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 성별 확인 위해 아내 배 가른 인도 남성, 사실일까?

  • 기자명 이나라 기자
  • 기사승인 2020.09.22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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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서 한 남성이 태아의 성별을 확인하기 위해 아내의 배를 갈랐다'는 끔찍한 뉴스가 관심을 모았다. 현재 네이버 뉴스 세계 홈의 헤드라인 뉴스에는 <아내 배를 낫으로 ‘확인하겠다’…印 남성>이라는 제목으로 각 언론사에서 낸 여러 개의 기사가 올라와 있다. 요약하자면, 아들을 기대하던 인도의 한 남성이 6번째 아이를 임신한 아내의 배를 낫으로 갈랐다는 것이다. 

네이버 뉴스 화면 갈무리
네이버 뉴스 화면 갈무리

시작은 서울신문의 <[여기는 인도] 아들 원한 남편, 태아 성별 확인하려 임신한 아내 배를…>이라는 제목의 기사였다. 이후 통신사인 뉴시스에서 <'딸만 다섯' 印 남성, 태아 성별 확인하려 임신 아내 배갈라…태아 사산>이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내자, 조선일보, 한겨레, 국민일보 등 다른 언론사에서도 잇따라 같은 내용의 기사들이 쏟아졌다. 자극적인 내용인 만큼 확산 속도도 빨랐고, 통신사의 기사화가 있은 지 몇 시간 만에 네이버 뉴스 헤드라인에 올랐다. 과연 인도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일까. 기사화된 내용은 전부 사실이 맞을까. <뉴스톱>이 팩트체크 했다.



뉴시스는 ‘영국 BBC 방송’의 보도를 참고해,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에서 딸만 다섯을 둔 한 남성이 임신한 아내의 아기 성별을 확인하겠다며 낫으로 아내의 배를 갈라 태아를 사산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남성은 아들도 하나 낳았었지만 잃은 후 아내에게 아들을 낳아야 한다고 압력을 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며 “그는 고의로 태아를 사산시키려 하지 않았다며 ‘사고였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BBC 기사 갈무리
BBC 기사 갈무리

뉴시스가 참고한 것으로 보이는 BBC의 <India: Baby dies after man 'cuts pregnant wife's belly'> 기사를 확인해봤다. 기사는 “The woman's family has alleged that the man attacked her because he wanted to check the baby's gender.”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해석하자면 “태아의 성별을 확인하기 위해 남자가 아내를 공격했다”는 것은 아내의 가족 측 주장이라는 뜻이다. 기사에 따르면 남편은 “아내를 다치게 한 것은 고의가 아니라 사고”라고 주장했다. 낫을 던지긴 했지만 심하게 다칠 줄 몰랐다는 것이다. 즉, 남자가 아내와의 다툼 끝에 아내를 다치게 했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뱃속 아이의 성별을 확인하려는 의도였다는 것은 현재까지 주장에 불과하다. 

현지 매체인 타임스 오브 인디아와 뉴욕 데일리뉴스 등에 따르면, 남성은 그 마을의 성직자(priest)로부터 아내가 임신한 아이가 여자라는 말을 들었다. 이후 술에 취한 남성은 아내에게 낙태를 요구했지만, 거절당하자 낫으로 아내의 배를 공격했다. 단순히 성별을 확인하기 위해 아내를 공격했다기 보다, 의도적으로 태아를 낙태시키기 위한 행동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미 남성에게는 아들이 있었지만, 잃은 후 아내에게 아들을 낳으라고 압박했다는 내용은 사실일까. BBC 보도에서는 해당 남성이 범행 이후 “I have five daughters, one of my sons is dead. I know that children are the gift of God. Now whatever is to happen, will happen.” 라고 말했다는 내용이 있긴 하다. 하지만 현지 언론인 힌두스탄 타임스의 <After attack by husband, UP woman loses unborn child> 기사를 살펴보면, “The doctors in Delhi were able to save her, but the attack led to the death of the child. The doctors told us that it was a male child.”라는 설명이 등장한다. 해당 사건으로 사망한 태아의 성별이 남자였다는 말이다. 문맥 상 남성의 해당 발언은 이미 있었던 아들에 대한 설명이 아닌, 이번 일로 사망한 아들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게 자연스럽다.

아내의 가족 측에 의하면 남성은 이전에도 종종 딸을 다섯 명이나 낳았다는 이유로 아내를 폭행했다고 한다. 아내의 부모님까지 여러 번 개입했을 정도였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인도에서는 여성이 결혼할 때 남편 측에 지참금을 내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 딸을 선호하지 않는다. 반면 남성은 재산을 상속하고 가문을 계승하는 존재로 여겨진다. 이러한 문화가 만들어낸 남아선호사상이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BBC와 인도 현지매체들의 보도를 종합하면, 이번에 발생한 이 끔찍한 사건의 원인이 태아의 성별과 관련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성별을 확인하기 위해 낫으로 아내의 배를 갈랐다는 보도는 사실보다 주장에 가까우며, 필요 이상으로 자극적인 상황 설정이다. 원래 아들이 있었다는 내용 역시 사실 확인이 제대로 되지 않은 부분이다. 특히 통신사의 보도는 다른 언론들이 그대로 옮겨 적을 가능성이 크다. 이번 사건처럼 자극적인 경우엔 파급력이 더욱 강하다. 정확한 사실 확인이 전제된 보도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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