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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강사법, 정말 돈이 없어 못하나?비용논쟁에서 벗어나기 위한 잘못된 계산법 팩트 체크

2018년 개정 강사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1977년 유신정권 하에서 대학 강사가 교원의 지위를 박탈당한지 41년 만의 일이고, 그것을 바로잡기 위해 2011년 고등교육법을 개정하여 강사 교원 지위를 인정하는 강사법을 만들고도 시행되지 못한 채 유예만 거듭해온 지도 7년만의 일이다. 그 애간장 타는 시간이 이제 드디어 끝나고 2019년 1월 1일부터 법이 시행되어 공채 등을 거쳐 2학기부터 강사들에게 전면 적용된다. 그런 역사를 되새겨보면 2018년 11월 29일은 많은 강사들이 함께 기뻐하며 축하해야할 감동의 날이다. 그런데 지금 대학 현장의 강사들은 이 기쁨을 제대로 나누지 못하고 있다. 대학들이 돈이 없다며 시행일(8월 1일) 이전에 강사들을 사전 해고하겠다고 협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들의 주장은 강사법의 취지는 좋지만 지금 대학이 처한 재정적 상황을 볼 때 하고 싶어도 돈이 없어 못한다는 말이다. 많은 사람들도 그 입장을 따라 강사법은 결국 ‘돈 문제’라고 한다. 과연 그럴까? 세 가지 차원에서 팩트를 따져보아야 한다. 첫째, 강사법 시행하는데 대체 얼마나 돈이 드는가? 둘째, 대학은 정말 돈이 없는가. 셋째, 정말 ‘돈 문제’인가. 이 세 가지를 검토하고 나서 그러면 어떤 식으로 ‘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대안을 찾아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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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강사법 시행에는 돈이 얼마나 드는가?

지금 대학들이 ‘돈이 든다’고 말하는 근거는 개정 강사법에 신설된 ‘방학중 임금 지급’ 규정(고등교육법 제14조의2 제4항)이다. 지금까지 대학들은 ‘시간강사’라는 이름으로 계약을 하면서 실제로 1년 이상을 근속하여 근무하더라도 4개월 학기 단위로 쪼개기 계약을 하고, 방학기간 중에는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1년에 8개월 치 주던 것을 이제 방학임금 4개월 치를 더 주어야 한다면 강의료만 50%나 인상되는 셈이 된다. ‘엄청나게’ 증가하는 것처럼 보인다. 거기에 더하여 건강보험과 퇴직금까지 주어야 한다. 그러나 퇴직금은 당장 발생하는 비용이 아니고, 직장건강보험 가입시 사용자 부담도 월 소득액의 3.12%에 불과하다. 2016년 기준 시간강사들의 평균 연봉은 811만6000원이었다. 교육부가 공시한 사립대 시간강사 평균 시급(5만5000원)을 기준으로 산출한 액수다. 평균 월급으로 환산하면 67만6400원이다. 여기서 3.12%면 얼마인가? 21,000원이다. 2015년 기준 4인 가족 최저생계비는 166만8329원이었다. 시간강사 평균 연봉은 최저생계비의 40.5% 수준에 불과하다. 이렇게 초초저임금이가 때문에 이들의 인건비가 전체 대학 재정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 내외다. 각 학교별로 예산 대비 시간강사 강의료를 계산해보아도 그렇고 전체 대학 총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그렇다.

박경미 의원 발간 <사립대학 재정 현황 및 개선 방안> 중

대학 총수입 24조원 중 강사 인건비 1% 미만

그런데 대학들은 강사법 비용이 총 3천억에 이를 것이라고 하며 이 돈이 ‘어마어마한’ 부담이라고 한다. 보통 사람들에게 ‘수천억대’라는 이런 표현은 이 돈이 대학들의 재정부담을 ‘어마어마’하게 가중시킬 것이라 쉽게 믿도록 만든다. 하지만 여기에는 계산법에 따른 착시와 숫자의 마술이 숨어있다. 상대적 비교를 하지 않기 때문에 커 보이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대학의 재정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잘 모른다. 2018년 박경미 의원 국정감사 정책자료집 <사립대학 재정 현황 및 개선 방안>에 따르면 4년제 사립대 1년 교비(등록금)수입은 18조 원, 국고보조금과 산학협력단 회계까지 더하면 연간총수입은 24조원이 넘는다. 그 중에 시간강사 연간총강의료는 약 2200억 원이다.

