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대표 이낙연이 처칠을 인용한 데는 이유가 있다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20.08.31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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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새 당대표에 됐습니다. 이 의원은 29일 열린 전국대의원대회(전당대회)에서 총 60.77%를 득표해 김부겸(21.37%), 박주민(17.85%) 후보를 여유있게 따돌렸습니다. 코로나19 확진자 접촉으로 인해 자가격리중인 이낙연 신임 당대표는 자택에서 영상으로 당선 소감을 말했습니다이낙연 신임 대표는 저희 집 창문을 통해 보는 국민 여러분의 삶에 저는 가슴이 미어집니다. 거리는 거의 비었습니다. 사람들의 통행은 한산합니다. 가게는 문을 열었지만, 손님은 좀처럼 오시지 않습니다라 말하며 잠시 눈물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낙연 대표는 국민의 5대 명령을 수행해 문재인 정부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을 위한 토대를 쌓겠다고 말했습니다. 국민의 5대 명령은 코로나 전쟁 승리 국민 삶 지키기 포스트 코로나 준비 통합의 정치 혁신 가속화입니다. 당대표 된 뒤 울먹인 이낙연, 이 뉴스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1. 민생에 공감하는 정치

정치인 이낙연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신중함이지만, 이에 더해 냉정함, 차가움도 있습니다. 이낙연 의원의 정치적 실수 중 하나가 올해 4월말 이천 화재현장에 찾아가 유가족을 만난 일입니다. 대책을 요구하는 유가족에게 '제가 책임질 자리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가 '그럼 왜 온 것이냐'는 가족들의 질타를 받은 모습이 언론에 기사화되며 차가운 정치인이란 이미지가 커졌습니다.

당대표 수락연설 중 눈물을 보인 것에 대해 이낙연 대표는 방송 인터뷰에서 "국민들의 고통이 느껴졌다""삶이 고달파질 것이라는 대목에서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이 생기고 울컥했다"고 설명했습니다이낙연 대표가 꼽은 '국민의 5대 명령' 중 첫 번째가 코로나전쟁승리, 두번째가 국민삶지키기입니다. 국민의 삶과 민생에 공감하는 당 대표가 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입니다. 눈물은 그런 의지를 극대화하는 소품의 역할을 했습니다. 이낙연 대표가 없는 감정에서 눈물을 짜낸 것이 아니라 공감하는 마음이 큰 상황에서 나온 눈물을 자연스럽게 활용했다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2. 대화에 나서는 이낙연

국민의 명령 네 번째는 '통합의 정치'입니다. 야당과의 협치 방안에 대해서는 "마침 미래통합당에서 정강정책을 바꾸고 5·18 묘소에 가서 무릎도 꿇고 극단세력과의 결별을 말하고 있다""저희와 생각이 많이 가까워지는데 협치를 못 할 이유가 없다"고 했습니다. 이어 "두 당이 공통되는 부분에서 법 만드는 것을 서둘렀으면 좋겠다""김종인 통합당 비대위원장을 가까운 시일 내 찾아뵙고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했다.

당내에서는 176석이 국민 명령이니 더 강하게 나가라는 주문이 많지만, 전체 국민여론을 보면 민주당이 거대 여당이라고 독주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습니다. 전임 이해찬 대표는 강경대응을 하는 쪽이라면, 이낙연 대표는 좀 더 합리적으로 대화를 하는 스타일입니다. 총리시절에도 야당은 존중하지만 할 말은 하는 스타일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코로나19 안정화, 민생지탱, 코로나 이후 준비 등 앞의 세가지 명령이 정책적 목표라면, 네 번째 '통합의 정치'는 당대표로서의 정치적 목표입니다. 중도와 강성 지지층을 모두 껴안는 정치를 추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3. 처칠이 소환된 이유

이낙연 신임 대표가 마지막에 언급한 처칠의 발언은1940년 제2차세계대전 당시 처칠 총리 취임 연설의 마지막부분입니다. 이 연설은 전설적인 정치 연설 중 하나로 남아있습니다. 처칠은 “우리의 목적이 무엇이냐고 물으신다면, 한 단어로 대답하겠습니다. 그것은 승리입니다. 승리, 어떤 대가를 치르고서라도; 승리, 어떠한 공포가 닥쳐올지라도; 승리, 그 길이 아무리 멀고 험해도; 승리 없이는 생존도 없기 때문입니다.” 독일과의 전쟁이 한창이던 시절, 처칠 총리는 이 단호한 취임연설을 통해 국민들에게 희망을 줬고, 결국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이낙연 대표가 처칠을 소환한 것은 현재 상황을 전시로 보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 전쟁의 대상이 코로나19인지, 야당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중의적 표현으로 보입니다.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국난을 극복하고 정권 재창출을 이뤄내 처칠 같은 위대한 지도자로 남겠다는 의지입니다. 앞서 야당과 대화를 한다고 했지만 호락호락하게 주도권을 넘겨주지 않겠다는 의지로도 읽힙니다. 당 대표 이후 대선 행보를 염두에 둔 인용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낙연 의원에게는 진중하지만 고구마라는 두 평가가 상존합니다. 처칠은 단호한 정치인의 대명사입니다. 앞으로 자신의 화술과 정치적 태도에 변화가 있을 것임을 예고한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처칠은 보수정치인으로 보수당에서 탈당해 자유당으로 옮겼다가 다시 보수당으로 옮긴 전력이 있습니다. 이낙연 대표 역시 친노가 주류였던 열린우리당이 창당될 때 따라가지 않았고 새천년민주당에 몸을 맡겼다가 다시 합당한 바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념이나 과거가 아니라 실사구시와 승리라는 점을 처칠을 인용해 명확히 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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