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감염병 대유행이 한국인의 질병 패턴까지 바꿀까?

  • 기자명 곽민규
  • 기사승인 2020.09.04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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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에 대한 인식

지난 7월, 한국식품연구원 부설 세계김치연구소(소장 직무대행 최학종)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에 대한 김치의 항바이러스 효능을 검증하기 위해 항바이러스 소재를 개발 중에 있다고 밝힌바 있다. 필자도 과거 SARS가 창궐하던 2000년대 초반 김치 유산균을 재료삼아 이러한 일에 매진했던 기억이 아직 생생하게 남아있다.

감염병의 대유행이 일어날 때마다 우리나라 다른 나라 할 것 없이 그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각계의 전방위적인 회피 모색을 감행해 왔고 실익이 있든 없든 의과학적으로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다각적인 제안을 수없이 겪어왔다. 이러한 경향성은 과거 100년간 세계의 모든 감염병 관리 대상국에서 공통적으로 행해왔던 관행과 같은 반사행위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일반적으로 감염병 (전염병)은 미생물(세균, 곰팡이, 바이러스)과 기생충 같은 병원성 감염체에 의해 감염되어 발생하는데, 간략한 예로 감기와 폐렴은 호흡기로 감염되고, 말라리아는 모기에 의해, 에이즈(HIV/AIDS)는 성적 접촉을 통해 감염된다. 인간 면역체계의 활약으로 보통 질병으로 전개되지 않지만 병원체 독성(병원성)이 강하고 항생제에 내성이 작동할 경우 심각한 질병으로 발전되어 개인마다 크고 작은 다양한 질병 스펙트럼을 가지게 되며 병원체가 가지는 전파력의 정도에 따라 지역사회에 확산된다.

감염병은 경우에 따라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에 국가가 감염병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많은 협력을 구축하고 상호 긴밀히 노력해왔다. 대부분의 감염병은 국가가 저마다의 방역 체계와 준수 절차를 갖추고 관리되고 있기 때문에, 감염병 환자가 발생하면 국가가 통제력을 가지고 환자를 격리하고 치료하는 방법을 통해 일반적인 비접촉(non-communicable) 질병과는 다른 관리 체계를 갖는다.

그런데,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는 감염 매체로 인한 발병 추세는 과연 미래 우리 사회에 어떠한 환경 트렌드를 새겨 넣는가라는 문제를 한번 생각해 볼 이유가 있겠다. 왜냐하면, 많은 학자들은 현재까지 진행형인 감염병의 모든 패턴 연구를 종합해 볼 때 전세계적 감염병 대유행이 이제 시작에 불과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경고하기 때문이다.

런던대 바이러스 및 세포 분야 전문가인 제니퍼 론 박사는 최근 전 세계로 확산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대유행에 대해 더 큰 대유행이 '과연 일어날까' 하는 가설을 고민할 것이 아니라 '언제 발생하고 얼마나 파괴적일까'를 따져봐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코로나대유행이 단시간 내에 종식되기 불가능할 것이라며 "대규모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감염병이 어떤 형태로 향후 우리 사회에 영향을 미칠 것인가라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이에 대한 내용을 짚어보고자 한다.

 

감염병으로 인한 세계와 한국 사망률 차이
그림 1. 세계의 주요 사망 원인 (2017)(출처: https://ourworldindata.org/what-does-the-world-die-from)
그림 1. 세계의 주요 사망 원인 (2017) (이미지 출처: https://ourworldindata.org)

그런데, 이러한 감염병으로 인한 사망 비율은 전체 사망 원인에 의한 자료를 통해 볼 때 사실 그닥 높지 않다. 먼저 전세계 감염병으로 인한 사망 패턴을 살펴보자면 다년간 발생한 세계 인구의 사망 중 2017년의 경우 가장 큰 원인으로 심혈관 질환과 암이 42%를 차지하고 있다.

