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도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아야 한다?

  • 기자명 권성진 기자
  • 기사승인 2020.07.21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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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2011년부터 <암관리법>에 근거해 6대암을 지정하고 검진과 예방에 힘쓰고 있다. 6대암은 위암, 간암, 대장암, 유방암, 자궁경부암, 폐암이다. 이들 중 자궁경부암은 백신접종을 통해 예방할 수 있지만 자궁경부암 백신과 관련해서는 여전히 오해가 많다. 팩트체크 미디어 <뉴스톱>이 자궁경부암과 관련한 사실을 정리했다. 

일반적인 백신의 모습. 출처=픽사베이
일반적인 백신의 모습. 출처=픽사베이

 

① 암을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다? → 대체로 사실

암을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은 쉽게 이해하기 힘들 수 있다. 암을 백신으로 예방한다면 암 유병자는 왜 이렇게 많고 사망자는 왜 이렇게 많은지 반문할 수 있다. 

먼저 암은 악성종양의 일종이다. 악성종양이 퍼져서 장기에 손상을 입히고 기능을 방해하는 것이다. 그 중에 위암과 자궁경부암만이 암을 유발하는 바이러스가 명확하게 밝혀졌다. 위암은 헬리코박터 균이 유발하는 경우가 많고 자궁경부암은 인유두종 바이러스가 유발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자궁경부암은 원인이 확실하다. 자궁경부암 환자의 99.7% 이상에서 인유두종 바이러스(HPV)가 검출됐다. 거꾸로 인유두종 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할 수 있으면 유병 가능성을 낮출 수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확인된 인유두중 바이러스(HPV)는 200여 종이고 그 중 암을 유발하는 바이러스는 13종 (16·18·31·33·35·39·45·51·52·56·58·59·66)이다. 가장 최근에 출시된 가다실9의 경우 16·18·31·33·45·52·58형 인유두중 바이러스를 예방할 수 있다. 그 외의 바이러스는 예방한다고 단정짓기는 어렵지만, 이것만으로도 90%를 예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② 남성이 자궁경부암 바이러스를 퍼뜨릴 수 있다? → 사실

남성은 자궁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왜 백신을 맞아야 하느냐고 물을 수 있다. 하지만 자궁경부암을 유발하는 인유두종 바이러스 (HPV 바이러스)는 성행위를 매개로 전염된다. 즉 성관계를 갖는 남성도 인유두종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아야 여성도 자궁경부암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는 것이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 이사회 이사는 “자궁경부암은 ‘성병’이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김 이사는 자신의 병원을 찾은 사례를 소개했다. 남성이 결별을 반복해 3명의 여성을 만났는데 3명 모두 자궁경부암으로 사망한 경우였다. 해당 사례에서 남성이 인유두종 바이러스 보균자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인유두종 바이러스는 ‘남성에게 무해한 것일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남성들도 인유두종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음경암, 항문암으로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남성은 인유두종 바이러스에 감염되더라도 ‘무증상’을 보이기 때문에 경각심이 떨어진다. 이에 대해 김 이사는 “최근 들어서 커플들이 자궁경부암 백신을 같이 맞으러 오는 경우가 늘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선진국과 비교되는 대목”이라고 했다. 

 

③ 남성은 자궁경부암 백신은 보험 적용이 안 된다? → 사실

전문가들은 한국 남성의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률이 낮은 이유로 ‘비용’과 ‘홍보 부족’을 꼽는다. 2018년 한국 보건학회가 발행한 논문인 ‘남녀대학생의 자궁경부암 인식 및 예방에 대한 탐색적 연구’에 따르면 비용과 번거로움, 인식 부족이 많았다. 본인 스스로가 비용을 감내해야 하고 3번을 맞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장애물로 작용하는 측면이 크다는 것이다. 가다실9 백신을 사용해 예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20만원씩 3회 60만원을 비용으로 지불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현재 자궁경부암 백신 지원도 한계가 많다.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의 효과가 극대화되려면 어렸을 때 접종이 이뤄져야 한다. 한국에서는 학교 차원에서조차 교육이 활성화되고 있지 않아 남녀 청소년 모두 필요성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만 12세 여성 청소년을 대상으로 자궁경부암 백신을 국가필수예방접종(NIP)에 포함시켰지만 가다실과 서버럭스일 뿐이다. 최근 많이 보급된 가다실9는 급여대상이 아니다. 

한국 남성이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률이 낮은 모습에 대해 김재연 대한산부인과 협회 이사는 “뉴질랜드와 같은 선진국은 남성 청소년이 HPV 백신을 맞는 것도 의료보험 항목으로 포함시키는 경우가 많다”며 “한국도 홍보와 더불어 비용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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