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선이 중진보다 더 개혁적? 국회의원 4연임 제한 논란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20.08.10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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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치권에서 국회의원을 3선까지만 허용하고 4선은 금지하자는 목소리가 잇따라 나오고 있습니다. 미래통합당이 동일 지역구 4연임 금지를 정강정책에 포함시키는 안을 검토하자 당내 중진의원들이 격렬하게 반발했습니다. 지난 4일 의원총회에서는 이에 대한 우려와 반대가 쏟아졌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정강정책 안에 들어갈 성격은 아니라고 본다며 선을 그었습니다. 통합당 정강정책특별위원회는 오늘 회의를 거쳐 초안을 작성하고 오는 1310대 정책을 발표한다는 계획입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다선 제한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윤건영 민형배 의원은 국회의원 신뢰회복법이란 별칭을 붙인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추진중이라고 최근 밝혔습니다.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포함해 3회 연속 당선된 사람의 출마를 제한하는 4연임 금지법입니다. 국회의원 4선 이상은 안된다는 정치권, 이 뉴스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1. 신장개업 정치의 딜레마

한국은 새 것을 좋아합니다. 이왕이면 새 아파트에 살고 싶어하고 6년에 한번씩 차를 바꿀 정도로 새 차를 좋아합니다. 정치 역시 새 정치를 좋아합니다. 정치개혁, 새정치를 표방했던 숱한 정당들이 정치권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한국 정당의 평균 수명은 2년반, 30개월로 OECD 국가중 최하위 수준입니다. 당에 문제가 있을 때마다 당명을 바꾸고 포장을 새로 한 결과입니다. 이런 현상을 신장개업 정치라고 부릅니다.

한국 정치 세대교체가 정체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국회는 OECD 국가중에서 가장 물갈이가 잘 되고 있습니다. 역대 총선에서 초선 당선자 비율은 열린우리당 돌풍이 있었던 200462.5%로 최고를 기록했고 200844.8%, 201249.3%, 201642.3% 2020년 50.3%를 기록했습니다. 반면 4선 이상 중진의원은 201651명에서 202033명으로 급감했습니다.

202021대 국회의원 평균 연령은 54.9세로 201655.5세에 이어 역대 2위의 고령입니다. 20대는 2, 30대는 11명으로 전체 4.4%에 불과했습니다. 여성의원은 57명으로 전체 19%였습니다. 초선이 절반을 넘었지만 여전히 한국 국회는 나이가 많고 다양성은 부족하며 세상의 절반인 여성은 5분의 1밖에 안됐습니다. 이게 다선의 문제인지, 공천의 문제인지, 선거제도의 문제인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2. 정치 혐오에 기댄 포퓰리즘

건영 의원은 법안 제안서에서 우리 스스로 약속했던 일하는 국회를 위해서는 관례와 관습을 넘어 보다 과감한 결단과 실행을 요구하고 있다국회의원의 입법과 예산 심사 및 정보 접근, 발언력, 영향력 등 권한이 적지 않음에도 지방자치단체장과 달리 연임 제한이 없는 것은 형평성 차원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3선제한법을 국회의원 신뢰회복법이라고 이름 붙인 것은 상징적입니다. 현재 국회와 국회의원이 신뢰를 못받는 것이 3선 이상의 중진의원 때문이라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 아닙니다

그런데 국회의원 다선제한 논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17년 이용주 국민의당 의원도 국회의원 다선금지법을 발의했습니다. 국민의당이 내건 새정치, 정치개혁의 일환으로 발의한 법이었습니다. 물론 통과되지 못했습니다. 올해 4월에는 열린민주당이 총선공약으로 국회의원 3선 제한법을 내걸었습니다. 열린민주당은 이 공약에 대해 "지방자치단체장의 경우 3선 연임을 제한하고 있다국회를 젊게 하고 다양한 경력을 가진 사람들이 정치에 참여하는 길을 연 것"이라고 밝힌바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제3정당이나 군소정당에서 3연임 제한법이 제안됐다면 이번엔 거대 양당에서 제안됐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만큼 정치불신과 혐오가 커졌다는 것이고, 이에 대한 해법을 고려하고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 법이 국회의원의 전문성 축적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양당 지도부는 모두 4선 이상 경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정치 쇄신으로 포장된 초선과 다선 의원간 헤게모니 다툼으로 보고 있습니다. 법이 통과되거나 당 정강정책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에 여야 포퓰리즘 경쟁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

 

3. 위헌 논란에 개헌까지

국회의원 3연임 제한은 지자체장 3연임제한과 비교됩니다. 2006년 헌법재판소는 인사권 등 많은 권한사조직파벌 문제, 부패 및 낭비적 행정 우려가 있지만, 견제수단은 미흡하다는 점을 들어 지자체장 임기제한을 합헌으로 판결한 바 있습니다하지만 지자체장과 국회의원을 동일선상에서 비교할 문제가 아니란 지적도 있습니다. 독임제 지자체장과 합의체 구성원인 국회의원을 같은 선상에 놓고 선수 제한을 하는 것이 지나지차는 의견입니다. 게다가 OECD 국가 중 국회의원 연임 제한 규정을 두고 있는 나라는 한 곳도 없습니다. 다만 필리핀의 경우 3회 연임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위헌 시비가 일 수도 있습니다. 국회는 법률로 창설된 기관이 아니라 헌법으로 규정한 기관이기 때문에 임기 제한 문제는 헌법에서 규정하는 게 맞다는 겁니다. 법률로 제한할 경우 위헌이라는 의견입니다. 국회의원의 임기는 4년으로 한다고 규정한 헌법 42조에 4회 이상 연임 제한을 넣어야지 법적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대통령의 임기가시 헌법에 5년 단임제로 규정되어 있는 것과 동일한 논리입니다.  국회의원 선수 제한이 최근 일고 있는 개헌논의까지 이어질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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