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간부간 육탄전 '막장 드라마'...강박인가 계획인가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20.07.2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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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가 한동훈 검사장의 휴대전화 유심 카드를 압수수색 하는 과정에서 육탄전 충돌이 벌어졌습니다. 검찰은 한동훈 검사장의 휴대전화 유심칩을 확보하기 위해 용인 기흥구에 위치한 법무연수원 용인분원 사무실을 찾았습니다. 이례적으로 부장검사 정진웅까지 압수수색에 합류했습니다. 당초 검찰은 한 검사장을 소환해 조사한 뒤 유심 카드를 임의 제출 방식으로 확보하려 했으나 한 검사장이 소환에 불응하자 영장을 집행한 겁니다.

이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졌습니다. 한동훈 검사장은 법에 보장된 변호인 참여를 요청했고, 자신의 휴대폰으로 변호인 김종필에게 전화를 해도 되는지 물었고 정 부장검사는 사용을 허락했습니다. 그런데 한동훈 검사장측의 주장에 따르면 한 검사장이 휴대폰 비밀번호를 풀려하자 갑자기 소파 건너편에 있던 정진웅 부장검사가 탁자 너머로 몸을 날리며 한 검사장의 팔과 어깨를 움켜쥐고 한 검사장 몸 위로 올라타 넘어지게 했습니다. 정진웅 부장검사가 한 검사장 위에 올라타 팔과 어깨를 움켜쥐고 얼굴을 눌렀다는 것이 한동훈 측의 주장입니다.

반면 수사팀의 입장은 다릅니다. 수사팀은 현장에서 압수수색을 집행하려 하자 한 검사장이 물리적으로 방해하는 등 증거인멸 시도가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압수수색을 당하자 휴대폰을 초기화하려 했다는 주장입니다. 아울러 이로 인해 정 부장검사가 넘어져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고 서울 강남의 성모병원 응급실에서 진료를 받았다고 합니다.

한동훈 검사장측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있었던 검사의 폭행에 대해 독직폭행 혐의로 정진웅 거사를 서울고검에 고소했고 감찰요청을 했습니다. 정 부장검사도 한 검사장이 수사방해 의도가 있었다며 무고 등 혐의로 법적 대응을 예고했습니다. 한동훈 검사는 연수원 27, 정진웅 검사는 29기로 한 검사가 2기 선배지만, 나이는 오히려 정 부장검사가 5살 많습니다. 활극 벌어진 한동훈 압수수색, 이 뉴스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1. 강박이거나 계획이거나

이 활극을 시작한 사람은 정진웅 부장검사입니다. 사건의 의도를 파악하려면 정 부장검사의 입장을 아는 것이 우선입니다. 정진웅 검사의 입장문에 따르면 한동훈 검사장이 휴대폰으로 변호인에게 연락하기를 원해서 허락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 검사장이 무엇가를 입력하는 행태를 보여 한동훈 검사장 오른편에 서서보니, 한 검사장이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있었고 마지막 한 자리를 남겨두고 있었습니다. 마지막 자리를 입력하면 압수물 삭제 등 문제가 있을 것으로 판단해, 정진웅 검사는 이러시면 안됩니다라며 휴대폰을 압수하려고 했고, 그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벌어졌다는 겁니다. 반면 한 검사장은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풀어야 전화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비밀번호를 풀다가 폭행을 당했다는 입장입니다.

정진웅 검사 해명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정 검사는 한동훈이 압수수색 과정에서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는 강박에 시달렸음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휴대전화 잠금화면세어 단순 버튼 조작만으로 압수수색 대상인 유심카드를 조작하거나 폐기할 수 없는 것은 일반인도 알고 있는 상식입니다. 내용을 초기화 하려면 잠금을 풀고 설정앱에 들어가서 재설정 항목을 누르고 모든 콘텐츠 및 설정 지우기를 누른 뒤 확인 누르고 다시 한번 확인을 눌러야 합니다. 수없이 압수수색을 해왔던 검찰이 이를 모를 리가 없습니다. 정 검사의 해명이 납득이 안되는 다른 이유는 이미 이 압수수색 영장은 723일에 발부가 된 상태였습니다. 만약 한동훈 검사장이 내용을 삭제하려 했다고 해도 6일의 시간이 있었습니다. 굳이 검찰이 압수수색을 영장을 들고 들이닥친 그 자리에서 내용을 삭제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서울중앙지검이 계획적으로 이번 사건을 만든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옵니다. 최근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서 소위 검언유착 의혹과 관련해 이동재 전 채널 A기자에 대해선 수사를 계속하라고 결론내렸지만 한동훈 검사장에 대해선 불기소는 물론 수사까지 중단하라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수사심의위 결정으로 수사를 진행하기가 궁색해진 서울중앙지검이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 물리적 충돌을 일부러 일으킨 것 아니냐는 관측입니다. 한동훈의 증거인멸 시도 프레임을 만들어 수사의 당위성을 확보하려는 것 아니냐는 겁니다.

