 검찰에 송치한 것은 217, 법원 선고까지 이어진 것은 손씨를 비롯해 43명 뿐이다. 이중에는 벌금형이 34(벌금액 평균 305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집행유예가 7, 선고유예가 1건이었다.

미국의 손씨에 대한 강제 송환 요청은 1998년 한국과 미국이 맺은 대한민국 정부와 미합중국 정부 간의 범죄인 인도조약 에 의해서다. 국내법인 범죄인 인도법 은 조약을 맺은 국가와 범죄인 인도가 가능하도록 정하고 있다. 법에 따라 청구국의 인도 청구에 의해 소추·재판 또는 형의 집행을 위해 인도를 할 수 있다.

미국 법무부에 따르면 미국 콜롬비아 특별구 연방 대배심20188월 손씨에 대해 6개 죄명, 9개의 혐의로 기소를 했다. 아동 포르노 광고와 광고 공모, 아동 포르노와 배포 공모, 미국 수입을 목적으로 한 청소년 성행위 영상물의 생산, 자금 세탁 등이다. 이후 미국 법무부가 지난해 4월부터 손씨에 대한 강제소환을 요구해온 것이다.

 

미국 법무부의 손정우씨 기소 관련 보도자료
미국 법무부의 손정우씨 기소 관련 보도자료

 

 

미국 송환 불허, 그 이후는?

한국 법원은 손씨에 대해 1심 판결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2심에서 다시 16개월을 선고받아 법정 구속됐지만 재판부는 죄질이 무겁지만 반성하고 있고, 초범이며, 결혼을 해서 부양가족이 있다는 이유로 낮게 양형했다. 지난해 미국이 수사 결과를 언론에 공개하지 않았다면 한국에서 손씨의 끔찍한 범죄 사실들은 조용히 묻혀 버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미국은 웰컴투비디오 수사를 위해 함정수사를 넘어, 아동 성착취물 수사에 인정되는 잠입수사까지 진행했다. 그리고 손씨를 처벌하기 위해 한국에 범죄인 인도를 요청했다. 미국에서 손씨에 대한 범죄 형량은 아동 포르노 광고죄 15~30(동종전과 125~30, 235~무기), 아동 포르노 배포죄 5~20(동종전과 15~40), 아동 포르노 소지죄 5~10, 청소년 성행위 영상물을 미국 수입 목적으로 생산한 죄 15~30(동종전과 125~50, 235~무기)에 달한다. 자금세탁죄는 최고 20년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손씨가 미국에서 기소된 범죄에 대해 유죄 처벌을 받는다면 최소 35년에서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될 가능성이 있었는데, 한국에서 받은 16개월 형은 터무니없이 낮은 형량인 셈이다.

 

 

이렇게 형량 차이가 나다 보니 지난 511일 손씨의 아버지가 아들의 미국 송환을 막기 위해 국내에서 아들을 고소하는 일까지 벌어졌다혐의는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으로, 손씨가 아버지의 개인 정보로 가상화폐 계좌를 개설해 범죄수익금을 거래하고 은닉했으며, 손씨 할머니 병원비를 범죄수익으로 지급해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었다. 손씨에 대해 미국에서 인도 요청을 한 범죄 혐의인 자금세탁죄를 한국에서 처벌받게 해 일사부재리 원칙에 따라 미국에서 처벌받지 않게 하려는 의도였다.

다만 일사부재리 원칙은 한국 사법체계 내에서 적용되므로, 미국 등 다른 국가의 사법체계에서는 다시 처벌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범죄인 인도법 제7인도범죄(인도심사 대상 범죄)에 관해 대한민국 법원에서 재판이 계속 중이거나 재판이 확정된 경우대한민국 또는 청구국의 법률에 따라 인도범죄에 관한 공소시효 또는 형의 시효가 완성된 경우’, ‘범죄인이 인도범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없는 경우등에 인도를 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번에 법원이 미국에 범죄인 인도 불허를 결정한 것도 이 법 조항에 의해서이고, 손씨가 미국에 인도되지 않는다면 해당 혐의에 의해 재판을 받을 수도 없는 것이다.

우리 법원은 손씨의 미국 강제송환 불허와 관련해 범죄인을 청구국에 인도하지 않는 것이 이 사건 조약에 이뤄진 합리적 판단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주권 국가로서 주도적으로 행사할 수 있고, 필요하면 미국과 공조도 적극적으로 할 수 있다면서 이 사건의 결정이 범죄의 면죄부를 주는 것은 아니며 앞으로 이뤄질 수사 과정에 범죄인은 적극 협조하고 정당한 처벌을 받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나 이미 형 집행이 끝난 아동 청소년 성착취물 배포 외에 자금세탁 및 범죄수익 은닉 혐의에 대해 추가 수사가 이뤄진다고 해도, 손씨가 받을 수 있는 최대형량은 징역 5년인다. 범죄수익은닉 규제법 제3조는 특정 범죄를 조장하거나 적법하게 취득한 재산으로 가장할 목적으로 범죄수익 등을 은닉한 자 등에게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 가중처벌시 최고형량의 2분의 1까지 가중되어 최고 76개월형까지만 가능하다. 더군다나 이미 형 집행이 된 청소년성보호법의 법정 형량은 5년 이상의 징역임에도 1심에서 집행유예, 2심에서 16개월형에 불과한 형량을 받았다. 향후 우리 재판부가 더 강한 중형을 선고하기를 예상하기 힘든 부분이다.

손씨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기대하더라도, 형 집행이 완료된 범죄를 제외하고 향후 수사될 자금세탁과 관련해 처벌을 받을 경우 이번과 마찬가지로 범죄인 인도가 어려워질 수 있다. 다만 검찰이 이번 기소 과정에서 일부 혐의를 빠트리고, 다른 나라에서 혐의를 더 찾아내 범죄인 인도 요청을 한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손씨의 범죄인 인도 문제와 별개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온라인 성착취물은 물론 성범죄에 대한 한국 사회와 한국 사법체계의 인식이 시대에 한참 뒤떨어졌다는 지적이 또다시 나온다. n번방 사태로 전국이 분노로 들끓은 것이 불과 몇 개월 전의 일이며, 가수 정준영의 불법 촬영물 단톡방 사건, 양진호의 웹하드 카르텔을 떠올리는 것은 대중에게 어렵지 않은 일이다. 사법체계의 낡은 틀이 성착취 피해자의 눈물을 닦아주기보다, 가해자의 미래를 더욱 걱정하며 솜방망이 처벌을 내놓는 현실은 제2, 3의 손정우가 이미 어딘가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고은   freetree@newstof.com  최근글보기
2005년부터 경향신문에서 기자로 일하다 2016년 '독박육아'를 이유로 퇴사했다. 정치부, 사회부 기자를 거쳤고 온라인 저널리즘 연구팀에서 일하며 저널리즘 혁신에 관심을 갖게 됐다. 두 아이 엄마로서 아이키우기 힘든 대한민국의 구조적 모순에 대해 알리는 일에도 열의를 갖고 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뉴스톱 댓글달기는 회원으로 가입한 분만 가능합니다)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