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 '보이콧' 확산… 영화 <뮬란> 논란 총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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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 '보이콧' 확산… 영화 <뮬란> 논란 총정리
  • 이나라 팩트체커
  • 승인 2020.09.18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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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장기화로 개봉이 늦춰졌던 영화 <뮬란>이 어제(17일) 한국 영화관에서 첫 개봉했다. ‘fairy sister’이라는 별명을 가진 중국의 톱배우 ‘유역비’의 출연과 2억 달러(약 2,350억 원)에 육박하는 제작비가 들어간 사실이 알려지며, <뮬란>은 제작이 확정된 순간부터 전 세계적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개봉 전부터 여러 논란이 일며 보이콧 움직임이 퍼지고 있다. <뮬란>을 둘러싼 논란들을 <뉴스톱>이 정리해봤다.

 


논란 ①. “홍콩은 부끄러운 줄 알아라”, 출연 배우들의 발언

홍콩에서 ‘범죄인 인도법 반대 시위’가 한창이던 지난해, <뮬란>에서 주인공 ‘뮬란’ 역을 맡은 ‘유역비’가 홍콩 민주화 시위를 비난하는 내용의 SNS 글을 올려 논란이 일었다. 유역비는 작년 8월,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홍콩 경찰을 지지한다. 날 공격해도 좋다. 홍콩은 부끄러운 줄 알아라.”라는 내용이 담긴 게시글을 업로드했다. <뮬란>에 함께 출연하는 배우 ‘견자단’ 역시 지난 7월 1일 홍콩의 중국 반환 23주년을 축하한다는 글을 올려 비난을 받기도 했다.

홍콩의 범죄인 인도법 반대 시위는 2019년 3월 31부터 범죄인 인도법에 반대해 홍콩 시민들이 전개한 시위다. 이후 중국의 정치적 간섭에서 벗어나려는 민주화 운동으로까지 성격이 확대되며, 6월 시위에는 700만 명의 인구 중 100만 명이 넘게 참가해 전 세계적인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Joshua Wong 黃之鋒 트위터 갈무리
Joshua Wong 黃之鋒 트위터 갈무리

6500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한 SNS에, 중국 정부에 대한 지지를 넘어서 홍콩을 향한 원색적 비난을 한 유역비에 대한 화살은 영화 <뮬란>의 보이콧으로까지 이어졌다. 홍콩의 민주화 운동 주역으로 널리 알려진 ‘조슈아 웡’은 자신의 트위터에 “홍콩인들은 ‘Cop Backer(경찰 옹호자)'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내용과 함께 ‘#BoycottMulan’ 해시태그를 덧붙였다.

이후 홍콩에서는 진정한 뮬란은 홍콩 민주화 시위에 앞장선 활동가 ‘아그네스 초우’라는 ‘#realmulan’ 운동이 이어지기도 했다. 대만과 태국에서도 이러한 보이콧 움직임이 퍼지며 ‘밀크티 동맹(#milkteaalliance)’도 전개됐다. ‘밀크티 동맹’은 홍콩과 대만, 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反) 중국 운동’을 가리키며, 세 국가 모두 밀크티가 유명해서 이러한 이름이 붙었다. 

논란 ②. Thanks to ‘위구르족 탄압 단체’?

디즈니는 지난 4일, 자사 OTT 서비스인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뮬란>을 공개했다. 그런데 영화가 끝난 후 엔딩 크레딧에 ‘China Special Thanks’라는 글자와 함께 투루판 공안국 등 신장 위구르 자치구 8개 정부 기관 이름이 올랐다. 촬영 장소를 제공한 데에 대한 감사 인사를 전한 것이었다.

Axios 기자 Bethany Allen-Ebrahimian의 트위터 갈무리
Axios 기자 Bethany Allen-Ebrahimian의 트위터 갈무리

문제는 이들이 위구르족 탄압과 관련된 단체들이라는 것이다. 신장 위구르 자치구는 중국 내 소수 민족인 위구르족이 거주하는 중국의 자치구로, 중국이 이들을 교화하고 탄압하기 위해 대규모로 구금하고 있는 장소로 알려져 있다. 이곳에서는 강제 노역, 강제 불임수술, 문화유산 파괴 등 인권 유린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에 대해 미국 의회가 디즈니를 향한 압박에 나섰다. 지난 12일 미국 공화·민주당 의원들은 밥 샤펙 디즈니 CEO에게 “뮬란 제작과정에서 중국 신장 지역의 안보 및 선전 당국과의 연관성이 있었는지 설명하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미르코 루비오 의원은 “<뮬란>의 일부를 중국 당국과 협력해 촬영한 것은 대량학살 가해자들에게 암묵적 정당성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해당 논란이 거세지자 중국은 현지 주요 언론사에 <뮬란>에 대한 보도 금지 지침을 내렸다.

논란 ③. 각색이 아닌 창작 수준?

