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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에 의한 선수 착취' 야구 FA제도의 역설[최민규의 스포츠 팩트체크] 현행 FA 제도는 왜 문제인가

프로야구 프리에이전트(FA)는 결함이 많은 제도다.

‘FA 시장’이라는 단어는 야구 기사에서 자주 등장한다. 이 노동시장에서 구단은 수요자이며, 선수는 공급자다. 경제학에서는 완전경쟁시장에서 가격은 한계수입생산물(MRP)와 일치한다고 설명한다. 수요자는 MRP를, 공급자는 가격을 극대화한다. 프로야구에서라면 가격은 연봉, MRP는 선수 기량의 경제적 가치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프로야구 노동시장은 완전경쟁과는 거리가 멀다. 프로야구 노동시장을 경제학으로 설명했던 최초의 인물은 시카고 대학 출신 경제학자 사이먼 로텐버그(1916~2004)다. 그는 1956년 정치경제학저널(JPE)에 기고한 논문('야구선수의 노동시장ㆍThe Baseball Players' Labor Market’)에서 프로야구 구단주들을 ‘수요독점자ㆍmonopsony’로 표현했다. 이 논문은 스포츠경제학 최초의 논문으로 꼽힌다.

1956년은 메이저리그에서도 FA 제도가 없던 때였다. 선수들은 계약서상 ‘보류조항’에 묶여 오직 한 구단과만 계약할 수 있었다. 보류조항은 메이저리그에서 1879년 최초로 등장했다. 오프 시즌 일정 기간 동안 계약에 합의하지 못하면 구단은 전년도와 같은 조건으로 1년 계약을 갱신할 권리를 가진다는 내용이다. 이 권리는 다음 연도, 그 다음 연도에도 계속 된다. ‘영원한 1년’이다. 이 조항으로 구단은 선수에 대한 영구독점계약교섭권(보류권)을 갖게 됐다. 로텐버그는 보류권을 구단이 누리는 지대(rent)로 해석했다. 지대란 특정 권리를 갖고 있다는 사실에서 발생하는 보상이다. 구단주들이 지대를 누리면 선수는 손해를 본다. 만성적으로 MRP > 연봉인 상황에 놓인다. 로텐버그에 따르면 수요독점착취(monopsonistic exploitation)다.

로텐버그의 기념비적인 논문 이후 후속 연구들이 뒤따랐다. 제럴드 스컬리와 마샬 메도프는 각각 1973년과 1975년 ‘수요독점착취율(RME)’을 계산했다. MRP의 계산 방식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기본 공식은 다음과 같다.

RME = (1-(연봉/MRP)
MRP = 연봉/(1-MRE)

1977년 시즌을 앞두고 메이저리그 노사는 100년 가까운 대립 끝에 FA 제도 도입에 합의했다. 메이저리그에서 6년을 뛴 선수는 보류권에서 벗어나 모든 구단과 자유롭게 협상을 할 수 있다는 게 골자다. FA 도입 6년 뒤인 1983년 러트거스대학의 헨리 라이무도는 선행 연구를 바탕으로 FA 전후 RME(착취율)의 변화를 추적했다.

출처: Henry J. Raimondo, "Free Agent Impact on the Labor Market for Baseball Players"

타자와 투수를 상(Star) 중(Average) 하(Mediocre) 세 등급으로 나눈 뒤 1976년 이전(Previous Estimaes)과 1977년의 선수 전체(Total Players), 비FA, FA로 나눠 분석했다. FA 이전 하급 타자의 착취율은 88%(스컬리), 70%(메도프)다. 즉, 자유시장에서 받을 수 있는 연봉의 고작 12%와 30%만을 지급받았다는 의미다. 전체적으로 FA 이전 착취율은 45~91% 사이다.

FA 시즌인 1977년에도 보류권에 묶인 선수의 착취율은 최고 85%에서 최저 39%로 큰 차이는 없었다. 하지만 FA 선수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총 11개 항목에서 다섯 개에서 착취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메도프의 방식으론 중급 투수는 –81%, 상급 투수는 –72%였다. 실력에 비해 'FA 대박'을 터뜨린 선수가 많다는 의미다. 이쯤되면 ‘(FA) 선수에 의한 (비FA 선수) 착취’다.

