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예방 4대강 덕" vs "피해악화 4대강 탓"...누가 왜 주장하나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0.08.11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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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적인 장마가 물러갈 조짐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홍수 피해를 둘러싼 책임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난데 없이 지난 정권의 4대강 사업을 둘러싼 논란에 크게 불이 붙었다. 뉴스톱이 이번 홍수 피해와 4대강 논란에 대해 정리해봤다.

 

①미래통합당+4대강 추진인사들 "4대강 덕분에"

미래통합당 정진석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4대 강사업이 없었으면 이번에 어쩔뻔 했느냐는 얘기를 많이 듣습니다. 4대강 사업 끝낸 후 지류 지천으로 사업을 확대했더라면, 지금의 물난리 좀 더 잘 방어할 수 있었을 것이란 생각도 듭니다."라고 글을 올렸다. 이어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4대강에 설치된 보를 때려 부수겠다고 기세가 등등합니다. 참으로 기가 막히고 억장이 무너집니다."라고 적었다.

정진석 의원 페이스북

 

정 의원의 이 글이 알려지면서 이번 홍수 피해와 관련한 '4대강 공방전'이 시작됐다. 미래통합당과 MB 정부 시절 4대강 사업 추진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했던 학계 인사들은 "4대강 사업이 진행된 곳에선 홍수 피해가 없었다"는 주장을 펼쳤다.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10일 침수 피해를 본 전남 구례를 방문한 자리에서 "4대강 사업을 하지 않은 섬진강 수역에서 가장 큰 피해가 생겼고 그 원인은 토사로 하상(강이 지나는 길의 밑바닥)이 높아져서 준설을 빨리해야 하는데 안 하니까 물그릇이 작아져서 곳곳에 둑이 터졌다는 거 아니냐"고 말했습니다. 이어 "정쟁 차원에서 할 게 아니라 전문가들 의견을 들어서 수해방지에 필요하면 빨리 물그릇을 크게 하는 것을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두 번 세 번 이런 피해가 또 닥친다"고 덧붙였습니다.

4대강 사업 당시 자문역을 맡았던 조원철 연세대학교 토목공학과 명예교수는 <조선일보>에 "섬진강 일대는 비가 적게 내리는 지역으로 정비가 급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고, 환경 단체 등의 반대도 심해 4대강 사업에서 제외됐는데 이런 상황이 벌어졌다"며 "장마 이후에 제방을 손보고 제방 도로를 건설하는 등 반드시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②민주당+환경단체+하천학회, "4대강 때문에"

대한하천학회 회장인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교수(토목공학과)는 10일 <한겨레>에 “4대강 사업을 하지 않아 섬진강 둑이 무너졌다는 것은 초등학생도 웃을 억지 주장이다. 낙동강 둑 붕괴사고는 4대강 사업을 하지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섬진강 둑이 터진 것은 불어난 강물이 범람해서 터진 것이 아니고, 강물에 모래흙으로 이뤄진 둑 옆면이 깎여서 허물어진 것이다. 불어난 강물에 짧은 시간 잠겨있었다면 붕괴까지는 가지 않았겠지만, 이번엔 장기간 물에 잠겨있었기 때문에 파이핑 현상도 장기간 발생했다”고 섬진강 둑 붕괴사고 원인을 설명했다. ‘파이핑 현상’은 물이 구조물의 약한 부분에 스며들어 구멍을 만들고 결국 구조물 전체를 무너뜨리는 현상이다.

민주당도 4대강이 홍수 피해를 키웠다고 주장한다. 민주당 설훈 최고위원은 “낙동강 강둑이 터진 가장 큰 이유도 4대강 보가 물흐름을 방해해 수압이 올라가서라고 전문가들은 추정한다”고 말했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도 “4대강 폐해는 이미 온갖 자료와 연구로 증명됐다”며 “어처구니가 없다”고 했다.

③文대통령, "피해 원인 규명+4대강 보 영향 평가"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4대강 보가 이번 수해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전문가와 함께 조사해보라고 지시했다. 4대강 사업에서 제외됐던 지역에서 홍수가 났다는 통합당 측의 주장을 사실상 반박한 발언이다. 

일각에선 문 대통령의 지시를 두고 수차례 감사원 감사 등으로 4대강 사업의 홍수 방어 효과가 미미하다는 사실이 검증된 만큼 미래통합당의 '4대강 공세'를 검증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발로로 해석한다.

그러나 피해 복구에 온 힘을 기울여도 모자랄 판국에 뜬금없이 '4대강 정쟁'을 일삼는 정치권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④4대강 사업 무엇인가?

4대강 사업은 이명박 정부의 역점 사업이다. 2008년 12월 29일 낙동강지구 착공식을 시작으로 2012년 4월 22일까지 22조원의 예산을 투입해 추진한 대하천 정비 사업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후보 시절 '한반도 대운하' 공약을 내걸고 당선됐다. 한강, 금강, 낙동강, 영산강을 뱃길로 이어 물류 혁명과 지역개발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고 선전했다.

하지만 야당 및 환경단체들이 환경훼손 및 낮은 경제성 등을 들어 극렬히 반발했고,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박근혜계를 중심으로 비판여론이 일자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포기하고 '4대강 살리기'로 방향을 전환했다.

4대강 하천 바닥의 모래 등 퇴적물을 걷어내는 준설 작업을 실시하고 수심을 유지하기 위해 보를 세워 물길을 막고, 강둑을 높이고 하천 부지 안에 자전거길 등 편의시설을 설치하는 것이 주요사업이었다. 

감사원 감사를 통해 홍수예방 효과가 미미하다는 점이 부각됐고, 불필요하게 하천 바닥을 깊이 준설해 MB가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본 사업이 끝난 뒤 MB 정부는 지류, 지천 정비 사업을 본사업보다 더 큰 규모로 추진하려고 했지만 들끓는 반대여론 탓에 추진하지 못했다. 환경단체들은 4대강 사업 추진 이전부터 "이미 정비된 본류는 위험도가 낮으므로 홍수 피해가 빈발하는 지류, 지천부터 정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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