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태풍, 수도권만 비껴가면 '휴~'하는 언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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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태풍, 수도권만 비껴가면 '휴~'하는 언론들
  • 선정수 팩트체커
  • 승인 2020.09.07 14: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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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에 피해 집중된다는 뉴스에도 '안도'하는 한국언론의 수도권 중심주의

 그 어느 때보다 사람들의 마음이 불편한 시기이다. '있는 사람들'을 빼면 모두가 힘든 마당에 코로나19까지 덮쳐 모두의 마음이 날카로워졌다. 태풍도 연이어 한반도를 강타해 더욱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헤럴드경제는 6일 '태풍진로 기상청 발표, 촉새 언론보도에 동해안 주민들 분통'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일부 언론들이 태풍의 상륙지점 등 이동경로를 보도하면서 상식 이하의 행태를 보인다는 내용이 골자다.

왜 동해안 주민들과 헤럴드경제가 화가 났을까? 뉴스톱이 짚어봤다.  

 

◈내륙 상륙 안해 안도?

10호 태풍 '하이선'의 예상 경로. 출처:기상청
10호 태풍 '하이선'의 예상 경로. 출처:기상청

 

보도는 기성 언론들의 태풍 관련 보도 행태를 지적하고 있다. 부정적 사례로 꼽은 기사들은 <초강력 태풍 하이선 동쪽으로... 한반도 '휴~'>(서울경제), <하이선' 동해안 스쳐 지나갈 듯>(매일경제 등), <'하이선' 우리나라 관통 피할 듯>(헤럴드경제 등), <하늘이 도울까, 하이선 동쪽으로 경로 틀어>(세계일보) 등이다. 기사는 "태풍 내습 때마다 비뚤어진 언론의 보도행태가 재연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사실 보도의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시시각각 변하는 태풍의 예상진로를 기상청이 발표하면 그 내용을 받아쓴 보도다. 당초 한반도를 남북으로 관통할 것으로 예상됐던 태풍 '하이선'의 상륙예상 지점이 점점 동쪽으로 옮겨졌고, 6일에는 내륙에 상륙하지 않고 동해안을 따라 북상하는 것으로 예보됐다.

이에 일부 언론들은 제목을 통해 안도감을 표시했다. '휴~', '하늘이 도울까' 등은 태풍이 내륙을 관통하지 않는다는 예측에 대한 반응이다. 하지만 이런 표현은 '수도권 중심주의'에 빠져있는 기성 언론의 한계를 여실히 나타낸다.

 

◈비수도권은 대한민국 아닌가?

'한반도 휴~'라는 제목을 단 서울경제의 기사를 살펴보자. 이 기사에는 기상청 관계자를 인용해 “동쪽으로 진로가 옮겨져도 우리나라에 접근할 때 강도가 매우 강 또는 강한 단계에 이르러 전국이 영향권에 들고, 특히 태풍의 중심과 가까운 동쪽지방은 더 큰 영향을 받으니 철저한 사전 대비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전국이 영향권에 들고, 동쪽지방은 큰 피해를 입을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내용이다. 그런데도 기사 제목은 <초강력 태풍 하이선 동쪽으로... 한반도 '휴~'>라고 뽑았다. 물론 내륙을 관통하는 것보다는 피해 총량이 적을지는 모르겠지만 피해를 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당사자들에겐 매우 불쾌할만한 표현이다. 

동해 스쳐가는건 동해관통해서간단소린데... 뭐가다행인가요 서울수도권만 관통안하면 다행인건가요 나도 수도권살지만 이런기사나올때마다 화가나요 대한민국은서울수도권이 전부인가봐요(nam4****)

서울 피하면 다행인가보네 어이없는 기사네,기사제목 수정해주세요 위험반원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한반도에 속한 지역아닌가요? 그 사람들도 한반도에 거주하는 사람입니다 제목 수정해주세요(hye8****)

<헤럴드경제 보도가 인용한 네티즌 댓글>

 

◈제목이든 본문이든 생각 좀 하고 쓰자

왜 이런 보도가 나올까? 나만 아니면 된다는 편협함 때문이다. 지역언론들은 애초 특정 지역의 주민들을 주요 독자·시청자로 상정하고 제작하기 때문에 자기 지역 중심으로 보도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요즘은 인터넷을 통해 전국적으로 보도가 전해지기 때문에 타 지역의 독자·시청자를 고려한 보도 제작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

애초에 전국을 대상으로 제작·보도하는 전국지들은 말할 것도 없다. 아무리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거주한다고 해도 수도권 지역을 비껴간 불행이 비수도권 지역에 닥쳤을 때 '안도'하고 즐거워할 수는 없는 것이다.

아무렇게나 기사를 쓰고 눈길 끄는 방향으로 제목을 달아 조회수를 높인들 그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광고단가야 올라갈지 모르겠지만 해당 매체와 언론 전체의 신뢰도만 낮아질 뿐이다. 크게 보고 깊게 생각하는 언론의 자세가 요구된다.

선정수   sun@newstof.com    최근글보기
2003년 국민일보 입사후 여러 부서에서 일했다.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 장애인먼저실천운동본부 ' 이달의 좋은 기사상', 서울 언론인클럽 '서울언론인상' 등을 수상했다. 야생동물을 사랑해 생물분류기사 국가자격증도 획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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