실제 이런 표현을 쓴 사람이 있었다. 1960~70년대 괴짜 너클볼 투수로 유명했던 짐 바우튼이다. 그는 “구단주들은 보류권이라는 사슬로 100년 동안 선수를 착취했다. 선수가 구단주를 착취한 것은 이제 25년밖에 되지 않았다. 앞으로 75년은 선수가 더 큰 소리를 내야 공평하다”고 했다.

‘선수에 의한 착취’가 일어나는 데 대한 가장 직관적인 설명은 노동시장에 FA 선수가 과소 공급되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에서 만들어지고 뒷날 일본과 한국의 프로야구가 받아들인 FA 제도는 선수 입장에서 일종의 트레이드오프다. 보류권에 묶인 기간에는 MRP > 연봉이라는 착취를 받아들인다. 그리고 FA 자격을 얻은 뒤에는 MRP < 연봉이다. 말하자면 현재의 ‘속박’과 미래의 ‘대박’을 거래한 것이다. 이에 대해 라이무도는 “전체적으로 구단이 과거 행사했던 수요독점착취는 상당히 완화됐다. 하지만 선수의 교섭 지위, 즉FA냐 아니냐에 따라 매우 큰 차이를 보였다”고 결론내린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FA제도에 큰 영향을 미친 사람들. 왼쪽부터 '야구선수의 노동시장'이란 논문을 처음 쓴 사이먼 로텐버그,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구단주로 MLB에 혁신적인 제도를 도입하는데 선두주자였던 찰스 핀리, 메이저리그 선수노조 위원장으로 선수권익을 위해 앞장섰던 마빈 밀러.

1976년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구단주 찰스 핀리는 선수노조와의 협상을 앞두고 “모든 선수를 FA로 풀자”라는 제안을 했다. FA 선수 공급이 늘어나면 연봉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에서였다.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흥행사로 꼽히는 시카고 화이트삭스 구단주 빌 비크는 핀리의 의견에 찬성했다. 하지만 다른 구단주들은 기존 권리(보류권) 박탈의 폭을 최소화하는 데 더 신경을 썼다. 핀리의 제안을 가장 두려워했던 인물이 있었다. 메이저리그 선수노조 위원장 마빈 밀러였다. 뉴욕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던 밀러는 ‘완전경쟁시장’이 선수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과거 구단주들이 보류권이라는 지대를 누렸다면 1976년 이후 유능한 선수들은 FA 시장 진입 시점에 유예를 두는 제도를 통해 지대를 누린다. 선수 입장에선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발생한다. 구단 입장에선 투자 리스크와 매몰 비용이 증가한다. 프로야구라는 전체 시장에서는 가격의 왜곡과 자원의 비효율적인 분배라는 문제가 따른다. 운동 선수를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한 변수는 나이다. 야구 선수는 통산 20대 후반에 전성기를 맞이한다. 하지만 FA 자격을 얻는 나이는 대개 30대 초반이다. 최고의 연봉을 받는 선수에게 최고의 활약을 기대하기 어렵다.

로텐버그는 1953년 논문에서 “보류권 아래에서 선수 자원의 분배는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1976년 이전 구단은 계약 중인 선수를 계속 쓸지 트레이드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이에 대해 로텐버그는 ”결정 기준은 가장 높은 산출을 얻어내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자유시장에서나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보류권에는 지대추구로 인한 착취 외에 프로야구 전체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문제가 있음을 갈파한 것이다. FA 시대에도 비효율은 여전하다. 그리고 만성적인 비효율이다. 한미일 프로야구를 통틀어 FA는 가장 값비싸고 비효율적인 투자다. 2014년 포브스지는 이에 대해 'FA 시장의 실패가 아닌 FA 제도의 실패'라고 표현했다.

최민규 팩트체커  didofidomk@naver.com  최근글보기
2000년부터 스포츠기자로 활동했다. 스포츠주간지 SPORTS2.0 창간 멤버였으며, 일간스포츠 야구팀장을 지냈다. <2007 프로야구 컴플리트가이드>, <프로야구 스카우팅리포트>(2011~2017), <한국프로야구 30년 레전드 올스타> 등을 공동집필했다. ‘야구는 평균이 지배하는 경기’라는 말을 좋아한다.

최민규 팩트체커  didofidom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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