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깜깜이 '헤엄월북'...군·경찰·국정원까지 문책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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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깜깜이 '헤엄월북'...군·경찰·국정원까지 문책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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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7.27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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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행간] 코로나 최대 비상 사태 선언한 북한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26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비상확대회의를 긴급소집해 코로나19로 의심되는 탈북민이 개성으로 월북한 데 따른 조치로 국가비상방역체계를 최대비상체제로 전환하기로 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개성시에서 악성비루스(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되는 월남 도주자가 3년 만에 불법적으로 분계선을 넘어 719일 귀향하는 비상사건이 발생하였다고 보도했습니다.

월북한 남성은 3년전 북에서 강화도 인근 교동도로 2km 이상 헤엄쳐 내려온 24살 김모씨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성폭행 혐의를 받아 구속영장dl 발부된 김씨는 구속되기 직전 교동도 혹은 김포 루트를 통해 북으로 다시 헤엄쳐 올라간 것으로 추정됩니다. 군 당국은 월북 사실에 무게를 두고 확인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김씨는 지난달 또 다른 탈북자인 김진아씨의 <개성아낙>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20176월 자신이 탈북하게 된 경위를 소상히 밝힌 바 있습니다. 김씨는 개성공단이 깨지면서 살기가 힘들어 한국을 택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북에서) 장사를 했는데 개성공단 (폐쇄 이후) 잘 안 돼 금을 캐거나 약초를 캐봤지만 모두 잘 안 됐다"면서 "(어릴 때부터) 양쪽 귀가 잘 안 들린 것도 영향을 미쳐서 힘들고 희망이 안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러다가 백마산(개성시 해평리 소재)에 올라가 3일간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지내다가) 마지막에 김포 쪽을 바라봤는데, 처음 보는 건 아니지만, 초저녁에 불빛이 반짝이는 게 너무 궁금해졌다""죽기 전에 한번 가보기나 하자는 마음으로 (탈북을) 결심했다"고 말했습니다.

김씨는 탈북루트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을 했습니다. "20176(백마산에서 내려와) 38선을 넘어가자고 마음을 먹었고, 고압선과 가시철조망을 밑으로 기어 두 차례에 걸쳐 넘었다""지뢰밭이 나왔을 때는 나뭇가지를 꺾어서 발걸음마다 찌르면서 나아갔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스티로폼으로 구명대를 만들어 준비해 놓고 밤이 되길 기다리는데, 눈으로 봤을 땐 한 시간 정도 소요될 것이라고 생각했다""한참 수영을 하다 보니 공장(으로 보이는) 큰 불빛이 보여 3시간 정도 헤엄을 쳤다. 한참 가다보니 섬이 보였고 살려달라고 소리지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군인과 경찰 8명이 나왔다고 전했습니다.

김진아씨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17일 지인과 함께 교동대교 주변을 다녀갔습니다. 김진아씨는 김씨가 월북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경찰에 신고했으나 경찰이 묵살했다고 주장했습니다김씨는 지난달 중순 김포 자택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탈북민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상황이었습니다. 김씨의 월북은 남과 북 모두에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코로나 최대 비상사태 선언한 북한, 이 뉴스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1. '감시체제 강화만들어진 명분

북한은 그동안 공식적으로 코로나 청정국임을 주장해왔습니다. 하지만 북한 내부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확산된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며 더 이상 숨기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이 타이밍에 월북자가 나오자, 그 책임을 남측에 전가한 것으로 보입니다. 비상확대회의에 참석한 오춘복 보건상은 조선중앙TV에서 "우리나라에서는 세계적으로 전염병이 발생한 초기부터 지난 6개월간 전 국가적으로 각 방면에서 강력한 비상 방역조치를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우리 경내에 악성비루스가 유입됐다고 볼 수 있는 위험한 사태가 발생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코로나 확진자로 의심되는 탈북민을 핑계로 '최대비상체제'를 선포한 것은 방역이 아니라 정치적 목적 때문입니다. 대북 제재로 어려움을 겪던 북한 주민들은 중국 무역으로 가까스로 버티고 있었는데 코로나19 방역조치로 북중 무역이 대폭 감소해 체제에 불만이 생긴 것입니다. 유엔 제재 이후 북한의 대중국 수입의존도는 90%가 넘습니다. 이번 비상조치는 경제난 장기화로 쌓인 내부 불만을 탈북민 탓으로 돌리고 사회 분위기를 다잡겠다는 목적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 비상방역지휘부의 지휘에 하나와 같이 절대복종하고 움직이는 질서를 유지하며, 각급 당조직들이 자기의 기능과 역할을 완벽하게 발휘할 것"을 강조했습니다. 코로나19 방역을 앞세워 전 주민과 군에 대한 통제와 감시가 더욱 강화하고, 느슨해진 사회 기강을 확립하는 계기로 삼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2. 예견되는 피해 청구서