대학은 교비와 국고보조금을 포함해 연간 24조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고 강사 인건비로 2200억원을 사용한다. 전체 1%에 못 미치는 액수다. 박경미 의원 발간 <사립대학 재정 현황 및 개선 방안> 중

그런데 지금 사립대 누적적립금은 8조원을 넘어 9조원을 향해 간다. 교육부 1년 예산이 75조원, 그 중에 2019년 고등교육 예산 편성은 10조원에 달한다. 국가 R&D 예산은 15조원이다. 그중에서 3천억 원이다. 경제 규모가 그 정도 되는 나라의, 그런 대학에서, 대학 강의의 30%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전국 7만명 강사들 모두의 처우를 강사법 기준으로 ‘조금’ 개선하는데 드는 비용이, 3천억이면 된다는 것이다. 이제 그 3천억이 ‘고작 3천억’으로 보이지 않는가. 이 숫자들은 지금까지의 시간강사의 임금과 처우가 얼마나 상상 이상으로 열악했는지를 말해주는 증거다.

"강사 강의료 최대치 인상 불가피" 대학측 3500억원 소요 주장

그런데 이 ‘3천억이 넘는 돈’이라는 것도 상당 부분 부풀려진 것이다. 지금 국회의 셈법과 강사노조의 셈법, 대학의 셈법이 서로 다른데, 강사법 시행에 따른 추가소요예산을 가장 최대치로 추계한 금액이 대학측이 주장하는 3천억이 넘는 돈, 정확히는 3500억 원이다. 이 수치는 대체 어떻게 나온 것일까? 강사법에 따른 추가소요예산의 추계를 위해 대학강사제도개선협의회의 요구로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서 분석한 <고등교육 기관의 교원 및 시간강사 등 현황 분석>에 따르면, 대교협 계산법은 현재 국·공립대와 사립대 시간강사 강의료를 교육부가 권하는 국·공립대 시간강사 강의료 단가 권고 수준으로 인상했을 경우를 가정한 것이다. 2017년 기준으로 4년제 국·공립대 평균 강의료는 시간당 7만1300원이고 사립대는 5만2500원이다. 전문대의 평균 시간당 강의료는 국·공립대가 4만2400원, 사립대가 3만100원이다. 이것을 4년제 8만5700원으로, 전문대는 5만원으로 일괄 인상하였을 때, 강사들이 담당하는 총강의 시간을 증감없이 현재 인원 그대로 적용하여 계산하면 약 2300억 원 정도 추가예산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온다. 여기에 국민연금, 국민건강보험, 산재보험, 고용보험 등 4대보험과 퇴직금을 모두 합산하면 3500억 원의 추가 비용이 드는 것으로 나온다. ‘3천억이 넘는 돈’은 여기서 나왔다.

대학측에서 비용산정 근거로 이용하는 설립유형별 시간강사 강의료. 현행 강의료를 4년제 8만5700원으로, 전문대 5만원으로 일괄 인상할 경우 3600억원이 든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대학이 당장 강사료를 인상을 할 이유가 없다. 출처: 대학 강사제도 개선안 공청회 109페이지

그런데 이 셈법은 잘못된 것이다. 강사법이 시행되어도 고등교육법 제14조의2(강사) 제2항의 예외규정에 의해 강사는 사학연금이나 공무원연금 적용대상에서 제외된다. 산재보험과 고용보험은 이미 기지급되고 있는 상태라 추가발생분이 없다. 퇴직금 역시 퇴직시에 퇴직자에게만 주는 것으로 강사법을 시행한다고 모든 강사에게 당장 발생하는 비용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과연 대학들이 강사법이 시행되었다고 해서 수년간 동결에 가깝게 유지해온 강의료를 갑자기 인상해줄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런데도 이 계산법은 건강보험 외 해당사항 없는 다른 4대 보험을 모두 포함하고, 강사 강의료를 최대치로 인상하고, 여기에 한달치 임금인 퇴직금을 일괄 정산한 금액을 합산하여 거의 2배 가까이 증액하여 산출한 것이다.

