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위임통치는 '절대권력 유지' 김정은의 자신감의 반증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20.08.21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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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동생인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등 측근들에게 일부 권한을 이양하는 방식으로 위임 통치를 하고 있다고 21일 밝혔습니다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비공개 업무보고에서 양당 정보위 간사는 이같은 국정원 보고 내용을 밝혔습니다.

국정원에 따르면 김정은은 여전히 절대 권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최근 대남대미, 경제, 군사 등 각 분야별로 주요 인사들에게 조금씩 권한을 분산했다고 합니다. 세부적으로 대남대미 등 대외 정책은 김여정이 총괄하고, 경제 정책 분야는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겸 당 부위원장, 김덕훈 내각총리, 군사 정책 분야는 신설된 당 군정지도부의 최부일 부장과 전략무기 개발을 전담하는 당 중앙군사위 이병철 부위원장이 총괄하고 있습니다. 김 부부장이 사실상 2인자이지만 후계자를 결정하거나 후계자 통치는 아니라고 국정원은 밝혔습니다. 김정은 위임통치 밝힌 국정원, 이 뉴스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1. 배경엔 통치 자신감

위임통치란 단어는 북한에서 쓰는 공식용어가 아닙니다. 국정원이 임의로 붙인 용어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에게 집중된 권력과 권한을 측근들에게 일부 분산시킨 현재 상황을 가리키는 겁니다. 일부에서는 이를 시스템 통치, 혹은 투트랙 통치라고도 부르고 있습니다. 측근들이 각자의 영역에 대해 책임을 지며 정책을 지휘하고 이를 최종적으로 김정은 위원장이 승인하거나 제동을 거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이런 위임통치가 김정은 위원장의 권력약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절대 권력에 대한 자심감의 발로로 해석됩니다.

지난 6월초 대북 전단 살포를 문제삼아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까지 이어진 북한의 대대적인 대남 행보는 김여정 제1부부장 주도로 이뤄졌습니다. 당시 김여정 부부장은 대응 조치로 개성공단 철거,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폐쇄, 남북 군사합의 파기 가능성 등을 언급했습니다. 김 부부장에게 상당한 정책 결정 권한이 생겼음을 유추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때 김여정의 강경 대남 행보에 제동을 건 것은 김정은 위원장이었습니다. 강온전략이 소위 짜고치는 고스톱이었다고 해도 최종결정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명확히 보여준 사건입니다.

북한이 국정운영을 투트랙으로 하는 이유는 정책 실패시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입니다. 김 위원장이 모든 정책을 지시내렸다가 실패할 경우 리스크를 다 져야하는 부담감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이에 더해 통치 스트레스 경감도 이유로 꼽혔습니다. 하태경 의원은 김 위원장이 9년동안 통치를 하면서 스트레스가 많이 높아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2. 실패인정하고 인내하는 북

20일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 북한 관영매체들은 지난 19일 열린 제7기 제6차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5년간 추진해온 경제목표 달성에 실패한 것을 인정했다고 밝혔습니다. 김 위원장은 "혹독한 대내외 정세가 지속되고 예상치 않았던 도전들이 겹쳐드는데 맞게 경제사업을 개선하지 못하여 계획됐던 국가경제의 장성목표들이 심히 미진되고 인민생활이 뚜렷하게 향상되지 못하는 결과도 빚어졌다"고 평가했습니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실패를 공식 인정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북한은 내년 1월 노동당 대회를 열어 새 5개년 계획을 내놓을 계획입니다. 대북제재 장기화에 코로나19까지 겹친 상황에서 내부자원을 총동원하는 자력갱생이 당분간 이어질 전망입니다. 북한이 내년 1월로 8차 당대회 개최 시점을 결정한 것은 미국 대선을 염두에 둔 것입니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북미 협상을 틀을 바꾸겠다는 의도를 보인 겁니다. 거꾸로 말하면 대선 전까지는 북미간 혹은 남북간 특별한 움직임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미국 대선 전 깜짝 북미정상회담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것을 어제 발표로 다시 확인한 셈입니다. 그렇다면 북한의 위임통치 역시 당분간 자력갱생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통치 리스크를 덜어내기 위함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3. 건강이상설과 유고설 종식

왜 국정원이 지금 시점에서 북한의 위임통치를 밝혔는지는 해석이 분분하지만, 북한의 상황을 명확히 밝히는 것이 오해를 줄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올초부터 북한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건강이상설이 주기적으로 불거졌는데, 김 위원장이 잠행을 할 때마다 가십성,  추측성 보도가 줄을 이었습니다. 대부분 오보로 밝혀졌습니다. 20일에도 국정원이 명확히 건강이상설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음에도 일부 언론은 위임정치가 건강이상설의 징후가 아니겠냐는 추측성 보도를 내놨습니다. 일부 보수언론의건강이상설 보도가 줄을 잇고, 부정확한 북한 전문가들이 말을 보태면서 북한을 자극하는 일이 잦습니다. 부정확한 보도로 인한 남북관계 악화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국정원이 선제적으로 정보를 공개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적극적 시그널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20일 메시지는 박지원 국정원장 취임 이후 북한 문제와 관련해서는 사실상 첫 메시지입니다. 북한의 상황에 대해 국회와 국민에게 정확히 밝히는 것에 더해 북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맺기 위한 신호탄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현재까지 정보를 종합해보면, 북한의 시스템은 경제위기상황임에도 원활히 돌아가고 있고 김정은 위원장의 통치는 굳건합니다. 결국 일부 보수세력이 갈망하는 내부 붕괴는 가능하지 않다는 신호를 명확히 준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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