한동훈 검사장측 입장문
한동훈 검사장측 입장문

 

2. 윤석열 대 이성윤 라인의 충돌

윤석열 검찰총장이 정부 및 여권과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친정부 성향을 드러내며 윤 총장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입니다. 이번 난리통을 윤석열 특수통 라인과 이성윤 호남라인 간의 갈등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윤석열 총장이 박영수 특별검사팀 파견 이후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승진을 거듭할 때 대표적 윤석열 라인인 한동훈 검사장도 서울중앙지검 3차장,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을 거치며 승승장구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초 추미애 장관의 대대적 검찰 인사로 친 윤석열 라인이 대거 좌천됐고, 한 검사장도 부산고검 차장검사에 이어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에 발령이 났습니다.

이 기간동안 이성윤 라인이 각광을 받습니다. 이들은 검찰내 호남라인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이정현 서울중앙지검 1차장과 신성식 3차장이 대표적인데 모두 호남출신입니다. 정진웅 형사 1부장검사 역시 호남출신입니다. 검언유착 사건은 윤석열 총장의 힘을 빼고 윤석열 라인을 검찰 고위직에서 솎아낼 수 있는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녹취록이 공개됐지만 특별한 내용이 나오지 않아 수사의 동력이 상실될 위기였습니다. 검언유착 수사가 교착상태에 빠지자 이성윤 라인의 정진웅 검사가 몸우을 날리는 무리수를 던진 것 아닌가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정진웅 부장검사측 입장문
정진웅 부장검사측 입장문

 

3. 막장의 피해자는 누구인가

정진웅 검사는 입장문에서 한동훈 변호인이 현장에 도착한 이후에 긴장이 풀리면서 팔과 다리의 통증 및 전신근육통 증산을 느껴 인근 정형외과를 찾아갔고 진찰한 의사가 혈압이 급상승하여 큰 병원으로 가보라고 전언 조치를 하여 현재 모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치료중인 상태라고 29일 오후에 밝혔습니다. 병상에 누워있는 사진도 공개했습니다. 해당 병원은 서울 강남 성모병원입니다. 주장대로라면 빨리 응급실에 가야 하는 상황인데 경기 용인에서 서울중앙지검 사무실로 복귀한 뒤 인근 성모병원 응급실에 제발로 찾아가 누웠다는 겁니다. 네티즌들은 개그맨 신정환이 여론을 피하기 위해 뎅기열로 입원한 사건이 생각난다면 비웃고 있습니다. 고위 검사간의 물리적 충돌 자체가 사상초유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사태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윤석열의 검찰이나 이성윤의 검찰이나 둘다 정치검찰이라는 겁니다. 정의의 이름으로 무리한 수사를 남발했고, 언론에 슬쩍 정보를 흘려서 기사가 나게 하는 등 공공연한 검언유착이 있었습니다. 검찰개혁이 제도의 개혁이 되어야지, '윤석열이냐 이성윤이냐'가 되어서는 안되는 이유를 이번 사태가 보여주고 있습니다. 문제는 앞으로 이런 봉숭아학당 같은 모습을 앞으로 윤석열 총장 남은 임기 1년동안 더 봐야 한다는 겁니다. 최대 피해자는 국민입니다.  이제는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개혁과 관련해 제대로 된 답을 내놓아야 할 때입니다. 검찰총장 인사를 잘 못 냈다는 것을 인정하고 경질을 하든 수습을 할 차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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