실제 강사법 시행 비용 1600억원으로 가능

그러면 전국대학강사노조의 추가비용 계산법을 보자. 동일 자료 기준으로 2017년 전국 시간강사의 연간총강의료는 약 4400억 원. 여기에 방학중 임금 50%를 적용하여 계산하면 강의료 추가 부담은 2200억 원이다. 여기에 3.12% 요율로 건강보험료 210억을 더하면 약 2400억의 추가비용이 발생한다. 대학 측 계산과 천억 원이 넘는 차이가 난다. 사립대 1년 총수입 24조원의 정확히 1%에 해당하는 비용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국립대와 사립대가 모두 포함된다. 국립대의 경우 법이 시행되면 강사인건비는 교육부 예산으로 지원되므로 지금 실제로 문제가 되는 것은 사립대다. 자료에 따르면 사립대의 방학중 강의료 추가액은 4년제와 전문사립대를 합쳐서 총 1600억 원 정도다. 그러니까 대교협 계산법은 거의 2배 가까이 ‘뻥튀기’한 셈이다. 이제 우리는 이 돈을 어디서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고민하면 된다. 국회는 이번에 강사법을 통과시키면서 사립대를 포함하여 강사법 관련 예산 550억 원을 예산으로 신청했다(국회 본회의에서 288억원으로 최종 확정됐다). 대학들은 이 돈으로는 턱도 없다고 아우성이다. 하지만 강사인건비 추가분을 모두 정부에서 책임져야 하는가. 대학도 일정 부분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그런데 그 돈도 없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B. 대학은 정말 돈이 없는가?

대학과 언론은 이구동성으로 등록금 동결과 입학정원 축소에 따른 등록금 수입감소를 대학 재정 위기의 원인으로 꼽는다. 이런 상황에서 강사법 시행에 따른 추가비용까지 더해지면 경영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고, 비용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강사를 해고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대학들이 쓰지 않고 매년 적립금으로 이월하여 쌓아놓고 있는 누적적립금만 8조원에 달한다. 적립금은 사용목적이 정해져있어 함부로 쓸 수 있는 돈이 아니라고 하지만 적립금 용도에는 연구목적비가 있다. 의지만 있으면 연구지원비 형태로 강사처우개선비에 쓸 수 있는 돈이다. 사립대학은 적립금을 인출한만큼 다시 적립하고 있는데 그 돈이 매년 1조원 가량 된다. 예산으로 편성했다가 쓰지 않고 다음해로 넘기는 차기이월금도 강사법 소요 비용을 훨씬 상회하여 2017년 6600억 원이나 된다. 정부 지원이 없어도 얼마든지 감당할 수 있는 부분이다.

박경미 의원 <사립대학 재정 현황 및 개선 방안> 중 지출 내역

대학 교·직원 인건비 매년 1000억원 인상...베이비붐 전임교원 퇴직도 예고

지출구조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박경미 의원의 위 정책자료집에 따르면 사립대 지출 항목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교·직원 인건비로 총지출의 42%에 달하며, 매년 7조원 대의 지출이 이루어지고 있다. 게다가 최근 5년 동안 꾸준히 임금을 인상하여 5800억 원이 증가하였다. 이 교·직원 임금 인상분만 해도 전체 강사인건비 2200억 원의 2배 이상이다. 강사인건비가 등록금 동결 등을 이유로 동결되어 있는 동안 교·직원 인건비는 매년 1000억 이상이 올랐다는 것이다. 대학이 그 정도 인상분은 감당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임금 격차가 10배에 달하는 전임교원 임금 인상분만큼을 강사법 시행 초기 비용으로 전용해도 되지 않겠는가. 지출변동 사항에서 또 한가지 참고할 것이 있다. 앞으로 몇 년간 베이비붐 세대의 전임교원들이 50%이상 퇴임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신규 임용자들의 초봉은 퇴직자들의 임금보다 훨씬 낮고 그 비용만큼 대학에는 가용자금이 생긴다.

