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뉴딜이 아니라 '느린 뉴딜'...전면적 태양광·전기차·동아시아 슈퍼그리드가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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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뉴딜이 아니라 '느린 뉴딜'...전면적 태양광·전기차·동아시아 슈퍼그리드가 해법
  • 박재용
  • 승인 2020.07.23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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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용의 과학체크] 뉴노멀 전력과 기후위기 극복 방안

그린뉴딜에서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얼개가 나왔다. 정부는 태양광·풍력(육상, 해상) 등 신재생에너지 산업 생태계 육성을 위해 113000억 원을 투입해, 대규모 R&D·실증사업과 설비 보급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태양광·풍력 발전용량을 2025년까지 지난해 대비 3배 이상 확충(12.7GW 42.7GW)하는 것이 목표다.

대규모 해상풍력단지 입지발굴을 위해 최대 13개 권역의 풍황 계측·타당성 조사 지원에 나선다. 경남 창원 해상풍력터빈 테스트베드와 전남 영광 실증단지 등 배후·실증단지 구축도 추진된다. 태양광 분야에서는 주민참여형 이익공유사업 도입, 농촌·산단 융자지원 확대, 주택·상가(20만 가구) 등 자가용 신재생설비 설치비 지원 등의 사업이 진행된다.

3배라니 엄청나 보인다. 하지만 기준이 되는 2019년 태양광 및 풍력 발전량은 전체 전력 생산량의 단 2.55%에 불과하다. 전력 생산량이 증가하는 걸 따지지 않아도 2025년 비중은 7.65%에 불과하다. 전력 생산량은 지속적으로 늘어나니 아마 7% 내외가 될 것이다. 이 정도면 그린 뉴딜이 아니라 느린 뉴딜이라 불러도 뭐라 못할 정도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지구 기온 상승폭을 1.5도로 줄이기 위해 전 세계에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현 수준의 절반으로 줄여야 하며 2050년까지는 탄소 배출량 제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연 이번에 발표한 그린 뉴딜 정책으로 이 과제를 달성할 수 있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전력산업은 우리나라 탄소배출량의 34%를 차지한다. 2030년을 목표로 전력생산에서 화석연료를 완전히 퇴출시켜야 하는 이유다.

전력산업이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전력으로 다른 에너지를 대체해야 하기 때문이다. 내연기관 자동차를 전기자동차로 완전히 대체할 수 있으면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대기 오염이 줄어드는 것도 큰 강점이다. 또한 지역난방과 개별난방도 도시가스에서 전기로 바꾸면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큰 폭으로 줄어든다.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각종 공장에서도 전기에너지로 대체해야 한다. 즉 모든 에너지의 전력화가 요구된다. 이를 위해선 전기 에너지 생산량이 늘어나야 한다. 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큰 과제다.

이를 위해 크게 세 가지 지점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가장 먼저는 발전 부문이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송전 시스템전력 저장 시스템이다. 기존의 중앙집중식 발전 시스템과 달리 전국적으로 분산된 신재생에너지 발전에서는 이를 필요한 곳에 정확히 보낼 수 있는 스마트 그리드가 요구되며 또한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를 해결할 전기저장장치의 광범위한 보급이 요구된다. 먼저 발전 부문을 살펴보자.

 

① 국토의 가능한 모든 곳에 태양광·풍력발전 도입해야

2018년 석탄과 석유 및 천연가스에 의한 발전량은 39만6900기가와트 정도다. 그 외 원자력 13만3505기가와트 태양광 발전 8,239기가와트이며 풍력 2,454기가와트다. 전력생산량이 지난 10년을 평균내면 매년 1만4100기가와트 정도씩 늘어났음을 고려하면 매년 4만5000기가와트 정도를 신재생에너지, 결국 태양광발전과 풍력발전으로 대체해야만 10년 뒤 화석연료 발전을 완전히 정지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지금 정부의 그린 뉴딜이 느리고 느리다는 이유다.

지구 온난화란 단어 대신 기후 위기라는 단어를 쓰는 이유는 현재의 상황이 전시에 준하는 시급성을 띠고 있다는 뜻이다. 이게 과연 가능할까를 고민하기보다는 어떻게 가능하게 할 것인가로 고민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 핵심은 가능한 모든 곳에 태양광발전과 풍력발전을 도입하는 것이다.

2018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고속도로 총연장은 4,766킬로미터이다. 고속도로 위로 5미터 정도 높이로 폭 20미터의 태양광패널을 설치하면 총 면적 8만5788제곱킬로미터(90% 기준)가 가능하다. 대략 시간당 26기가와트의 전기생산이 가능한 양이다. 평균 발전 시간을 하루 3.5시간으로 잡으면 91기가와트 정도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1년이면 33천 기가와트 정도가 된다. 설치 가능한 모든 도로 위에 태양광을 설치하면 그 면적은 더 늘어날 것이다.