그림 2. 세계의 10대 주요 사망 원인 (2016)(출처1: https://www.who.int/news-room/fact-sheets/detail/the-top-10-causes-of-death)
그림 2. 세계의 10대 주요 사망 원인 (2016) (이미지 출처: https://www.who.int)

또한, 2016년 세계보건기구 (WHO)에서 보고한 10대 사망 원인은 허혈성 심장병, 뇌졸중, 만성폐쇄성 폐질환, 하기도 감염(폐렴), 알츠하이머 등의 치매, 기관/기관지/폐암, 당뇨, 교통사고, 설사증, 결핵이며 세계 5,690 만명의 사망자 중 54%가 상위 10 대 원인으로 인한 것이다. 허혈성 심장병 및 뇌졸중은 2016 년에도 총 1,520 만 명의 사망자를 차지하여 세계 최대의 사망 원인이었다. 이들 수치는 순위의 차이는 있으나, 지난 15년간 세계 주요 사망 원인으로 지속적인 통계 수치이다.

그림 3. 세계의 10대 주요 사망 원인 (2016)(출처: https://www.who.int/gho/mortality_burden_disease/causes_death/top_10/en/)
그림 3. 세계의 10대 주요 사망 원인 (2016) (이미지 출처: ttps://www.who.int)

흥미로운 것은 비접촉(비전염성)성 호흡기 질환으로 만성 폐쇄성 폐질환 사망자는 2016년에만 300 만명이고 전염성 질병인 폐농양, 급성기관지염 등을 일컫는 하기도감염증 (下氣道感染症, Lower respiratory tract infection, LRTI) 혹은 일반적으로 넓은 의미의 폐렴이라고 부르는 ‘호흡기감염증’도 같은해 비슷한 정도가 사망하였다.

다른 접촉성 감염 질환으로 인한 원인으로 설사 질환의 경우 2000년과 2016년 사이 15년간 100 만명 정도 사망자수가 감소하여 2016년에는 140만명 정도가 사망하였다. 결핵 사망자 수도 마찬가지로 같은 기간 동안 감소했지만 사망자 수는 130만명으로 여전히 상위 10 개 원인 중 하나이다.

감염병인 HIV / AIDS는 순위가 밀려 더이상 세계 10 대 사망 원인 중 하나는 아니지만, 2000년 150만명에 비해 2016 년에 100 만명이 사망했다. 요컨대, 전체 사망자 중에서 감염병으로 인한 사망률은 10대 사망원인 중에서 10% 정도를 차지한다.

참고로 1993년과 2002년 전세계 사망자 중에서 감염병 사망 비율은 각각 32.2%, 25.9% (출처: "The World Health Report (Annex Table 2))로 비약적으로 줄어든 수치이며 2010년 감염병으로 인해 1,000만명 정도의 감염병 사망자로 다시 큰 감소폭을 보여준 후, 현재까지 대부분의 국가에서 유사한 감소세를 보여주었다.

 

한국의 감염병 사망률
그림 4. 한국의 10대 주요 사망 원인 (2015)(출처: https://www.cdc.go.kr/board/board.es?mid=&bid=0034&list_no=78470&act=view)
그림 4. 한국의 10대 주요 사망 원인 (2015) (이미지 출처: https://www.cdc.go.kr)

한국의 경우,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에서 수행하는 한국인유전체역학조사사업 (Korean Genome and Epidemiology Study; KoGES )의 역학자료와 연계한 한국인 10대 사망원인자료에 대한 2015년 통계 자료에 따르면 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가장 높았다는 점이 세계 통계치와 달랐고, 감염병에 의한 사망률은 남자 5% 미만, 여자 4% 미만으로 나타났는데, 특이한 점은 여성의 경우 10위인 0.7%가 바이러스 간염이 10대 사망원인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그림 4).

따라서, 전 세계적 자료를 기준으로 보면, 감염병 질환에 대해 지나치게 사회적 경직이 표면화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수 있지만, 이러한 통계 수치의 맹신은 매우 위험스러운 편견을 초래할 수 있다. 감염병 상황에 대해 여러 측면에서 고려해 보자면 현재 한국은 55종의 법정감염병이 있으며, 2015년에는 35종의 감염병이 발생한바 있다.

그런데, 통계청에서 발간하는 한국의 사회동향 (Korean Social Trends 2016)에 따르면 한국 사회내의 감염병 전파는 196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퇴치 수준까지 갔다가 1990년대 말부터 발생률이 다시 증가하기 시작하여 현재는 1960년대 수준까지 도달했다고 보고 있다. 대체 왜 이런 현상이 21세기 초고도화된 현대 한국사회에서 나타나는 것일까.