등록금 동결에 따른 수입 감소 주장도 팩트 체크 해보자. 등록금 수입이 감소했다고 하지만 등록금외 주요수입은 몇 배로 증가했다. 교육부에서 제출받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1주기 구조조정으로 학부 입학정원이 감소한 결과 사립대 등록금 수입도 약 3000억 원 감소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사립대 지원 국고보조금은 총 1조4000억 원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등록금 수입외 여타 재원 증가로 교비회계 수입총액은 최근 5년간 6252억 원이 증가했고, 산학협력단 수입총액은 1조3253억 원 증가해 총 2조 가량 수입이 증가했다. 이런 수입원 증가 요인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2주기 구조조정에서 다시 2023년까지 5.5만명이 정원감축될 계획이지만 대신 정부가 8월 국회에 제출한 ‘2018~2022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2022년까지 15조원 이상이 고등교육분야에 투입된다. 뿐만 아니라 당장 2019년도만 해도 총예산 75조2052억 원을 교육부 예산으로 편성하였는데 고등교육 예산이 대폭 늘려 4550억 원을 증액하였다. 이는 최근 5년간 최대 증가율(4.8%)이다.

고등교육 예산 최대 증가율...정부 재정지원도 확대 가능성

당초 교육부는 강사법 시행을 대비하여 사립대 강사 처우개선을 위해 기재부에 예산 신청을 하였으나 반려되자 일반지원 예산을 확보함으로써 ‘인건비성 직접지원’을 우회하는 방안으로 전체 가용예산을 늘렸다는 설명이다. 이 돈이 강사법 시행 경비로 지정된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대학으로 돈이 그만큼 더 들어간다는 것은 대학에 자금 여유가 그만큼 생긴다는 뜻이다. 기재부에서 8월에 강사법 관련 예산을 반려한 이유는 첫째, 사립대 인건비 명목으로 국가 예산을 지원할 수 없다는 점과, 둘째, 아직 통과되지도 않은 법에 대한 예산을 사전에 승인할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제 법이 통과 되었고, 재정지원에 대한 여론이 높으며, 기재부도 전향적으로 검토할 전망이 보이고, 정부와 국회의 예산 확보 의지도 높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들이 계속 돈을 핑계로 대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정말 돈이 문제라면 예산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지 강사 해고와 구조조정으로 법안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행동을 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C. 정말 돈 문제인가?

그러므로 진짜 문제는 ‘돈’이 아니다. 그 결정적 증거가 지금 앞장서서 강사해고와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대학들 대부분이 재정적으로 별 어려움이 없는 학교들이라는 사실이다. 서울대는 물론이거니와 연세대, 고려대, 경희대, 한양대, 중앙대 등이 모두 사학재단 적립금 순위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대학들이고, 이 대학들은 입학정원 축소도 그에 따른 등록금 수입 감소도 거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지난 5년간 대학 입학정원은 총 5만6800명이 감축되었지만 위 대학을 포함한 서울 대규모 대학 9곳의 정원감축은 고작 1.1%(365명)에 불과했고 수도권 전체에서도 3.2%만 감소했을 뿐이다. 반면 정원감축이 크게 이루어진 곳은 지방 4년제 대학과 전문대학으로 총 4만2366명이 감축, 전체 정원감축의 75%가 지방 소재 대학에서 이루어졌다. 입학정원이 줄어든 만큼 그대로 등록금 수입 감소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대학정보공시 자료상의 학생충원율을 보면 입학정원이 줄어도 재학생수는 줄어들지 않거나 오히려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는데, 그 이유는 편·입학과 정원외 입학, 외국인 학생수 증가 등으로 재학생수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내국인 등록금은 동결하는 대신 외국인 등록금은 매년 인상하고, 학부 등록금은 동결이지만 대학원 등록금은 꾸준히 올랐다.

