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가 맞다"는 심상정...'민주당 2중대' 벗어나 진보야당으로 가는 신호탄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20.07.17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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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16일 상무위원회에서 피해자가 위력에 의한 성추행 피해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힌 만큼 피해자로 명명하는 것이 맞다고 밝혔습니다. 심 대표는 피해호소인은 상대를 피해자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기에 적절하지 않다면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심 대표는 이어서 정의당도 초기 언론을 통해서만 사건을 접했을 때 피해 호소인이라는 말을 잠시 썼으나 피해자로 정정해 사용한다. 성폭력 사건 해결의 제1목적은 피해자 치유에 있는 만큼 모두 피해자로 통일해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심 대표는 서울시에 대해서도 발표과정에서 피해호소 직원이라고 지칭하며 성추행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은 건 사건 해결 의지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호칭부터 피해자로 바로잡으라고 지적했습니다.

정치권에서 피해호소인이라는 표현을 가장 먼저 쓴 것은 심상정 대표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10일 박원순 시장 빈소를 찾은 심 대표는 조문 직후 피해 호소인에 대한 신상털기나 2차 가해는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일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피해호소인 아닌 피해자가 맞다는 심상정이 뉴스의 행간을 살펴봤습니다.

 

1. 흔들리는 심상정 리더십

심성정 대표는 지난 14일 류호정 장혜영 의원이 박원순 서울시장 조문 거부 의사를 밝혀 논란이 불거진 것에 대해 두 의원의 메시지가 유족분들과 시민의 추모 감정에 상처를 드렸다면 대표로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습니다. 두 의원의 조문 거부 선언 이후 1000여명의 당원이 탈당을 하는 등 당이 내홍을 겪자 이를 수습하기 위해서 사과를 했는데 오히려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습니다.

지난 13일 피해자측의 기자회견으로 박 시장의 성추행 의혹이 확실시되면서 이미 여론은 박 시장 추모보다는 피해자 보호와 진상규명 쪽으로 옮아가고 있었는데 심 대표의 뜬금없는 사과가 오히려 잘못된 메시지를 줬다는 겁니다. 탈당도 많았지만 20~30대 여성을 중심으로 입당 신청도 몰렸다고 합니다. 조문을 거부한 류호정 의원실에는 후원금을 내겠다는 문의가 하루 수십통씩 왔습니다. 당 대표가 젊은 의원의 소신을 찍어누른 모양새로 비춰지면서 심 대표에 대한 여론도 안 좋아졌습니다. 정의당 여성주의자 모임은 심 대표에게 사과발언 철회를 요구하며 재발방지책을 요구했습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심 대표는 사과 이후 지역에서의 항의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조문거부 사과는 실패한 메시지였다라고 당의 핵심 활동가들에게 말했다고 합니다. 민심의 민감한 변화를 읽지 못하고 메시지 관리에 실패한 심상정 의원의 리더십도 타격을 입었습니다. 어제 서울신문은 <박원순 사태와 함께 심상정 시대도 저무나>라는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심 대표가 피해호소인이 아닌 피해자라고 말한 것은 당내 논란을 해소하고 잘못된 메시지를 수습하기 위해 나온 해결책입니다.

 

2. 민주당 2중대에서 진보야당으로

정의당에겐 민주당 2중대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습니다. 지난해 조국 정국에서 어정쩡한 스탠스로 친조국-반조국 진영으로부터 모두 욕을 먹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4월 총선에서 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에 참여를 거부하면서 정의당의 홀로서기가 시작됐습니다. 지난 3일에는“‘범여권 정의당이란 표현을 가급적 피해주길 부탁드린다고 언론에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범여권이 아니라 진보야당이라는 정체성을 분명하기 하기 위함입니다. 지난 11일 심 대표는 정의당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정의당은 민주당의 2중대인가. 심상정 이후의 정의당은 어떠한 길을 갈 것인가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듣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심상정 대표의 사과때문에 박원순 조문 정국에서 다시 '민주당 2중대론'이 다시 불거졌습니다. 조국 사태와 매우 유사한 패턴입니다. 결국 피해자가 아니라 피해호소인이라고 바로잡은 심 대표의 메시지는 정의당의 '진보야당 선언'이라고 봐야합니다. 정의당의 선택은 진보적 가치에 있어서 민주당과 각을 세우며 홀로서기를 하는 쪽으로 정리한 것으로 보입니다. 심대표가 내년 7월까지로 되어 있는 임기를 접고 다음달 조기 사퇴할 예정이어서 정의당은 새로운 리더십을 만들어야 합니다. 홀로서기의 주춧돌을 깔고 심 대표가 사퇴하는 것으로 정리되는 분위기입니다.

 

3. 어정쩡한 민주당 스탠스

정의당은 노선을 확실히 정한 반면 민주당은 어정쩡합니다. 피해호소인이란 용어는 심상정 대표가 처음 썼지만 본격적으로 정치권에 논란이 된 것은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사과 때문입니다. 지난 13일 이 대표는 당 고위전략회의서 피해 호소 여성의 아픔에 위로를 표하고 이런 상황에 이른 것에 사과한다고 했고, 다음날 민주당 여성 의원들이 발표한 성명서에도 피해 호소 여성에게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각종 논란에도 이해찬 대표는 15피해 호소인의 뜻에 따라 서울시가 피해 경위를 철저히 밝혀주길 바란다며 피해호소인을 고수했습니다. 그런데 피해호소인이란 단어는 박 시장을 고소한 비서를 피해자로 인정못하겠다는 논리가 깔린 것이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합니다.

그런데 이는 문재인 정부의 가이드와는 배치되는 내용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81120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성희롱·성폭력 근절을 위한 공무원 인사관리규정4조에 따르면 피해자의 범위를 성희롱 또는 성폭력과 관련하여 피해를 입은 사람 또는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사람으로 규정했습니다.사실확인을 위한 조사과정에서 피해자와 피해호소인을 구분해선 안된다는 의미입니다. 결국 여성가족부는 박원순 전직 비서는 피해자라고 어제 정리를 했지만 민주당은 공식적으로는 정정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다만 박주민 최고위원 등 일부 당직자들이 피해호소인 대신 피해자라는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 반면 이낙연 의원은 피해 고소인이라고 페이스북에 썼습니다.

16일 리얼미터 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도가 조국 사태 이후 최저치로 폭락했습니다. 야권과 시민사회계의 비판도 거세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박원순 시장과의 관계, 그리고 당내 강경파들 목소리로 인해 피해자라는 용어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습니다. 결국 민주당도 피해자라는 용어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지만 당내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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