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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공약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연동형인가 아닌가야 3당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대통령 공약’ 주장 팩트체크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 3당 의원들이 지난 28일 공동 결의대회를 열고 국회의원 선거에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했다. 이 자리에서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집권 정당이 대통령 공약을 뒤집는 행위를 할 거냐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압박했다. 하지만 이에 앞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지난 23일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당이 공약한 것은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 2017년 대선 당시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후보의 선거제도 개편 공약은 어떤 것인지, 그리고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정말 다른 것인지 알아본다.

YTN 방송화면 캡처

먼저 용어 정리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야 3당이 주장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독일식 비례대표제 혹은 독일식 정당명부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말한다. 그런데 독일식 비례대표제도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다. 여기서는 '권역별'이라는 단어보다는 '연동형'이라는 단어가 중요한데 더불어민주당이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강조하면서 둘이 다른 것처럼 인식되어 혼선이 생기고 있다.

우선 독일식 제도를 살펴보자. 한마디로 얘기하면 정당 득표율로 전체 의석수가 결정되는 방식이다. 유권자는 지역구 의원 후보에게 투표를 하고, 지지정당에게 2차 투표를 하게 된다. 정당 득표율로 각 정당별 의석을 배분한 뒤, 지역구에서 당선된 후보에게 우선적으로 의석을 배분한다. 그리고 득표율에 따라 나머지 비례대표를 배분한다. 예를 들면 서울에 100개 의석이 배정되어 있고, 이중 지역구 의석이 66개, 비례대표가 34개라고 가정하자. 또 A정당이 지역구에서 40석을, B정당이 20석을, C정당이 6석을 차지했고 A정당이 50% , B정당이 30%, C정당이 20% 정당득표를 했다고 가정하자. 이럴 경우 정당 득표율에 따라 A정당은 총 50석(지역구 40+비례 10), B정당은 30석(지역구 20+ 비례 10), C정당은 20석(지역구 4+ 비례 16)을 받게 된다. C정당이 지역구에서는 당선자를 많이 못냈지만 비례 의석은 가장 많이 받게 된다. 일반적으로 전국 정당 지지율이 고르게 나오지만, 지역구에서 1등을 하기 힘든 정당이 이 제도의 수혜자가 된다.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야3당이 적극적이고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미온적 태도를 보이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특히 민주당은 지난 지방선거와 비슷한 흐름이 이어진다면 소선구제에서 과반 이상의 의석을 가져갈 수 있다. 소선거구에서 당선된 의원 비율 이상의 정당 득표(예를 들면 50% 이상)를 가져갈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에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우호적일 수가 없다.

그런데 독일식도 '권역별' 비례대표제다. 독일은 총 16개주의 인구비례에 따라 의원수가 배정된다. 정당투표에서 전국 득표율이 5%이상이거나 전국 3개 이상의 지역구에서 승리한 정당은 각 주별 득표비율에 따라 주별로 비례대표를 얻을 수 있다. 16개 주별로 정당명부가 작성되기 때문에 16개 주 지지율에 따라 각 정당에 배분한 의석수에서 지역구 의석수를 뺀 나머지 의석이 각 정당이 획득하는 비례의원 의석이 된다.

한국에서도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가장 이상적인 제도로 평가받는다. 선관위도 2015년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정치권에 제안한 바 있다. 전국을 6개 권역(서울, 경기ㆍ강원, 충청, 전라ㆍ제주, 경북, 경남 등)으로 구분하고 국회의원 정수 300명을 권역별 인구비례에 따라 배분하되, 지역구와 비례대표 비율은 2:1 범위에서 정하도록 한 것이 주 내용이다.

그러면 현재 민주당에서 주장하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연동형이 아닌 다른 것일까. 권역별 비례대표제에는 연동형만 있는 것이 아니라 병립형도 있다. 병립형의 대표가 일본이다.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는 소선거구와 독립적으로 운용되는 병립형 비례대표 선거가 있다. 일본은 전국을 11개 권역으로 구분하고 1인 2표제에 따라 지역구 300석과 별도로 권역별 정당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180석을 배분한다. 11개 권역에는 각각 6~29명의 비례의석이 배분되어 있다. 지역구는 지역구대로 뽑고 비례대표는 비례대표대로 뽑는 것이다. 한국의 현행 제도도 일종의 병립형이다. 한국에서는 정당득표 3% 이상이거나 지역구 5석 이상을 얻은 정당에게 정당 득표에 따라 비례 의석 47개 중 일부가 배정된다. 다만 일본은 비례대표를 권역별로 나누고 한국은 전국 집계를 해서 배분하는 것이 다르다.

또 석패율제가 있는 것도 일본의 특징이다. 석패율제는 지역구에 출마한 후보가 비례대표 후보에도 이름을 올릴 수 있어 소선거구에서 낙선했을 경우 소선거구 당선자의 득표에 대한 낙선자의 득표 비율이 높은 사람을 비례대표 당선자로 결정하는 방식이다. 차점자를 구제한다는 점에서 한국의 고질적인 지역감정을 해소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보이지만 지역구에서 떨어진 후보를 국회에 입성시켜 유권자의 투표 효능감을 낮추는 부작용이 있다.