정부 지원금 많이 받는 수도권 사립대학이 강사 구조조정 앞장서

또한 재정 상태가 좋은 대학들이 정부지원을 더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박경미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아 분석한 정부 대학재정 지원 현황을 보면, 전체 재정 지원의 약 40%를 상위 20개 대학이 독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 장학금과 국립대 운영 경비를 제외한 교육부 재정지원을 가장 많이 받는 대학은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순이고, 상위 10개 대학이 25.6%, 상위 20개 대학이 38.5%를 차지한다. 교육부 외 타부처 재정지원에서는 SKY 3개 대학,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가 교육부외 타부처 정부재정지원의 21%를 가져간다. 단 3개 대학이 1/5을 독식하는 것이다. 그 중에서 서울대는 10%를 차지하고, 상위 10개 대학이 42.6%, 상위 20개 대학이 59.5%를 차지한다. 그러니까 지금 돈이 제일 많은 대학들이 강사 대량해고와 구조조정 계획을 선도하고, 공공재원이 가장 많이 투입되고 있는 대학들이 법 시행을 방해하면서 가장 반공공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말이다.

돈이 없는게 아니라 강사에게 쓸 돈이 없는 것

이들 대학의 강사법에 대한 반발은 ‘돈 문제’가 아닌 것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대학들은 돈이 없는 것이 아니라 강사에게 쓸 돈이 없는 것이다. 오랫동안 대학은 시간강사를 가장 싸게, 가장 편리하게 사용해왔다. 그런데 지금까지 사무용품이나 비품처럼 편하게 쓰고 버리던 존재를 이제는 공개채용 절차에 따라 뽑아야 하고, 계약에 따라 임용해야 하며, 1년 이상 계약해야 하고, 함부로 잘랐다간 교원심사소청위원회에 가게 생겼다. 이런 모든 상황들이 귀찮고 번거롭고 짜증나고 불안한 것이다. 대학들은 그것을 ‘행정비용’이라고 부르며 실은 이 부담이 더 큰 요인이라고 말한다. 그동안 ‘수익최대화 비용최소화’라는 원칙에 입각해서 지원금 따기와 기업형 경영이 체질화되어온 대형사립대, 소위 ‘돈 많고 잘 나가는 대학’에서 강사법을 핑계로 우는 소리 하며 비용절감 구조조정에 나서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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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 어떻게 해결할까?

첫째, 강사법에 돈이 엄청나게 든다는 착시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동안 대학이 씌워준 확대경 때문에 현실이 과장되어 보이지만 2배에 가까운 임금 인상을 전제로 하고, 여기에 한달치 임금에 해당하는 퇴직금까지 7만명의 강사 모두에게 당장 한꺼번에 발생하는 것으로 추가하여 합산한 계산법은 분명 부풀려진 것이다. 강사노조의 계산법도 대학정보공시 전국 통계 자료를 근거로 추정한 것이므로 정확하지는 않다. 정확한 추가 비용을 아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추정 총액이 아니라 각 대학들이 각자 결산회계에서 2018년에 지출된 강사 강의료를 정산하고, 여기에 방학중임금 50%와 건강보험료 부담액을 합산한 금액이 얼마인지 정확히 계산하여 제출해야 하면 된다. 학교에서 필요한 돈이 얼마이고 대학 자체 예산으로 충당할 수 있는 돈이 얼마이며 지원이 필요한 금액이 얼마인지, 교육부가 이를 총합하면 정확한 총액이 나올 것이고 그만큼 강사법 지원 예산에 반영하면 된다.

