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과 내통" vs "매우 부적절"...통합당이 박지원 낙마에 집중하는 이유는?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20.07.21 08:2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미래통합당이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를 '적과 내통한 사람'이라고 지칭한 것에 대해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어제 오후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에게 야당이 적과 내통한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말했다. 아무리 야당이라도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느냐고도 했다"고 밝혔습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지난 19일 이승만 전 대통령 55주기 추모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에게 "박지원 후보자가 통일부 장관이라면 달리 볼 수 있지만 국정원은 대한민국을 최전선에서 지키는 정보기관인데, 내통하는 사람을 임명한 것은 그 개념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박지원은 과 내통하는 사람' 발언 지적한 대통령, 이 뉴스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1. 박지원에 대한 근본적 불신

인사청문회 대상 4명 중 야당이 가장 반대하는 사람은 박지원 후보자입니다. 미래통합당은 박 후보자의 부적절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습니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지난 7일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박지원은 차라리 통일부 장관이면 모르겠으나 정보를 수집하는 기관의 수장으로는 맞지 않다고 반대를 명확히 했지만 이인영 후보자에 대해선 정책적인 것을 들어보고 판단하겠다며 여지를 남겼습니다. 주 원내대표는 20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적의 동향과 정보를 최일선에서 면밀히 파악해야 하는 정보기관이 국정원인데 그 수장 자리에 '정보맨'을 안 보내고 북한하고 협상할 사람을 보내는 것은 국정원을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발언을 종합하면, 미래통합당은 국정원을 남북관계 개선의 지렛대로 사용하려는 문재인 대통령의 구상에 대해 부정적입니다. 박 후보자가 국정원장이 될 경우 무슨 일을 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는 것을 엿볼 수 있습니다. 정치 9단이라 불리는 노회한 정치인 박지원이 정보기관을 장악하게 되면, 국정원이 정치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미래통합당은 대북퍼주기론을 제기하며 북한과의 협상에 반대해왔습니다. 퍼주기론에 딱 들어맞는, 상징적 인물이 대북송금으로 실형을 받은 박지원입니다. 게다가 북한에 대한 국내 여론이 최근 급격히 안 좋아졌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문제제기를 해도 불리할 것이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2. 색깔론에 대한 역공

박지원 후보는 20일 입장문을 내고 후보자에 대한 근거 없는 색깔 공세로 대단히 모욕적인 발언이다. 청문회를 앞두고 야당이 흠집 내기와 낡은 색깔론을 펴고 있지만, 정치적인 공세에도 지켜야 할 선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과 매우 일맥상통합니다. '적과 내통했다'는 야당 주장이 국민들에게 호소력이 있지 않을 것이다, 색깔론 구태정치로 인식될 것이란 판단을 한 겁니다. 

이번 인사청문회와 관련한 문 대통령의 발언은 이번이 유일합니다. 박 후보자에게 어떻게 해서든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지가 명확합니다. 남북관계 개선은 경제 문제와 함께 정권의 성패가 달린 문제입니다. 앞으로도 국정원이 남북관계 개선에 일정 정도 역할을 해야하는데, 그때마다 야당이 적과 내통했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일정정도 선을 긋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탕평책의 일환으로 자신을 비판하던 사람을 국정원장에 앉혔기 때문에 명분도 충분하다는 판단을 했을 겁니다. 지난 8일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박지원 후보자 인사에 대한 긍정은 51.3%로 이인영 44.6%보다 높았습니다. 보수진영에서도 상대적으로 더 긍정적으로 평가를 한 것입니다.

 

3. 한방을 준비하는 야당

20일 김창룡 경찰청장, 한상혁 방통위원장 후보자를 시작으로 23일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 이어 27일에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열립니다. 야당의 승부처는 다음주 박지원 후보자 청문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정보위 통합당 간사인 하태경 의원은 박 후보자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의 학력 사항과 1996년 발간한 자서전의 내용이 서로 다르다며 학력위조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하 의원은 페이스북에 박 후보자가 쓴 자서전과 199615대 국선(부천 소사) 공보물에 광주교대 졸업은 없다. 그때 없었던 광주교대 졸업이 갑툭튀한 것이라며 국정원장 후보자로서 거짓말 자서전이었는지 학력위조인지 국민과 청년들에게 분명히 밝히라고 촉구했습니다. 야당은 박 후보자의 군 복무와 대학졸업 문제, 5000만원을 빌린 뒤 5년 이상 이자도 갚지 않은 문제 등을 이미 집중제기한 바 있습니다. 야당은 '결정적인 한방'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야당은 박 후보자의 이념과 정치성향을 문제제기하고 있지만 실제 화력은 후보자를 낙마 시킬 수 있는 도덕성 문제에 집중하는 모양새입니다. 간만에 찾아온 인사청문회입니다. 문 대통령이 야당의 인사청문회 공세에 부담을 느껴 장관 경질을 안한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이번 정부에선 인사청문회가 드물게 열리고 있습니다. 통합당은 가능하면 박지원 후보자를 낙마시키고, 최소한 이번 청문회에서 정치적 이득을 보겠다는 의지가 매우 강해보입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