공공건물과 모든 공장의 지붕과 주차장 야적장에 태양광 패널 설치를 의무화할 수도 있다. 관리는 기업에 맡기지 않고 정부가 직접 관리해야 한다. 대신 지붕의 태양광에서 발생한 전기를 일차적으로 해당 기관이나 공장에서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전기료를 일정하게 할인하는 등의 유인책을 쓸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노령화되는 농업 인구와 쌀의 과생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논에 태양광을 설치하는 사업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멀쩡한 산을 파헤치지 않아도 태양광 발전을 할 수 있는 장소는 많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곳에서 시작해야 한다. 개인 주택이나 집합 주택도 마찬가지로 태양광 설치를 현재보다 더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풍력 발전도 더 빠르게 키워야 한다. 현재 발전 단가에서도 풍력은 기존 화력발전과 충분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음이 유럽의 사례에서 증명되고 있다. 풍력은 밤에도 발전이 가능하므로 야간 전력 공급에 커다란 역할을 하게 된다. 육상 풍력보다는 해상 풍력이 환경 생태적 측면에서 피해가 훨씬 덜 하고 바람의 질도 좋아 효율도 높다. 물론 어장에서 생계를 꾸리는 어민과의 마찰이 당연히 있다. 해상풍력 발전 수익금의 일부를 지역 공동체에 지원하는 등의 방안을 통해 이를 극복하고 해상풍력단지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

 

②  전기차 배터리를 전기 저장장치로 활용

정부의 그린 뉴딜에서 목표로 하는 일자리 창출은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하지만 반대로 화력발전소가 문을 닫게 되면 그 곳에서 일하던 노동자와 발전소 주변의 지역 경제는 심각한 문제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발전 노동자들의 경우 그린 뉴딜로 생기는 새로운 일자리에 배치하고 관련한 전환교육을 실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노동의 지속성을 보장해주어야 한다.

또 하나 문제는 태양광과 풍력발전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점이다. 즉 우리 필요에 따라 생산량을 조절할 수 없다는 점이다. 특히 태양광은 밤에는 전혀 이용할 수 없다. 하나의 방법은 에너지 저장 장치의 보급이다. 이와 관련해서 주목할 것은 전기자동차다. 전기자동차의 배터리는 보통 5년에서 10년이다. 그런데 이는 배터리 용량이 70%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을 기준으로 한다. 즉 저장장치로서의 기능을 여전히 수행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전기자동차의 배터리는 교환 뒤 적절한 가공과정을 거치면 다시 에너지 저장 장치로 사용할 수 있다. 기후위기 돌파를 위해서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를 전기자동차로 바꾸는 일은 이미 시급한 일이다. 전기자동차의 가격 경쟁력도 이제 내연기관 자동차와 경쟁 가능한 수준까지 올라왔다. 전기자동차 보급이 더 급속히 이루어지면 이 배터리를 이용한 저장 장치의 공급 또한 가능해진다. 기존의 ESS와 같은 기업형뿐만이 아니라 대형 건물 공장 등에 EMS 설치를 의무화하면서 분산된 전기 저장 환경을 구축해나가야 한다.

 

③ 동아시아 슈퍼그리드 구성해야 

또 다른 하나는 일본과 몽고 중국 북한 러시아 등과 슈퍼그리드를 만드는 것이다. 해가 비치는 시간대가 서로 다르니 태양광 발전이 불가능한 시간대가 줄어든다. 풍력도 분산된 발전 환경에서는 평균치에 근접하는 발전량을 꾸준히 생산하게 된다. 전력망이 넓으면 넓을수록 돌발변수에 대응하기가 쉬워진다. 일본에 태풍이 불어 태양광과 풍력발전이 줄어들면 우리나라나 몽골 중국에서 전력을 제공할 수 있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아직 갈 길이 멀고 중국과 일본의 정치적 사정을 고려해야겠지만 그것은 정부의 일이고, 민간 차원에서의 동북아 슈퍼그리드 구성을 촉구하는 운동은 세 나라의 시민사회단체들이 연대하여 당장 시작할 일이다. 이 슈퍼그리드의 전제는 우리나라 내부적으로 스마트 그리드를 구축하는 것이다.

물론 전력산업만 재편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다른 부문에서도 획기적인 탄소저감, 탄소 배출 제로 대책이 만들어져야 한다.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발생량 절반을 줄이고 2050년 넷제로Net-Zero를 달성하기 위해선 전 사회적으로 비상한 각오로 달려야 한다. 2020년 이후의 우리는 기후위기라는 상존하는 위협에 대응하는 뉴노멀을 만들어내야 한다.

박재용    chlcns@hanmail.net  최근글보기
과학저술가. <경계 생명진화의 끝과 시작>, <짝짓기 생명진화의 은밀한 기원>, <경계 배제된 생명의 작은 승리>, <모든 진화가 공진화다>, <나의 첫 번째 과학공부>, <4차 산업혁명이 막막한 당신에게>, <과학이라는 헛소리> 등 과학과 사회와 관련된 다수의 책을 썼다. 현재 서울시립과학관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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