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이재명 "무공천 주장한 적 없다"?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0.07.22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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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대법원의 무죄취지 판결 이후 연일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다. 오늘은 이 지사가 '말 바꾸기 논란'에 휩싸였다. 내년 재보궐 선거에 민주당이 서울, 부산 시장 후보를 공천해야 하는지를 놓고 발언한 내용이 어제와 다르다는 논란이다.

22일 이 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서울, 부산시장 공천에 대한 입장>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 지사는 "민주당의 서울시장 부산시장 공천여부를 놓고 많은 논란과 제 입장에 대한 오보들이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이 지사는 "저는 서울, 부산시장 무공천을 '주장'한 바가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글을 두고 많은 언론들은 이 지사가 '말 바꾸기'에 나섰다고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이틀만에 말 바꾼 이재명 "서울·부산시장 공천, 당이 결정할 일">, KBS는<“서울시장 무공천 맞다”던 이재명 “불가피하다면 약속 어겨야”> 등의 제목으로 보도했다. 뉴스톱은 과연 이 지사가 말을 바꾼 것인지 팩트체크했다.

①이재명, '무공천' 언급했나? →사실

이 지사는 지난 2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전화연결을 통해 "공천하지 않는 게 맞고요", "무공천 하는 게 저는 맞다고 보고" 라며 두 차례 무공천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다음은 해당 방송의 대화내용이다.

◇ 김현정> 당에서는 4월 보궐선거가 확정된 곳에 대해서 후보자를 내느냐 마느냐 가지고 고민이 깊은 것 같습니다. 일단 김부겸 당대표 후보는 국민들께 사과를 드리고라도 내야 한다 후보를. 왜냐하면 여당의 어떤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어떻게 보세요?

◆ 이재명> 제가 답하기 어려운 것만 다 물어보셔서. (웃음)

◇ 김현정> 답하기 어려운 거라서 질문드립니다. (웃음)

◆ 이재명> 그래서 제가 답변을 회피하는 건 옳지 않은 것 같아서요.

◇ 김현정> 그런 스타일은 아니잖아요.

◆ 이재명> 정말 고민을 많이 했는데 이거 피하고 싶었는데요. 그런데 물어보시니까 말을 안 할 수가 없어서요. 저는 정치인은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장사꾼도 신뢰를 유지하려고 손실을 감수합니다. 예를 들면 내가 얼마에 팔기로 약속을 했는데 갑자기 가격이 폭등해서 누가 2배로 주겠다고 하더라도 그냥 옛날에 계약한 대로 팔죠. 신뢰가 중요하니까. 몇 배가 남는 걸 버리는 게 장사꾼입니다. 장사꾼도 신뢰가 중요하잖아요. 정치는 어떻습니까? 안 믿잖아요. 또 거짓말하는구나.

◇ 김현정> 그렇죠.

◆ 이재명> 그런데 우리는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저는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는데요. 우리가 그렇게 말도 아니고 규정으로, 무슨 중대한 비리 혐의로 이렇게 될 경우에는 공천하지 않겠다고 써놨지 않습니까?

◇ 김현정> 당헌당규에 썼죠.

◆ 이재명> 그러면 지켜야죠. 저는 이런 상황을 상상을 못 했죠. 그렇다고 이걸 중대 비리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 김현정> 그렇죠.

◆ 이재명> 그러면 저는 정말 아프고 손실이 크더라도 기본적인 약속을 지키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공천하지 않는 게 맞다고 생각하고요.

◇ 김현정> 그러면 손해가 상당할 수도 있을 텐데?

◆ 이재명> 엄청나죠.

◇ 김현정> 대선까지 연결되는 보궐선거일 수도 있기 때문에, 영향력이 말입니다.

◆ 이재명> 우리 당원이나 아니면 우리 민주당 지지자분들이 보시면 저를 무책임한 소리가 아니냐 하시겠지만 당연히 엄청난 손실이고 감내하기 어려운 게 분명한데 그래도 우리가 국민한테 약속을 했으면 공당이 문서로 규정으로까지 약속을 했으면 그 약속을 지키는 게 맞고요. 무공천하는 게 저는 맞다고 보고.

◇ 김현정> 그렇게 보시는군요.

◆ 이재명> 두 번째로는 도저히 견딜 수가 없다, 이게. 정치적으로. 그러면 저는 당이 국민에게 석고대죄하고 그다음에나 겨우 규정 바꾸고 그건 당연히 내부적으로 당연한 일이고 규정 바꿔준다고 될 일은 아니고 국민한테 석고대죄하는 정도의 사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내지 말아야 한다. 신뢰의 문제다. 장사꾼도 이렇게 장사 안 한다, 그 말씀. 

②이재명, 공천 가능성을 언급했나 → 사실

이 지사는 방송 당시 공천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지사는 "도저히 견딜 수가 없다... 그러면 저는 당이 국민에게 석고대죄하고 그 다음에나 겨우 규정 바꾸고... 국민한테 석고대죄하는 정도의 사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현 당헌에 어긋나는 공천 결정을 내리게 될 상황이라면 대국민 사과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의견을 나타낸 것이다.

MBN 화면 캡처
MBN 화면 캡처

 

③이재명, '무공천'을 '주장'하지 않았나? → 절반의 사실

방송 진행자는 "알겠습니다. 내지 말아야 한다. 신뢰의 문제다. 장사꾼도 이렇게 장사 안 한다. 그 말씀." 이라고 정리했다. 앞서 이 지사가 공천을 할 경우 대국민 사과를 '세게'하고 진행할 수 있다는 뉘앙스를 내비쳤음에도 진행자는 '무공천'으로 정리하고 다음 주제로 넘어간 것이다. 이 지사도 진행자의 정리 멘트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고 다음 주제로 넘어가버렸다.

이후 이 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인으로서 국민과 당원들의 관심이 집중된 이 현안에 대해 생방송에서 예정되지 않은 '내심의 의견'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취할 태도는 답변회피, 거짓말, 사실대로 답변 세가지"라며 "거짓말은 할 수 없습니다. 답변회피는 정치기술로 매우 중요하지만 이 역시 대국민 기망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저로서는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그래서 사실대로 답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런데 저의 이상과 현실에 대한 전체 답변중 이상에 대한 발언만 떼어 제 실제 의사와 다르게 보도되고 있는 점은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원칙을 지키는 것이, 청산되어 마땅한 적폐세력의 어부지리를 허용함으로써 서울시정을 후퇴시키고 적폐귀환 허용의 결과를 초래한다면, 현실을 선택하는 것이 더 낫다"고 부연했다. 이어 그는 "다만 이 경우에 약속을 어길 수밖에 없는 사정을 국민들께 석고대죄하는 자세로 설명드리고 사죄하며 당원의 총의로 규정을 개정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종합하면 무공천을 마음 속에 담아두고 있던 이 지사는 먼저 원칙론에 입각한 무공천을 얘기한 뒤 사과 뒤 공천이라는 현실론을 덧붙여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었다. 하지만 무공천이 너무나 부각되는 바람에 정치적 부담을 떠안게 됐고 또다시 이를 수습하기 위해 무공천을 '주장한' 것은 아니라는 옹색한 해명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재명 지사가 사과뒤 공천이라는 해법을 언급한 것은 분명 사실이기에 "무공천을 '주장'하지 않았다"는 이재명 지사의 주장은 절반의 사실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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