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그때는 왜 갈라치기 논란이 없었냐는 고민정 의원께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0.09.04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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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치기 논란을 빚었던 문재인 대통령의 간호사 응원 페이스북 글 논란은 결국 청와대 참모들이 작성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자 이번엔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불똥이 튀었다. 고 의원이 청와대 부대변인 시절 "대통령이 페이스북을 직접 올린다"고 언급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야권은 이를 두고 '대필 논란'을 제기하는 등 공세를 퍼붓고 있다.

고 의원은 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입장을 밝혔다. '고민정의 거짓말', '대통령 페이스북 대필' 등 논란에 대해선 현재 사실관계, 즉 현재 문 대통령 페이스북 글을 누가 올리는지 모른다는 입장을 취했다.

고 의원은 "지금 현재의 사실관계를 묻고 싶으셨다면 저를 부를 것이 아니라 현직에 있으신 분들을 부르셨어야 될 것 같은데 저도 이제 (청와대에서) 나온 지는 꽤나 많이 됐기 때문에요."라고 말했다.

고 의원은 청와대 부대변인 시절인 2018년 5월1일 남북 정상회담 직후  YTN에 출연해 인터뷰를 가졌다. 이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페이스북을 직접 올리냐는 질문에 대해 고 의원은 "궁금해하시는데 직접 올리십니다. 직접 써서 올리시고 다만 본인이 자판으로 쳐서 엔터를 쳐서 올리고 이런 것까지는 아니지만 본인이 직접 글을 다 쓰셔서 관리자에게 전해지면 관리자가 업로드를 시키는 거죠. 그래서 업로드의 역할만 관리자가 할 뿐이지 글을 그분들이 다 쓰거나 그런 것은 아닙니다."라고 답변했다.

이어 그는 "어제오늘의 여러 가지 언론기사들을 보면 꼬리가 몸통을 흔들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니까 대통령이 왜 이 시점에서 그러한 메시지를 남겼는지에 대해서 이야기들이 오고가야 되는데 지금은 사실은 지엽적인 문제들로 자꾸만 번져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요."라고 이어갔다.

고 의원은 "지난 4월 7일에 세계보건의 날을 맞아서 그때도 역시 우리 간호인 여러분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던진 바가 있습니다. 저도 그거를 봤더니 ‘의료진의 헌신으로 표현될 뿐 의사들만큼 주목받지 못합니다. 조명 받지 못하는 이 세상의 모든 조연들에게 상장을 드리고 싶습니다. 하면서 지금 현재 생명을 지키고 있는 숨은 일꾼이면서 일등공신인 간호사 여러분에게 감사하다’라는 메시지를 던진 바가 있었지만 그때는 ‘왜 의사와 간호사를 갈라치려고 하느냐 왜 분열을 조장하려 하느냐’ 이런 얘기들은 있지 않았었습니다."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4월17일 페이스북 글(왼쪽)과 9월2일 페이스북 글. 의사 관련 부분을 빨간색으로 표시했다. 

그래서 뉴스톱이 찾아봤다.

왼쪽은 고 의원이 언급한 4월7일 문 대통령의 페이스북 글이다. 오른쪽은 2일 문 대통령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라온 '간호사 응원' 글이다. 

4월7일 글에도 일부 의사에 관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전체적인 맥락을 살펴보면 고 의원의 말대로 순수히 간호사를 응원하는 내용이다. '갈라치기' 논란이 일어날 정도로 '오해할 만한 표현'이 없기 때문에 논란이 일어나지 않은 것 뿐이다. 

하지만 고 의원은 '갈라치기 논란'을 두고 "이 국민들과 대통령을 혹은 이 코로나 방역을 하고 있는 정부와 그리고 이 의료진들을 갈라치려고 하는 지금의 모양새들이 저는 오히려 더 불편하다"고 말했다. 정작 '사족'을 붙여 진의를 왜곡하게 만든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논란을 그쪽으로 삼다 보니 그것이 더 증폭됐다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물론 거기에 대해서 마음의 상처를 받으셨거나 혹은 오해를 하셨다면 푸셨으면 좋겠다 하는 정말 간절한 마음을 담아서 말씀을 드리고요. 그러한 의도를 가지고 쓸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겁니다."라고 언급했다.

청와대에서는 논란이 확대되는 것을 경계하는 눈치다. 국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의 진의는 간호사들 근무 환경이 나쁜 것이 안타깝다며 도움을 주려고 한 것”이라며 “대통령은 진심으로 걱정한 것인데 마지막으로 메시지가 나갈 때까지 이를 제대로 챙기지 못한 참모들 전부의 잘못”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직접 썼든 참모가 썼든 '의도와는 다르게' 논란이 크게 일었다. 진의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고 변명하지만 정책 메시지를 명확하게 전달하는 것은 정부의 책임이자 능력이다. 더구나 국정 최고 책임자의 메시지를 전달할 때는 몇 배는 더 공을 들여야 마땅하다. 

메시지 전달 과정에서 참모들이 대통령의 진의를 가리고 논란을 일으켰다. 징계를 하든 훈계를 하든 격려를 하든 인사권자의 몫이다. 하지만 국민들은 불필요한 논란으로 국론이 분열되는 것은 원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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