 

한국의 미래감염병 전망
그림 4. 연도별 법정감염병 발생 추이(출처: http://files.chemicalwatch.com/KCDC%20white%20pater_2017%20%EC%A7%88%EB%B3%91%EA%B4%80%EB%A6%AC%EB%B0%B1%EC%84%9C%28%EA%B5%AD%EB%AC%B8%29.pdf)
그림 5. 연도별 법정감염병 발생 추이 (이미지 출처: http://files.chemicalwatch.com)

이러한 이유로 기존 감염성 병원체에 대한 지속적 감시와 함께 해외 유래 신종 감염증에 대한 인식과 방어 체계가 요구되는 중요한 시기라 하겠다.

미래감염병은 신종감염병(Emerging infectious diseases, EIDs)이라고도 하는데 국내 환경에서 발생했거나 공중보건상 문제가 되는 감염병 중에서도 향후 우리 사회에 지속적으로 증가될 것으로 예측되는 감염병까지 포괄한다.

우선적으로 중요한 것은 다른 나라가 아닌 우리나라에서의 신종감염병에 대한 예측 및 대응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사회 환경 변수로 작용한다고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세계보건기구 및 관련 산하기구들도 최근 지속적으로 이러한 미래감염병이 유례없는 속도로 출현하고 있다고 보고하였고 실제로 1970년대 이후 50년간 오랜 시간 변이를 거듭하여 새롭게 병원성을 가진 SARS, MERS, 에볼라, 치쿤구니아, 조류인플루엔자, 지카바이러스를 포함한 40가지 이상이나 되는 ‘신종감염병’이 발견되었다.

2017년 질병관리본부의 ‘2017 질병관리백서’ 및 ‘2017 감염병 감시연보’에 따르면 이 주장에 결정적 근거를 보탠다 (그림 5). 콜레라와 장티푸스 같은 수인성 감염병은 거의 발생하지 않지만 홍역, 수두, 유행성이하선염, 말라리아 등의 발생율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쯔쯔가무시, 뎅기,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등의 해외 유래 감염병의 발생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감염병으로 인한 사망률은 과거처럼 높지는 않지만 새로이 대두되는 감염병 병원체에 대한 근거로 2017년 우리나라 질병관리본부에서 발표한 10대 감염병의 경우 메르스, 모기매매 감염병, 조류인플루엔자 인체감염증, 병원성 비브리오 감염증, 바이러스성 출혈열 등 신종·재출혈 감염병 5종과 수두, 수족구, 유행성이하선염, A형 간염, 레지오넬라증 등 국내 감염병 5종 등 총 10대 감염병을 새롭게 규정한바 있다.

그림 6. 세계의 발병 원인에 대한 패턴 변화(출처: https://www.scientificamerican.com/article/global-infections-by-the-numbers/)
그림 6. 세계의 발병 원인에 대한 패턴 변화 (이미지 출처: https://www.scientificamerican.com)

여기에 더 암울한 근거가 될 수 있는 것은, 감염병 발생의 전세계적 경향성은 앞으로도 지속되리라 예측되기 때문이다. 각국의 감염병으로 인한 사망자수는 과거에 비해 크게 줄은 것은 여러 지표에서 사실이나, 병원체 종류, 인간을 숙주로 하는 경향성과 확산 형태 등이 5년 주기로 볼 때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림 6).

 

감염병에 대한 한국 사회의 과제

이렇게 신종감염병이 급격히 증가한 이유는 여기서 자세히 다루지 않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개선방향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여기에 항생제 내성, 의료 서비스 공급의 불확실성 및 정책적 신종감염병 대응의 우선순위 등 복잡다단한 요소들을 선별하여 선행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는 전통적으로 보아왔던 우리 사회의 질병 발생과 사망 원인에 대한 큰 변화가 예상된다. 이는 비단 우리 한국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지만, 어느때보다도 신종감염병과 고부담 감염병 등에 대한 우선순위를 정하고 이에 대한 R&D 정책의 집중성 등이 어느때보다 요구된다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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