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명언 팩트체크] "케이크를 먹여라" 마리 앙투아네트의 망언?

  • 기자명 권성진 기자
  • 기사승인 2020.07.27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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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명언들이 판 치고 있다. 뉴스톱은 대표적인 가짜 명언을 모아 왜곡과 날조의 역사를 살피고자 한다. 적게는 몇 년, 많게는 수백 년 동안 이어져 온 문장들이다. 잘못된 말들이 퍼지는데 대체로 정치인과 언론이 앞장을 섰다. 전혀 출처를 짐작할 수 없는 것도 있다. 이들 격언의 진위를 폭로하는 기사 또한 많으나 한번 어긋난 말들의 생명력은 여전히 질기다. 뉴스톱은 시리즈로 가짜명언의 진실을 팩트체크한다.

<가짜명언 팩트체크> 시리즈

① 중립을 지킨 자에게 지옥이 예약? 단테는 그런 말한 적 없다

② 동의하지 않지만 말할 권리를 위해 싸우겠다? 볼테르 발언 아니다

③ 국민은 자신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 선관위도 속은 명언

④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무한도전이 퍼뜨린 가짜 신채호 명언

⑤ 내 옆으로 와 친구가 되어 다오? 카뮈는 말한 적 없는 '감성명언'

⑥ 유명해지면 똥을 싸도 박수 쳐준다? 한국에서만 쓰이는 앤디 워홀 명언

⑦ 소크라테스 명언으로 알려진 '악법도 법’ 사실인가 아닌가

⑧ 대처는 "Design or Resign"이란 말을 한 적 없다

⑨ ‘한 문장이면 누구나 범죄자’ 오용된 괴벨스

⑩ 각색된 프랑수아 트뤼포의 '시네필 3법칙'

⑪ 늙어서도 사회주의자라면 머리가 없는 것? 포퍼도 처칠도 한 적 없는 말

⑫ 플라톤이 말한 “정치를 외면한 대가”의 진실

⑬ 권력을 줘보면 인격을 안다? 링컨이 한 말 아니다

⑭ 링컨이 '모든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고 말했다?

⑮ 퍼거슨의 '트인낭'은 오역인가

⑯ "케이크를 먹여라" 마리 앙투아네트의 망언?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게하세요."

“let them eat cake”

-마리 앙투아네트-

 

용례

프랑스 혁명 당시 왕비 마리 앙투와네트가 한 말로 알려져 있다. 불어로는 “Qu’ils mangent de la brioche!”이다. “그들에게 브리오슈(brioche)를 먹게 하라 해”라는 뜻이다. 브리오슈는 버터와 달걀을 넣어 만든 프랑스의 빵이다. 해당 문장은 영어인 “Let them eat cake”로 번역됐고 한국에는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게 하라”고 알려졌다. 

당시 프랑스 사회는 빈부격차가 매우 심각하던 시기였고 많은 평민은 가난에 허덕이고 있었다. 그들은 빵을 구할 수조차 없었고 기아로 숨지는 경우도 많았다. 마리 앙투와네트가 했다고 전해진 해당 발언은 프랑스혁명 당시 평민들의 분노를 키운 계기가 됐다. 마리 앙투와네트 왕실에 사치스러운 왕비이며 일반 평민의 삶에 무지한 존재로 묘사됐다. 

오늘날에도 해당 발언은 자주 인용된다. ‘탁상공론’식의 행정, 보편 시민의 삶에 공감하지 못하는 정치를 비판할 때 등장한다. 김현철 전 청와대 경제보좌관이 “취직이 안 된다고 헬조선이라 하지 말고 동남아에 가라”고 했을 때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라”는 마리 앙투아네트식 사고라는 비판이 나왔다. 2018년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운영을 비판하는 취지로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는 것 아니냐는 식의 소리를 (여당이)한다. 앙투아네트 같은 철없는 소리 그만하라”고 했다.

시민의 삶에 공감 못한다는 취지로 사용한 용례는 국내에 국한된 일이 아니다. 지난해 미국 연방 정부의 셧다운이 장기화됐을 때 트럼프 행정부를 비판하기 위한 표현으로도 사용됐다. 윌버로스 상무장관이 당시 CNBC와의 인터뷰에서 “공무원들이 무료급식소나 노숙자 보호소에 가고 있다”는 지적에 “왜 그러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공무원은 사실상 무이자 수준 대출을 받을 수 있다며 “그들이 대출을 받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했다. 이 발언을 두고 미국 펠로시 하원의장은 “‘케이크를 먹게하라’의 자세냐(Is this the ‘let them eat cake’ kind of attitude)”고 반문했다. 

 

실상

“Enfin je me rappelai le pis-aller d’une grande princesse à qui l’on disait que les paysans n’avaient pas de pain, et qui répondit : Qu’ils mangent de la brioche.”

“Finally I recalled the stopgap solution of a great princess who was told that the peasants had no bread, and who responded: “Let them eat brioche.”

"마침내 나는 '농노들이 빵이 없다'는 말을 듣고 이렇게 답하는 ('저들에게 브리오슈를 먹여라') 위대한 공주의 임시 해결책이 떠올랐다."

-루소의 회고록 6권-

 

“저들에게 브리오슈를 먹여라 (Qu’ils mangent de la brioche)”는 구절이 처음 등장한 것은 장자크 루소의 회고록이다. 루소가 1766년 쯤 출판한 회고록 6권에 등장한다. 회고록 6권의 출판은 매체마다 1765년, 1766년1767년 등 출판년도에 대한 표기가 다르다. 여기서 ‘위대한 공주’(great princess)가 해당 발언을 했다고 적혀 있다. 위대한 공주가 누구인지는 분명하게 밝히지 않았다. 

마리 앙투아네트의 생애를 근거로 확인해 보면 앙투아네트는 해당 발언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명백하다. 앙투아네트는 1755년에 태어났다. 루소가 회고록을 출판할 당시 살아있으나 만 9살의 어린이가 된다. 당시 오스트리아 공주였던 마리 앙투아네트는 결혼조차 안 했고 자신이 프랑스 왕과 결혼할지도 모르는 상태였다. 앙투아네트는 1770년에 결혼했고 1774년에 왕비가 됐다. 출판 시기가 늦어도 1767년이니 출판 후 3년 뒤에 앙투아네트는 결혼한 셈이다. 즉, 책이 먼저 나오고 마리 앙투아네트가 이후에 결혼을 한 것이니 사실관계가 맞지 않다. 더욱이 회고록에서 루소는 1740년에 있었던 일을 회상하면서 해당 발언을 언급한다. 그 시기를 근거로 추측해보면 해당 발언은 앙투아네트가 태어나기도 전에 일이니 불가능한 것이다. 

 

결론 

요약하자면 마리 앙투아네트가 했다고 알려진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라고 해”는 잘못 알려진 말이다. 앙투아네트가 그런 말을 했다는 기록도 없다. 원출처와 비교해보면 불가능하다. 정치적 반대세력에 의해서 만들어진 공작(마타도어)일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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