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민주당 재보궐선거 공천 가능한가?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0.07.20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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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성폭력 사건과 이로 인한 시도지사의 공백을 불러 일으킨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4·7 재보궐 선거를 둘러싸고 설왕설래를 거듭하고 있다. 후보를 공천하든 하지 않든 후폭풍이 예견되기 때문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2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내년 재보궐 선거에 민주당이 후보를 공천하는 문제를 두고 "국민한테 약속을 했으면 공당이 문서로 규정으로까지 약속을 했으면 그 약속을 지키는 게 맞고요. 무공천하는 게 저는 맞다고 보고..."라고 말했다.

 

반면 당권 주자인 김부겸 전 의원은 상반된 입장이다. 김 전 의원은 지난 1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내년 4.7 재보궐선거)이게... 그다음에 치러질 대통령 선거하고 직접적인 영향이 되는, 정당으로서는 사실상 자신들의 가장 어떤 존립의 근거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그런 선거가 돼버렸거든요. 그래서 아까 쉽게 이야기한 우리 당헌당규만 고집하기에는 너무 큰 문제가 되어 버렸다라고 말씀드리고 싶고. 만약에 그렇게 해서 우리가 당헌을 지키기 어려울 경우에는 분명히 국민들에게 거기에 대한 지도부가 설명도 하고 사과도 하는 그런 일이 있어야만 변화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뉴스톱은 민주당의 내년 재보궐 선거 공천과 관련한 이슈를 팩트체크한다.

 

①민주당 당헌은 자당 선출직 공무원이 성범죄로 물러나면 후보를 공천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나?

→ 대체로 사실

더불어민주당 당헌 96조 ②항은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하여 재·보궐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돼 있다. 민주당 내부에선 선출직 공직자의 성폭력이 무공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는 의견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경우엔 재판이 아직 끝나지 않아 형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경우엔 극단적 선택으로 사법적 판단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명확하게 무공천 사유에 해당된다고 하긴 어렵다는 소수 의견이 있다.

20일 오전 jtbc에 출연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문제(성추행)를 그런 확장된 선상(부정부패문제)에서 볼 문제인가라는 점이 있다"며 "서울시장과 같은 상징적인 선거에 주요한 정당이 후보를 내지 않는 것은 당원들의 뜻을 물어 판단해야 될 일이다"고 말했다. 우 의원은 성추행을 부정부패로 볼 수 있는지가 아직 확실치 않다는 것, 그리고 설령 부정부패라 하더라도 당원들이 원하면 후보를 낼 수 있다고 말한 것이다. 

김부겸 전 의원도 20일 강원도의회 기자간담회에서  “두 차례 고비가 있는데 당헌 준수 여부이고, 그 다음은 국민에게 정중히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는 절차가 있어야 한다”며 “선거 현장에서 맞아야할 화살은 지도부가 맞고 후보는 홀가분하게 자신의 의지와 비전을 유권자들에게 제시하는 그런 장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즉 서울·부산시장 후보를 내는 것은 사실상 당헌을 어기는 것이기 때문에 국민에게 사과하고 설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김 의원의 주장이다. 반면 이재명 지사 등은 '무공천'이 당헌에도 부합하고 정치 도의에도 들어맞는다는 입장이다.  종합하면, 민주당 유력 인사들 상당수는 당헌을 무시하고 후보를 내면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이는 성추행을 부정부패로 인식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②당헌·당규는 정무적 판단에 의해 바뀔 수 있나? - 사실

우리나라 정당은 대체로 강령-당헌-당규-윤리규범 등의 내부 규율 시스템을 갖는다. 이 가운데 강령(또는 기본정책)과 당헌은 정당을 창당해 등록할 때 반드시 갖춰야 할 필수요소이다. 강령이 당의 지향점과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헌법과 같은 역할을 한다면, 당헌은 당의 조직과 운영을 규정하고 있는 법률과 같은 역할을 한다.

현행 민주당 당헌 15장은 당헌 개정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당무위원회 의결 등으로 발의되고, 전국대의원대회 재적 과반수의 찬성 또는 중앙위원회  재적 중앙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된다. 언제든 고칠 마음이 있으면 고칠 수 있다는 뜻이다.

김부겸 전 의원 등 공천 강행 의지를 내비치는 쪽은 내년 4·7 재보궐선거가 차기 대통령 선거에까지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다.  

③당헌·당규를 고치지 않고 공천할 수 있나?

→ 절반의 사실

김두관 의원은 지난 4월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원칙만 말하면 민주당은 부산시장 선거에 후보를 내야 한다"며 "잘못했으면 잘못한 대로, 잘했으면 잘한 대로 선거로 심판받는 것이 민주주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 상태에서 민주당이 내년 재보궐 선거에 후보를 내면 당헌·당규 위반이 된다. 공천을 결정하는 순간 당 지도부가 당헌을 위반하는 모순에 빠지게 되고 안팎으로 극심한 역풍을 맞게되는 수순이다. 때문에 김부겸 전 의원 등이 '대국민 사과'를 당헌 개정의 전제로 내세우는 것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민주당 내부에선 성추행 사건 자체가 부정부패라기보다는 개인의 일탈로 보는 시각이 일부 존재한다. 이를 개인 일탈로 규정하면 당헌 개정 없이 공천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 이는 해석과 판단의 영역이라 선거 몇 달 전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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