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전국민 무료 독감예방접종은 가능한가?

지금 생산 시작해도 1월에나 나온다

  • 기사입력 2020.09.11 12:29
  • 최종수정 2020.09.11 14:47
  • 기자명 선정수 기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1일 통신비 2만원 지급에 대해 “1조원 가까운 돈을 큰 의미 없이 쓰는 것 같다”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4차 추경안) 심사 과정에서 이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많은 국민이 그렇게 쓸 돈이면 독감 예방접종을 무료로 하자는 제안을 한다”며 “그런 방향으로 예결위 심사 과정에서 조정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국민 무료 독감예방 접종은 가능할까? 뉴스톱이 팩트체크했다. 

출처: 질병관리본부
출처: 질병관리본부

 

여야정 가리지 않은 전국민 무료 독감예방 주장

전국민 독감예방 접종은 야당에서만 나온 이야기는 아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6월 국회 예결특위 전체회의에서"만성·기저질환자를 대상으로 독감 백신 예방접종을 지원하는 예산을 배정할 계획이 있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재정 여력만 있으면 전국민을 대상으로 예방접종을 하면 가장 바람직할 것”이라면서 “나이 기준이 부적절하면 나이가 아닌 취약계층 대상으로 예방접종을 진행하는 것을 검토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트윈데믹' 우려 때문

매년 가을~겨울철은 독감이 유행하는 계절이다. 건조한 공기는 바이러스의 활성을 높이고 추운 날씨에 사람들이 실내 생활을 많이 하다보면 전파 우려가 커진다. 때문에 정부는 영유아, 임신부, 고령층 등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무료 예방접종을 실시해 감염 우려를 낮추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가 유행 중이라 방역 당국의 긴장도가 더 높다. 독감과 코로나19는 초기 증상 만으로는 쉽게 구별할 수 없기 때문에 독감이 유행한다면 일선 의료진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호흡기 증상을 나타내는 환자가 급증하게 되면 진단, 격리 등의 업무도 연이어 급증한다. 코로나19 대응에도 한계 상황에 이른 의료체계에 부담이 가중되는 것이다.

때문에 독감 환자가 급증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코로나19 대응에 중요한 이슈로 떠오른 것이고 유력한 해법으로 '전국민 예방 접종'이 제시된 것이다.

출처:질병관리본부
출처:질병관리본부

 

예산 늘려도 2천만명 접종 불가...지금 생산 돌입해도 1월에나 추가 물량

방역당국은 매년 3월 정도에 그해의 독감 유행 패턴과 수요량 등을 예측해 독감 백신 출하량을 결정한다. 올해는 2950만명 분량으로 정해졌다. 겨울철 코로나19 유행을 예상한 방역당국이 평년보다 500만~600만명 분량을 더 늘려잡은 결과이다.

이 가운데 영·유아, 청소년, 고령층 등 무료접종 대상자는 1900만명에 이른다. 무료 접종 대상자가 아닌 일반 성인은 자가부담으로 예방주사를 맞아야 한다. 지난 8월 기준 우리나라 인구는 5183만명이다. 2233만명은 돈을 주고도 독감 예방 접종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예산을 투입해 백신을 더 생산하면 되지 않냐고 하겠지만 간단치 않은 문제다. 식약처 관계자는 뉴스톱과 통화에서 "이미 결정된 백신 출하량을 늘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백신의 생산기간이 5~6개월 정도로 길기 때문에 지금 당장 추가 생산에 돌입한다고 하더라도 내년 1월에나 접종 가능한 물량이 확보된다. 그렇게 된다해도 독감 유행시기가 지나기 때문에 의미가 없어진다. 통상 독감예방 접종은 12월까지 마감된다. 예방 접종후 항체 형성까지 시일이 걸리기 때문이다. 1월에 확보된 물량으로 접종을 시작해봤자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게다가 매년 유행하는 바이러스 유형이 달라지므로 그해 생산된 물량은 다음해 예방 접종에는 사용할 수 없다. 재고 물량은 고스란히 폐기된다. 일부 백신 제조사들은 코로나19 백신 제조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어 독감 백신에만 매달릴 수도 없는 형편이다. 

그럼 수입을 해오면 되지 않겠냐고 물을 수 있겠다. 하지만 이것도 불가능하다. 세계 각국의 백신 수급 체계가 비슷하기 때문에 이미 세계적으로 생산량이 정해져 있는 상태다. 물량이 남는 나라가 없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는 독감 백신 수요의 절반 정도를 수입산으로 충당하고 있는 상황인데 해외 백신 제조사들이 우리나라로 향하는 수출 물량을 줄이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한다. 다행히 보건 당국이 강력히 계약 이행을 촉구해 물량이 줄어드는 일은 없었다고 한다.


'트윈데믹'의 우려를 줄이기 위해 '전국민 무료 백신 예방 접종'을 추진하는 정치권의 충정은 높이 살만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확보된 백신은 전국민에게 접종할 수 있을만큼 충분치 않다. 독감 백신은 생산 기간이 길어 당장 추가 생산에 돌입하더라도 겨울철 유행기 이전에 접종하기는 불가능하다. 전 세계적으로 백신 공급 시스템이 유사하기 때문에 수입량을 늘리는 것도 불가능하다.

'돈 줄게 백신 다오'라는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방역 당국은 이번 겨울 코로나19 대유행에 대비해 예년보다 독감 백신 생산 계획을 500만~600만명분 늘려놓은 상태다. 방역 당국은 '고위험군'부터 먼저 접종하는 것이 상책이라는 입장이다. 독감은 '타미플루'라는 효과적인 치료제가 이미 개발돼 있기 때문에 적절한 대응이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정치권에서 나오는 "전국민 무료 백신 접종을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은 실현 불가능하다. '마스크 대란'처럼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가 취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 '고위험군부터 접종을 실시하고 건강한 사람들은 양보한다' 정도이다. 독감 예방 주사를 맞지 않은 사람들은 개인 위생을 철저히 지키고, 건강한 삶을 유지해 감염 가능성을 회피하는 게 가장 현명한 대응법으로 판단된다.  

선정수   sun@newstof.com    최근글보기
2003년 국민일보 입사후 여러 부서에서 일했다.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 장애인먼저실천운동본부 ' 이달의 좋은 기사상', 서울 언론인클럽 '서울언론인상' 등을 수상했다. 야생동물을 사랑해 생물분류기사 국가자격증도 획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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