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팩트체크] 공소권 없는 사건의 진실 규명은 어떻게?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20.07.20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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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아들, 병역 비리 2심 재판 중단 상태다” 배현진 발언 확인해보니.

박원순 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극단적인 선택이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주었습니다. 또 이 과정에서 ‘공소권 없는 사건의 진실 규명’, ‘사건 당사자들에 대한 호칭’ 등이 논란이 됐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언론에 보도된 팩트체킹 관련 주요 뉴스를 소개해 드립니다.

 

KBS 방송화면 갈무리
KBS 방송화면 갈무리

1. ‘박원순 성추행’ 의혹 사건 공소권 없는데 어떻게?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이 숨진 이후 성추행 의혹 사건은 ‘공소권 없음’ 상태가 됐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진상을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박 시장의 성추행 의혹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이대로 묻힐 수밖에 없는 걸까요? KBS에서 확인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수사기관은 피의자가 사망하면 해당 사건을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하고 종결합니다. 피의자가 사망하면 일방의 주장과 한정된 자료만으로 수사를 진행해야 해서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고, 사실관계를 밝혀내도 기소하거나 처벌할 피의자가 없기 때문입니다. 수사의 실효성을 따진 건데, 매번 이런 이유로 진상규명을 하지 못하고 넘어가 버려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번 사건의 경우, 수사기관은 고소인 A씨가 접수한 성추행 고소 건을 규정에 따라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한다는 방침입니다. 하지만 관련 공무원들에게 그 책임을 물을 수도 있습니다. 관련 인사들이 박 시장의 성추행 사실을 알면서도 무시하거나 진실 규명을 방해했다면 이 부분에 대한 수사가 진행될 수 있습니다. 다만 그렇다고 해도 피의자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박 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대해 충분한 조사가 이뤄지기는 힘들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 때문에 ‘최소한의 사실관계’만이라도 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형사사건으로 다루는 게 한계가 있다면 민사사건으로 다루는 방법도 있습니다. 고소인이 성추행으로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법입니다. 민사법원이 손해 여부를 판단하려면 성추행이 실제로 있었는지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고소인 측은 서울시청 내에서 벌어진 일인 만큼 진상규명을 위해 서울시가 자체 조사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어떤 방식으로 진상조사를 벌일지 다양한 목소리를 청취하며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각계의 진상규명 요구가 계속될 전망이어서 어떤 형식으로든 서울시 자체 진상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는 의견이 많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역할도 주목됩니다. 인권위는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인권침해가 발생할 경우 이를 조사하고 구제하는 업무를 수행합니다. 박 시장 사망과 무관하게 인권 침해 여부에 대한 조사가 가능합니다. 또, 국회 차원에서 서울시에 대한 국정감사나 진상조사도 가능합니다.

 

2. 피해자? 피해 호소인?

이번 사건과 관련해 서울시와 일부 여권 인사들이 고소인 A씨를 ‘피해자’란 호칭 대신 ‘피해 호소인’으로 부르면서 논란이 됐습니다. 무죄 추정의 원칙에 입각해, 피고소인에 대해 ‘범죄자’ 대신 ‘피의자’란 용어를 쓰듯 고소인도 진상이 밝혀지기 전에는 '피해를 주장하는 사람'이란 의미를 담은 ‘피해 호소인’으로 불러야 한다는 논리였습니다. 연합뉴스아주경제에서 확인했습니다.

우선 국내 형사법은 ‘피해자’, ‘피해 호소인’ 등의 구분 없이 ‘피해자’라는 용어를 쓰고 있습니다.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는 “‘성폭력피해자’란 성폭력으로 인하여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 형사소송 절차에 들어선 이상, 판결이 확정되기 전 단계에도 ‘피해자’라는 용어를 씁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4조는 “성폭력범죄의 수사 또는 재판을 담당하거나 이에 관여하는 공무원 또는 그 직에 있었던 사람은 피해자의 주소, 성명, 나이, 직업, 학교, 용모, 그 밖에 피해자를 특정하여 파악할 수 있게 하는 인적사항과 사진 등 또는 그 피해자의 사생활에 관한 비밀을 공개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누설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범죄피해자보호법’ 제8조는 “국가는 범죄피해자가 해당 사건과 관련하여 수사담당자와 상담하거나 재판절차에 참여하여 진술하는 등 형사절차상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판결이 확정된 단계가 아니더라도 형사소송 절차에 들어선 경우 ‘피해자’로 칭하고 있습니다.