다음으로 추가소요액의 분담 기준을 정하는 것이다. 대학도 정부도 같이 책임져야 한다고 본다. 보통 정부가 대학에 연구비지원을 할 때 대학에서도 ‘대응자금’을 일부 부담하도록 하는데, 강사법에 따른 비용도 그런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 50대 50으로 반반씩 부담할 수도 있고, 재정상태에 따라 고려할 수도 있으며 향후 몇 년간 계획을 세워 분담 비율을 변동하여 정할 수도 있다. 단 여기에 대해서는 대학들이 다른 곳에 지원금을 전용하지 못하도록 엄격한 집행 관리와 감사가 필요하다. 또한 강사들의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이라는 입법 취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강사고용유지를 지원 조건에 반드시 포함하고, 향후 정부지원사업 및 대학평가에서 교원 평등성이나 강사처우를 평가지표로 반영하여 대학이 협력하도록 강제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방법론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있다. 사실 방법은 많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의지와 관점이다. 무엇보다 이 강사법이 비용이 안 들면 시행하고 비용이 증가하면 회피해도 되는 법이 아님을 모두가 인식하는 것이다. 이 법은 편의상 강사법이라 불리지만 실제로는 고등교육법 일부 개정안이다. 고등교육법 내에 강사에게 교원의 지위를 부여하고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을 위한 법령을 신설한 것을 단지 당사자인 강사들의 복리후생이나 빈곤구제 사업 정도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강사법이 필요한 이유는 강사의 지위와 노동조건이 곧 고등교육의 질적 수준과 조건에 직결되기 때문이고, 대학의 민주주의와 대학 교육의 정상화를 위한 필수 조건이기 때문이다. 1977년 강사에게서 교원지위가 박탈된 이유는 대학에서 비판적 이론과 저항적 지식인들을 억압하고 말살하기 위한 유신정권의 통치 전략 때문이었다. 2000년대 이후 대학에 신자유주의적 기업경영 방식이 도입된 이후로는 교육과 학문의 발전이 아니라 ‘수익 최대, 비용 최소’라는 이윤의 논리가 대학의 경영방침이자 체질로서 굳어졌다. 대학사회도 다른 노동현장과 마찬가지로 극심한 경쟁과 평가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비정규직화와 동시에 내부 지위의 위계화와 소득양극화가 극에 달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대학의 최하 존재인 강사들은 제일 먼저 희생되는 존재가 되었고, 오랜 시간강사제도의 모순과 차별구조는 더욱더 악화되었다. 강사법은 이러한 대학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이다. 대학이 왜 존재해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이며, 더 이상 기업화로의 길을 멈추라는 사회적 요청이다. 그런데 이를 다시 비용문제로만 환원하는 것은 대학을 어떻게 하면 평등하고 자유로운 학술공론장으로 만들 것인가라는 정치적 논쟁을 소모적인 산술논쟁으로 환원시키는 것이다.

돈은 없지 않다. 없는 것은 변하려는 의지다. 아니 대학들은 변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표명한다. 그 의지에 대하여 지금 필요한 것은 법을 온전히 시행하겠다는 정부와 국회와 시민의 의지다. 언론도 더 이상 사실 확인 없이 강사법은 돈이 문제라는 대학의 주장을 의심없이 받아쓰는 기사를 쓰면 안된다. 의심하고, 계산하고, 확인을 하자. 강사법이 통과됨으로써 대학은 지금까지의 항로를 바꿀 전환점에 서게 되었다. 여기서 좌초할 것인가, 아니면 함께 이 키를 잡고 방향을 바꿔 나갈 것인가의 고등교육 전체가 달려있다. 돈이 문제가 아닌 것이다.

채효정 팩트체커는 서양고대정치사상을 전공한 정치학자다.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에서 강사로 강의하다 해고됐다. 현재 전국대학강사노동조합 조합원이며 2018 강사제도개선협의회 위원이다. 책 <대학은 누구의 것인가>를 썼다. <오늘의 교육> 편집위원이며 1999년 설립되어 2016년 해산한 대학교육개혁 운동 단체인 ‘학벌없는사회’에서 사무국장, 운영위원으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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