김씨가 실제 코로나19에 걸렸을 가능성은 높지는 않습니다. 김씨는 월북 직전까지 정상적으로 활동했으며 무엇보다는 코로나 환자가 최소 1.2킬로미터에서 2.5킬로미터 한강하구를 헤엄쳐 건너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물론 무증상 환자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현재로서는 북한 당국의 조작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이미 김씨의 신병이 북한당국에 있어 사실 확인이 쉽지 않습니다.

북한이 월북민에게 코로나19 책임을 전가한 것은 결국 한국 정부에 청구서를 내밀겠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코로나 청정국이었던 북한 사회를 어지럽게 만든 것, 그리고 남측이 제대로 경계를 못한 것에 대해 책임을 요구할 것입니다. 다만 북한이 이번 성명에서 직접적인 대남비난을 자제한 것으로 보아 신중한 접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향후 탈북자에 대한 남측의 열악한 보건의료 문제를 폭로하는 선전적 기자회견을 할 가능성도 있습니다한국에서 여러 방송에 출연했던 탈북자 임지현씨가 2017년 월북을 한 뒤 한국을 비난하는 방송에 출연한 것으로 유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남북 대화의 물꼬를 다시 여는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코로나19 방역 남북 교류를 언급한 바 있습니다. 북한이 대책을 요구하면 한국 정부가 인도적으로 도와주겠다는 제스처를 취하며 대화를 시작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3. 군, 경찰 대대적 문책 예고

지난 19일 김씨가 헤엄월북을 했지만 군당국은 일주일간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군 당국의 경계태세어 구멍이 뚤렸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의 소형 목선이 강원도 삼척에 입항한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군 당국이 재발 방지를 약속한 것이 불과 1년 만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김씨는 탈북 루트를 한달전 답사했고 동일한 루트를 통해 월북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미 경계가 뚫린 루트인데 월북 저지는커녕 징후 포착도 못해 경계 보안태세가 허술했다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군 당국은 정확한 경위 파악을 위해 합동참모본부의 전비태세검열단을 투입했습니다. 전비태세검열단은 전투준비 태세와 경계 태세의 잘잘못을 점검하는 곳입니다. 조사 결과에 따라 대대적 문책 인사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각에서는 국방부장관 개각설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도 지난 2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주재한 정치국 비상확대회의에서 월남 도주사건이 발생한 해당 지역 부대의 허술한 전선경계 근무실태를 엄중히 지적하고 사건 발생에 책임이 있는 부대에 대한 집중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엄중한 처벌을 적용하겠다고 밝혀 대대적 문책을 예고했습니다. 

경찰에 대해서도 징계가 예상됩니다. 탈북민 김진아씨는 26일 자신의 유튜브에서 지난 18일 김포경찰서에 찾아가 김씨가 월북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사실을 알렸으나 경찰관이 무시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진아씨는 형사가 자기네 부서가 (관할이) 아니라고 했다진짜로 넘어가면 봐라는 마음으로 (경찰관) 얼굴 사진도 찍었다고 말했습니다. 증언의 구체성이나 정황을 볼때 김진아씨의 주장은 사실인 것으로 추정됩니다국정원 역시 탈북민 관리를 소홀히 한 책임을 면하기 힘들어 보입니다. 탈북 후 5년까지는 국정원의 관리 대상입니다. 군, 경찰, 국정원 등 안보 부서들에 대한 대대적 점검과 문책 후폭풍은 예견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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