천주현 변호사는 연합뉴스 취재에서 “형사 절차가 아닌 사내 감찰이나 조사 시에는 ‘피해자’보다는 ‘신고인’이라는 용어를 쓰게 되나 고소, 신고 등을 통해 형사절차에 들어서면 ‘피해자’로 부른다”며, “피해자라는 개념은 헌법과 형사소송법, 범죄피해자보호법 등에 광범위하게 흩어져 있는 것은 물론 경찰청의 규정과 지침에도 모두 ‘피해자’라고 적시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국내 법률은 피해자를 두텁게 보호하기 위해서 무고로 판명되기 전까지는 피해자로서의 신분을 미리부터 주며, 무고로 판명되면 피해자의 자격을 잃고 오히려 ‘무고 피의자’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민주당의 ‘피해호소인’ 발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하지만 ‘가해자’가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과는 반대되는 상황에서 사용해 논란이 됐습니다.

민주당은 지난 2018년 6·13 지방선거 공천을 앞두고 후보자에 대한 미투 제보가 이어졌을 때도 ‘피해호소인’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당시 박범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무안군수 후보자 공천을 취소하며 “당 젠더폭력대책위원회는 ‘피해호소인’을 면담했다. 보고에 근거해 공천을 취소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지난 1월에는 남인순 민주당 최고위원이 ‘원종건 미투’와 관련해 “피해호소인의 용기를 지지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처럼 가해자가 존재함에도 ‘피해호소인’이라는 단어를 쓴 것입니다.

또 지난 4월 시장 비서실 남자 직원의 성폭행 사건 당시에도 고소한 직원을 ‘피해자’로 지칭한 바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피해호소인’이라는 용어는 2011년 서울대에서 발생한 ‘담배 성폭력’ 사건 논쟁과정에서 등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3. “박원순 아들, 병역 비리 2심 재판 중단 상태다” 배현진 발언 확인해보니

배현진 미래통합당 대변인이 박원순 전 시장의 아들 박주신씨에 대해 “병역비리의혹에 관한 2심 재판이 1년 넘게 중단돼 있다”며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아주경제에서 확인했습니다.

우선 박주신씨 병역비리의혹 관련 재판은 없습니다. 검찰에서 ‘무혐의’로 종결했습니다. 2012년 11월 보수 시민단체인 '사회지도층 병역비리 국민감시단'은 박 씨가 병역법을 위반했다며 검찰에 고발했지만 당시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1부는 이듬해 5월 해당 사건을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했습니다. 박 씨에 대한 병역법 위반 혐의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재판도 성립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이후 또 다른 시민단체인 ‘박주신 병역법 위반 고발시민모임’이 지난 2015년 8월 13일 병역법 위반 혐의로 박 씨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고 검찰은 이 사건을 공안2부로 배당했지만, 또다시 무혐의 결정을 내렸습니다.

배 대변인이 언급한 ‘중단된 2심 재판’은 박 씨의 병역비리가 아니라 해당 의혹을 제기한 양모 씨 등 7인의 ‘허위사실 공표’에 대한 재판입니다.

재판부는 2016년 2월 박 씨의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한 양 씨 측의 주장이 모두 ‘허위사실’이라고 판단, ‘허위사실 공표 부분’에 대해 피고인(양 씨 등 7인) 모두에 유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당시 재판부는 박 씨가 병역비리 의혹 해서를 위해 제출한 의학영상 촬영 등이 조작됐다는 피고인(양 씨 등 7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동시에 촬영자료 속 피사체의 황색지방골수, 치아, 귀 모양 등 신체 특징이 박 씨와 다르다는 피고인 측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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