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내리고 한 모금, 올리고 꿀꺽? 현실성없는 카페 방역수칙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0.08.10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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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 코로나19 집단 감염 사태가 일어나자 방역 당국이 칼을 빼들었다. 카페를 따로 떼어내 강화된 '카페 방역수칙'을 만들어 시행한다는 게 골자다. 하지만 뚜렷한 기준이 없어 일선에선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경제 재개와 코로나19 방역 두 가지 목표를 한꺼번에 달성해야 한다는 정부의 고충은 이해하지 못할 바 아니다. 그러나 명확한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는 위기 관리 메시지 전달 원칙을 간과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7일 '생활 속 거리두기 지침 개정(안) -카페'를 공개했다. 카페 이용자들이 음식(음료)를 섭취하는 때 이외에는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는 내용등이 강조됐다. 최근 카페에서 집단 감염 사례가 발생하면서 방역 당국의 긴장감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마스크 내리고 한모금, 마스크 올리고 꿀꺽? 

그러나 실생활에선 지켜질 확률은 그다지 높아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지침의 내용이 불명확해 계도·단속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침을 통해 방역 당국이 강조한 첫번째는 '마스크 쓰기'이다. 카페에서 마스크 쓰기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코로나19 감염 및 전파 우려가 높다는 것이 방역 당국의 판단이다. 마스크를 잘 쓰면 감염 위험이 낮아진다. 충분히 이해가 가능한 조치이다. 당국은 '카페에 입장·주문대기·이동할 때, 대화 시, 음식(음료) 섭취 전·후에는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하기'라고 적시했다.

잠깐 사무실 밀집지역의 점심시간 풍경을 살펴보자. 마스크를 쓰지 않고 근무하던 직장인들은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사무실을 나서면서 마스크를 쓴다. 거리에서도 마스크를 쓰다가 음식점에 들어가 자리에 앉으면 마스크를 벗고 식사를 한다. 식사를 마친 뒤 식당을 나서면서 또 마스크를 쓴다. 커피 한 잔 하러 카페로 향한다. 카페에 들어서는 순간 마스크를 벗는다. 일행 중 한명은 계산대에 가서 주문은 하고 나머지는 자리에 앉아 담소를 나눈다. 커피(음료)가 나오면 커피를 마시면서 대화를 나눈다. 물론 마스크는 쓰지 않는다. 점심 시간이 끝날 즈음 자리에서 일어나고 거리로 나서면서 마스크를 쓴다.

 

강화된 '카페 방역수칙'은 음식(음료) 섭취 전후에는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하라고 강조한다. 입장, 주문대기, 이동, 대화시에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이 지점에서 카페 이용자들은 혼란에 빠진다. 두 가지 이상의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①음료를 입으로 가져가는 시간(빨대를 입에 물고 있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마스크를 착용해라 → 케이크를 주문했다면 포크질 한 번 할 때마다 마스크를 올리고 내려야 한다 → 지침이 잘 지켜진다면 카페 안 이용객 대부분이 마스크를 쓰고 있어야 한다

②음료를 마시는 시간(주문한 음료를 다 마실 때까지)을 제외하고는 마스크를 착용해라 → 케이크를 주문했다면 케이크를 다 먹을 때까지는 마스크를 벗고 있어도 된다 → 지침이 잘 지켜진다면 카페 안 이용객 중 음료를 다 마시고 대화하는 손님들만 마스크를 쓰게 된다

 

◈보도자료를 봐도, 언론 기사를 봐도

미디어들의 보도를 살펴보자. <국민일보>는 관련 내용을 보도하며 [커피 한모금→마스크 착용→또 한모금→마스크…커피점 방역수칙]이라고 제목을 뽑았다. 하지만 기사에는 그런 내용이 서술돼 있지 않다. 수칙의 내용대로 '음료 또는 음식 섭취 전후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적었을 뿐이다.

<연합뉴스>는 [카페에서 마스크 어떻게…"음료 마실때 빼곤 꼭 써야" 지침 시행]이라고 제목을 달았다. <중앙일보>는 ["음료 마실 때만 마스크 벗어라" 카페도 방역수칙 강화한다]라고 보도했다. 내용은 모두 동일하다. 언론 보도를 봐도 질병관리본부의 보도자료를 읽어봐도 도무지 지침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불명확하다. 이럴 때 질병관리본부가 새로운 지침에 따른 행동요령을 설명하는 동영상 클립을 배포하면 얼마나 좋을까?

 

◈안 따르면 과태료 10만원? 이것도 알쏭달쏭

지침을 따르지 않았을 때의 처벌 조항도 아직은 불분명하다. 처벌 조항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지만 상습적인 위반이 관찰된다면 지난 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감염병관리법 개정법률안에 따라 1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가능성이 크다. 개정법안에 신설된 49조 ①항 2호의2, 4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장관, 시도지사, 시장·군수·구청장은 감염병 전파의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장소 또는 시설의 관리자‧운영자 및 이용자 등에 대하여 출입자 명단 작성, 마스크 착용 등 방역지침의 준수를 명하도록 규정했다. 또한 감염병 전파가 우려되는 지역 및 기간을 정해 마스크 착용 등 방역지침 준수를 명할 수 있도록 했다.

시설 이용자가 이를 어기면 1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다만 이 조항은 개정 법률안이 국무회의를 거쳐 공포돼야 시행되기 때문에 이달 중순에나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카페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마스크를 잘 쓰고 카페에서의 감염 사례가 발생하지 않으면 과태료로 이어지는 행정명령이 발동되지 않을 수도 있다.

결국 이용자들이 하기 나름이라는 뜻이다. 코로나19는 이미 우리의 일상생활을 많이 바꿔 놓았다. 코로나19 발병 전과 거의 다름없이 유지됐던 카페도 이젠 이전과는 매우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단일한 메시지를 단순하게 전달해야

재난 상황에서 책임자 또는 당국은 최대한 메시지 전달을 간명하게 해야 한다. 그래야 혼선을 줄이고 모든 사람들에게 동일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특히 감염병 유행 사태에선 모두의 일사불란한 대응이 절실하다. 보건 당국이 의도하는 바가 '카페 내에서의 코로나19 전파 차단'이라면 그 효과를 거두기 위한 명확한 메시지를 발신할 필요가 있다. '입 안에 음식물(음료)를 넣고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마스크 착용'이라는 식으로 오해의 소지를 최소화시켜야 한다. 만일 카페 운영자 또는 이용자들의 반발을 의식해 모호한 메시지를 발송한 것이라면 큰 패착이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등 보건 당국 수뇌부들은 이미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기 어렵다"고 누차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대중들에게 최대한 명확하게 이전까지의 카페 이용 방식은 코로나19에 취약하니 새로운 카페 이용 관행을 만들자고 제안해야 한다. 커피를 주문해 바로 들고 나오거나, 아니면 음료를 입에 넣고 있을 동안은 마스크를 쓰고 있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제안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이미 한 번의 실패를 경험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재계 인사들과 만나 "조만간 종식"을 예고했다가 대구·경북 팬데믹을 맞은 경험을 잊으면 안 된다. 경제와 방역 두마리 토끼 모두를 잡아야겠지만 사람의 생명이 우선이다. 최소한 방역 당국만이라도 국민들에게 확실한 메시지를 발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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