애니메이션이 실사화되는 과정에서 창작 수준의 각색이 있었다는 점도 논란 중 하나였다. 원작에서 뮬란을 지키는 수호신인 용 캐릭터 ‘무슈’가 제외됐고, 남자 주인공이었던 ‘리샹’ 역시 실사화 영화에서는 등장하지 않는다. 제작진은 ‘무슈’를 등장시키지 않은 이유에 대해 “판타지적 요소를 빼기 위함”이라고 밝혔으나, 원작에 없던 악역으로 ‘매로 변신하는 마녀’를 새로 등장시켰다는 점에서 모순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리샹’을 제외한 이유에 대해서는 “’미투 운동’ 이후, 여성인 뮬란이 남성 상관과 애인이 된다는 것을 문제로 봤다”고 밝혔다.

아버지를 대신해 전쟁터에 나가 온갖 노력 끝에 영웅으로 성장하는 원작과 달리, 실사화 영화에서 뮬란은 태어날 때부터 재능을 갖고 태어난 무술 천재다. 여성이 가진 한계를 극복하는 주인공의 성장 스토리를 기대한 이들에게 이 점 역시 필요 이상의 각색이었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가장 핵심 요소인 ‘뮤지컬 노래’도 실사화 영화에서는 제외됐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특징은 사건마다 이어지는 뮤지컬 장면들이다. 영화에 삽입된 OST들이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알라딘>, <미녀와 야수> 등 실사화 과정에서도 뮤지컬 장면에 공을 많이 들였던 디즈니가 <뮬란>에서는 ‘뮤지컬 영화’라는 원작 설정을 과감히 버린 채 무협 영화로의 각색에 치중한 것이다. 디즈니만의 색을 버렸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논란 ④. 고증 오류와 오리엔탈리즘의 덫

서양에서 동양을 재현해 내려는 시도는 언제나 ‘고증 오류’와 ‘오리엔탈리즘’이라는 두 가지 벽에 부딪힌다. 오리엔탈리즘은 ‘서양의 동양에 대한 왜곡된 인식과 태도’를 의미하는데, 서양에서 다루는 동양의 모습은 매번 역사적 장치나 민족적 정체성 등을 섬세하게 복원해내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뮬란> 역시 이러한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영화에서 뮬란은 남자만이 가질 수 있었던 기(氣)를 타고난 유일한 여성이라는 설정을 가진다. 그러나 동양 사상에서 기(氣)는 만물, 또는 우주를 구성하는 기본 요소다. 특정 인물들만 가질 수 있는 게 아니라 모든 이들에게 내재한 것인데, 이를 남자만이 가질 수 있는 것으로 설정한 디즈니의 해석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뮬란 공식 티저 영상 갈무리
뮬란 공식 티저 영상 갈무리

이 외에도 복장이나 화장, 궁중 예절 등이 그 시대 중국의 풍경과는 큰 차이를 보였다는 지적이 관객들 사이에서 잇따랐다. 원작 애니메이션에서도 비판을 받았던 고증 오류와 지나친 오리엔탈리즘이 2020년 실사화된 영화에서도 반복됐다는 것은 동양 문화를 바라보는 디즈니의 감수성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아쉬움을 남긴다.

 

논란 ⑤. 영화 한 편 보는데 ‘40,000원’?

2018년 개봉을 목표로 제작에 들어갔던 <뮬란>은 그러나 주인공 캐스팅 난항,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 등의 문제로 개봉 일정이 계속해서 연기됐다. 결국, 디즈니는 미국 현지에서의 영화관 상영을 포기하고 자사의 OTT 서비스인 ‘디즈니 플러스’에 <뮬란>을 공개하는 것으로 결정을 내렸다.

디즈니 플러스
디즈니 플러스

문제는 ‘디즈니 플러스’에서 영화를 보기 위해 29.99달러(약 3만 5,000원)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 극장 평균 티켓 값인 9.16달러(2018년 기준)에 비해 3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여기에 ‘디즈니 플러스’의 월 구독료인 6.99달러(약 8,200원)까지 합치면 4만 원이 넘는 금액이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디즈니 측은 ‘뮬란의 거대 제작비와 마케팅비’를 이유로 들며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일회성 조치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뮬란>의 제작비는 2억 달러 이상으로 알려졌으며, 이는 여성 영화감독 영화와 역대 디즈니 실사 영화 중 가장 높은 비용이었다. 디즈니 측은 ‘디즈니 플러스’가 제공되지 않는 지역에서는 영화관 개봉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아직 ‘디즈니 플러스’ 개시가 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는 영화관 개봉이 가능하게 됐다.


 

이러한 논란 속에서 <뮬란>은 개봉 첫 주 600만 달러(약 70억 원)의 해외 이익을 거뒀다. 2019년 개봉한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개봉 첫 주 월드와이드 성적이 14억 8,100만 달러(약 1조 7,200억 원), 역시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했던 <알라딘>이 2억 1,000만 달러(약 2,400억 원)였던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극장가의 위축과 지속된 논란의 결과로 보인다.

국내 개봉일이었던 어제 하루 <뮬란>은 국내 박스오피스 1위와 관객 수 3.1만 명이라는 성적을 냈다. 과연 <뮬란>은 논란을 딛고 한국에서는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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