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비에 젖은 천마스크 버려야 한다는 연합뉴스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0.09.09 12:4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해외 지침 오역 가능성과 그리고 검증하지 않는 언론들

연합뉴스는 9일 "천 마스크, 비에 젖었으면 다시 쓰지 말고 버리세요"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프랑스 국립의학아카데미의 발표를 인용한 보도이다. 코로나19 재확산을 맞아 프랑스 국민들에게 마스크를 잘 쓰고 다니라는 의학계의 권고를 번역 보도한 내용이다. 비에 젖은 마스크는 왜 버리라는 것인지 궁금증이 생긴다.

 

출처: 연합뉴스 홈페이지
출처: 연합뉴스 홈페이지

 

뉴스톱이 팩트체크했다.

팩트체크 하기 전에 알려야 할 것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 방역당국은 천마스크보다는 KF 등급을 받은 '의약외품' 표시가 있는 마스크를 사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지난 3월 '마스크대란' 당시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마스크 품귀현상이 발생하자 방역 당국은 "공산품 천 마스크도 사용가능하다"고 권고했다. 하지만 이는 특수 상황에 한시적으로 적용된 지침일 뿐이다. 마스크 공급이 원활하고 지역사회 전파 위험이 높은 현재는 KF 등급을 받은 '의약외품' 표시가 있는 마스크를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게 방역 당국의 입장이다.

 

연합뉴스 보도의 전체적 맥락은 이렇다. 실내외를 막론하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는 마스크를 일상적으로 착용해야 한다. 수술용 마스크는 의료진과 환자들에게 양보하고 빨아서 여러번 쓸 수 있는 천 마스크를 사용하라는 내용이다. 그러면서 올바른 천 마스크 사용법을 알려준다.

우리나라로 치면 KF등급을 받은 방역용 또는 수술용 덴탈 마스크 공급이 원활하지 않고, 일반 시민들은 마스크 착용에 거부감을 갖는 프랑스의 상황에서 나온 프랑스 의학계의 권고이다. 

①비에 젖으면 천마스크 버려야 하나 - 오역 가능성 짙음

연합뉴스 보도를 살펴보자. 기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착용하는 천 마스크가 물에 젖었을 때는 버려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라고 첫줄을 시작한다. 일반적으로 기사에서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첫줄에 나온다. 제목도 '젖은 마스크 버리세요'라고 뽑았다.

원문을 찾아봤다. 

출처:프랑스 국립의학아카데미
출처:프랑스 국립의학아카데미

 

ils doivent être changés lorsqu’ils deviennent humides et ne jamais être portés plus d'une journée ;

→ they should be changed when they get wet and never be worn for more than a day ;

연합뉴스는 이 문장을 근거로 "버려야 한다"고 썼다. 하지만 '비' 또는 '물'에 관한 내용도, '버리라'는 말도 없다. 뉴스톱이 프랑스어 전공자에게 의뢰한 번역은 이렇다. "축축해지면 교체해야하며, 하루가 넘도록 착용하지 않아야 합니다."

천마스크를 쓰고 다니다가 축축해지면 다른 마스크로 교체해야 하고, 천마스크의 착용기간은 하루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 권고를 충실히 따르는 프랑스인이라면 천마스크를 여러장 가지고 다니면서 축축해지면 마스크를 교체하고, 교체당한 마스크는 잘 보관했다가 세탁해서 다시 쓸 것이다. 쓰고 다니던 천 마스크가 축축해지지 않더라도 하루 이상은 사용하지 않고 빨래해서 쓸 것이다.

마스크를 쓰고 다니다보면 숨을 내뿜을 때 마스크 안에 습기가 차는 경우가 많다. 바깥 날씨가 추울수록 마스크 안쪽에 습기가 많이 차고, 안면부와 마스크의 밀착도가 높을수록 습기가 많이 찬다. 비에 젖든 물에 젖든 습기가 차든 마스크가 축축해지면 세균 번식의 우려가 있으므로 교체를 권고하는 것이다.

  

②빨아써도 된다는데 젖으면 버려라? 

기사는 천 마스크 세탁법도 언급하고 있다. "천 마스크 세탁은 속옷을 빨 때와 마찬가지로 세제를 넣고 손세탁을 하거나, 세탁기에 넣어 돌리면 된다. 이때 물 온도를 60도에 맞출 필요는 없다"고 전한다. 이어 "마스크 품질이 유지된다면 최소 10번, 최대 50번은 세탁해서 다시 사용할 수 있다"고 적었다.

최대 50번까지 세탁해서 다시 사용할 수 있다고 하는데 왜 비에 맞으면 버려야 한다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비를 맞아서 천 마스크가 젖으면 빨래를 해도 제거할 수 없는 초강력 바이러스가 생겨나기라도 하는 것일까? 기사는 이런 자기 모순을 내포하고 있는데도 별다른 검증을 하지 않았다. 

 

③주요 언론의 베끼기 보도

출처 : 포털사이트 다음 캡처
출처 : 포털사이트 다음 캡처

 

연합뉴스가 이 기사를 오전 7시45분에 송고한 이후 다른 언론들의 추종 보도가 잇따랐다. 헤럴드경제는 오전 8시8분, 매일경제는 8시18분, MBN은 9시48분에 각각 기사를 내보냈다. 연합뉴스 보도와 같은 내용이다. 자체 확인 같은 건 하지 않았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