연동형이든 병립형이든 권역별 비례대표제의 장점으로 지역주의 완화가 첫 손에 꼽히고 있다. 권역에 따라 각 정당이 비례대표를 추천하게 되니 권역별 득표율에 따라 자유한국당의 호남 비례대표도 나오고, 더불어민주당의 경북 비례대표가 여럿 나오게 된다. 그래서 각 정당은 권역 비례대표로 해당 지역에서 좀 더 알려진 사람을 추천할 가능성이 높다. 현행 한국 선거제도에서 유권자는 각 정당의 비례대표 의원이 누가 당선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정당 투표를 하는데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이 부분이 눈에 띄기 때문에 정당 투표의 목적성이 좀 더 분명해진다. 다만 비례대표 의원을 뽑는 원래 취지는 지역구 선거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는 직능, 성별, 연령 등 다양한 세대ㆍ계층을 보완하는 것인데, 권역별 비례대표는 좀더 지역일꾼을 뽑는 식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아 비례대표제의 원래 취지를 희석한다는 비판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공약집.

그럼 민주당이 주장한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독일식인지 일본식인지 살펴보자. 더불어민주당의 19대 대선공약집을 보면 정치·선거제도 개혁 부문에서 “소외받는 국민이 없도록 공직선거제도를 개편하겠습니다”며, ‘국회 구성의 비례성 강화 및 지역편중 완화’를 위해 ‘국회의원 선거에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도입’하겠다고 명시하고 있다. 여기서 정당명부 비례대표는 독일식을 의미한다. 이해찬 대표가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아닌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공약했다고 발언했지만 민주당이 공약으로 내세운 것이 일본식의 병립형 비례대표제가 아닌 이상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로 봐야 한다. 이해찬 대표가 사실상 교묘한 말장난으로 본질을 흐린 것이다.

게다가 이 공약이 만들어진 배경을 보면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지지했음을 알 수 있다. 2012년 1월 당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트위터에서 석패율제 도입을 지지하며 가장 좋은 선거제도로 독일식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라고 밝혔다. 당시 국회와 언론에서는 석패율제가 주로 화제가 됐지만 문재인의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강한 소신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였다.

동아일보의 지난 3월 기사에 따르면 권역별 비례대표 도입은 문재인 대통령의 오랜 소신이었다. 문 대통령은 야당 대표 시절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직접 대여 협상에 나섰는데 그 당시 의제가 선거구제 협상이었다. 당시 문 대통령은 “특정 지역에서 특정 정당 후보가 싹쓸이하는 지역주의 해소가 중요하다”며 ‘연동형 비례대표’를 강하게 밀어붙였다. 청와대가 2018년 3월 공개한 대통령 개헌안에는 국회의석 연동형 비례대표 원칙이 명시됐다. 정당득표와 유권자 표심 불일치를 해소하겠다는 의도였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018년 6월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도입'을 약속한 바 있다. 민주당 대선공약에서 ‘국회 구성의 비례성 강화와 지역편중 완화’를 감안하면, ‘권역별’에 ‘연동형’을 포함하고 있다고 해석될 수 있다.

정리하면 공약집에 나타난 공약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연동형을 명문화한 적 없다는 민주당의 주장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지만 해당 공약이 나오게 된 일련의 과정을 살펴보면 야3당의 주장이 더 설득력을 갖는다.

민주당은 공약후퇴 논란이 일자, “지난 20대 총선과 19대 대선 때 공약했던 바와 같이 대표성과 비례성을 보강하는 방향으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포함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은 지난 29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비록 연동형을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민주당이 추구해 온 선거제 개혁에는 내용상 연동형 배분 방식이 포함돼 있다고 봐야 할 것”이라며 “민주당은 이번 선거법 협상에서 비례성과 대표성 강화를 기본 목표로 삼고, 우리 당이 주장해 온 권역별 비례대표제의 기본 틀 위에 연동형 제도를 적극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7일 G20 회의 참석차 출국하기 직전에 "선거구제 개편을 이번에 꼭 해야 한다"고 당부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이 주장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일부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민주당의 입장 변경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힘을 얻게 됐지만 자유한국당의 반대와 비례대표 의석수 확대 등은 여전히 큰 장애물로 남아 있다. 학계와 언론은 진보보수 따질 것 없이 대체적으로 선관위가 제시하고 야3당이 주장하는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우호적이다.

송영훈 팩트체커  sinthegod@newstof.com  최근글보기
다양한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활동해 왔다. 금강산 관광 첫 항차에 동행하기도 했고, 2000년대 초반 정보통신 전성기에는 IT 관련 방송프로그램들을 제작하며, 국내에 ‘early adopter’ 소개와 확산에 한 몫을 했다. IT와 사회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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