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기레기’ 용어, 일베에서 처음 썼다?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20.08.06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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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일베야?” 오해 피하려면… 이 단어 주의하세요> 최근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에서 논란이 된 기사입니다. ‘극우적인 성향과 혐오표현 등으로 유명한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일베)에서 주로 쓰이는 표현을 모르고 사용했다가 낭패를 보는 사례가 많아 유의할 표현을 추렸다’는 내용입니다.

논란이 된 건 ‘기레기’라는 단어입니다. “일베 용어가 재생산되는 사례가 있다. 가령 ‘쓰레기’에서 비롯된 ‘~레기’는 일종의 접미사처럼 쓰이며 단어에 부정적 뉘앙스를 더한다. 기자를 비하한 ‘기레기’가 대표적”이라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기사에 대한 반응은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습니다. 기자가 듣기 싫은 표현에 근거도 없이 ‘일베’라는 ‘딱지’를 붙였다는 것입니다.

'San E - 기레기레기 (Trash Journalist)' 유튜브 영상 갈무리
'San E - 기레기레기 (Trash Journalist)' 유튜브 영상 갈무리

‘기레기’라는 단어가 일반에서 널리 쓰이기 시작한 것은 2014년 4월에 일어난 세월호 침몰 사건 때이지만 이전부터 사용한 기록이 있습니다. 언론진흥재단이 제공하는 주요 언론 뉴스검색서비스인 ‘빅카인즈’에서 ‘기레기’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2013년 7월 10일자 서울신문 기사가 가장 처음 언급한 것으로 나옵니다. “요즘 인터넷 댓글을 보면 ‘기레기’라는 단어가 종종 눈에 띈다.”는 문장입니다. 세월호 사건 이전부터 쓰였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일베’는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인 '디시인사이드'에서 추천을 많이 받던 글을 따로 모아 ‘일간베스트’라 하던 것에서 유래되었습니다. 개별 사이트로 독립해 정식으로 개설된 것은 2010년 4월 13일로 알려졌습니다.

‘일베’에서 ‘기레기’를 검색하면 2011년 5월 15일자 게시물이 가장 오래된 것으로 나옵니다. 그런데 해당 게시물에서 ‘기레기’는 다른 의미로 쓰였습니다. 해당 게시물의 댓글에서도 지적한 것처럼 기자가 아닌 특정 프로야구 선수를 지칭하는 단어로 쓰였습니다. 타격기계라는 별명을 갖고 있었던 해당 선수는 2008년경부터 ‘사못쓰(사할도 못치는 쓰레기)’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또한 다른 종목 유명 선수의 별칭으로 쓰인 사례도 있습니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기자에 대한 멸칭으로 쓰인 사례도 있습니다. 2009년 9월 한 블로거는 ‘한국의 언론’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에서 ‘’기레기‘라는 단어를 만들어낸 언론’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일베’ 개설 이전인 2010년 3월에 ‘기레기’라는 용어를 쓴 또 다른 블로그도 있습니다.

이처럼, ‘기레기’라는 단어는 2009년~2010년경부터 주로 스포츠 커뮤니티 등에서 운동선수에 대한 별칭 혹은 비하하는 표현 혹은 기자에 대한 멸칭으로 혼용돼 쓰이다가 2014년 세월호 사건 이후 기자에 대한 일반적인 멸칭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레기’, ‘기레기’라는 표현이 일베에서 시작됐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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