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자민련' 전락 위기에 호남구애 들어간 국민의힘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20.09.24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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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호남 민심 사로잡기에 본격적으로 나섰습니다. 국민의힘 국민통합위원회는 23일 국회에서 48명 소속 의원이 참여하는 '호남 동행 국회의원 발대식'을 개최했습니다. 주로 영남에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들이 호남지역 48개 지역구를 제 2지역구로 설정하고 해당 지역의 목소리도 듣는 등 적극적인 지역관리를 통해 호남 민심을 사로잡겠다는 겁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최근 '5·18 민주화운동 무릎사과 등으로 호남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김종인 위원장은 이날 발대식에 참석해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힘 전신 미래통합당은 호남 지역에서 단 1명의 당선자도 배출하지 못했고 후보조차 제대로 내지 못했다. 호남 뿐 아니라 전국민에 실망을 준 것"이라며 "여건이 아무리 열악해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손을 내밀고 다가서는 태도가 중요하다. '호남 동행'을 통해 고질적 지역주의와 지역갈등을 뛰어넘어 국민대통합을 위한 계기가 마련되길 기대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너무 늦었다. 호남에 죄송하다. 지금부터 국민의힘은 제대로 잘 하겠다. 마음을 열어주시고 곁을 내주십시오, 호남과 동행하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호남 제2 지역구 갖기 운동' 벌이는 국민의힘, 이 뉴스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1. 필승공식 깨진 보수의 고육책

19903당 합당으로 출범한 민주자유당 이후 보수정당은 지역주의에 기반한 구도의 우위를 가지고 선거에 임했습니다. 한마디로 호남 포위전략이었습니다. 영남과 호남의 인구비율이 21에서 2.51이기 때문에 수도권에서 반반싸움만 해도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호남을 싹쓸이하고 수도권에서 70% 가량 압승을 해야 1당이 될 수 있는 악조건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구도가 2016년 총선부터 깨지기 시작했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전쟁 경험세대의 물리적 퇴장으로 인해 반공주의가 약화됐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소위 '집 나간 보수'가 여전히 돌아오지 않음으로서 보수정치가 붕괴했기 때문입니다. 2018년 지방선거와 올해 총선 결과를 보면, 호남포위가 아니라 TK 포위로 바뀐 형국입니다. 보수진영에서는 '이러다 TK 자민련이 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민주당의 동진 정책에 비유되는 국민의힘 서진 정책은 산술계산을 해봐도 이유가 나옵니다. 과거에 서울에는 호남출신이 가장 많았습니다민주당은 지속적인 동진정책으로 영남에서 25~30% 정도의 지지율을 얻고 있습니다. 보수야당은 과거에는 호남에서 10% 지지율을 얻었는데 올해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의 전남 득표율은 5.6%, 광주는 4.0%로 더 줄어들었습니다

게다가 서울에는 상대적으로 호남출신의 인구 비중이 높습니다. 산업화에서 소외된 호남지역 주민이 대거 수도권으로 옮겨온 탓입니다. 2013년 조선일보 기사에 따르면 서울시민의 46.5%가 서울출신, 그리고 호남이 15.7%, 영남이 12.7% 충청이 9.9%입니다호남의 투표성향이 호남출신 서울시민에게도 유지된다면  전국 선거에서 국민의힘에겐 승산이 없습니다. 국민의힘의 호남구애는 결국 지역 호남을 넘어 수도권 호남출신 유권자에 대한 구애라고 봐야 합니다. 당장 2022년 대선을 겨냥한 조치입니다. 정운천 국민의힘 국민통합위원장은 호남에서 국민의힘 지지자가 한 명 생긴다면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2~3표가 생기는 셈이다라고 언론인터뷰에서 말했습니다.

 

2. 분열정치에 맞서는 통합정치

국민의힘 컨셉은 단순 호남구애가 아니라 국민통합입니다. 전국정당화를 위해서는 중도보수로의 자리매김이 중요하고 재벌, 보수기득권을 위한 정당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정당이라는 이미지가 필요합니다. 국민통합의 이념을 보여주기 위해 가장 효율적인 이벤트가 바로 호남끌어안기라는 겁니다.

국민의힘은 정부와 민주당의 분열의 정치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정운천 위원장은 92일 문재인 대통령이 페이스북에 의사와 간호사의 대립각을 만든 글을 올린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주장합니다. 이에 맞서 자신들은 통합의 정치를 구사하겠다는 겁니다. 그런데 소위 분열, 갈라치기의 끝판왕은 한나라당으로 대변되는 보수정당이었습니다. 노골적인 호남소외를 통해 이익을 얻어왔는데, 지금에 와서 표를 의식해 태세전환을 하는 것이 얼마나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일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3. 선거법 개정 화두 던지다

정운천 국민의힘 국민통합위원장이 호남인사 비례대표 우선 추천제를 추진하며 석패율제를 언급했습니다. 비례대표 의원에 호남출신을 25% 채우겠다는 겁니다. 다음 총선에서 20번까지를 당선 확정권이라고 본다면, 그중 5명을 호남 인사를 배치하겠다는 내용입니다. 그러면서 호남지역에 출마한 사람이 떨어지더라도 비례의원이 될 수 있도록 석패율제를 국민의힘만이라도 도입하겠다는 주장을 했습니다.

그런데 정의당이 주장했던 석패율제는 양당의 반대로 결국 도입이 무산된 상태입니다. 이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자체적으로 호남에 출마한 사람에게 비례 앞순위를 주는 자체적 석패율제를 추진하겠다고 하는 겁니다. 현행법상으로 이게 가능한지 선관위의 유권 해석을 받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게다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유지된다면 또 위성정당을 만들겠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지난 총선에서 처음 도입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여러 가지 문제를 낳았습니다. 양대 정당이 위성정당을 만들어 사실상 이 제도를 무력화시켰고, 야당은 위성정당과 비례 추천을 놓고 갈등양상을 보였고, 여당은 위성정당을 급조하면서 졸속검증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더불어시민당 출신 중 양정숙, 김홍걸 의원은 부정확한 재산 증식 문제로 제명됐고, 윤미향 의원은 비리 혐의로 기소된 뒤 당원권이 정지된 상태입니다.

현행 선거제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팽배해진 상황에서 정운천 위원장이 석패율제에 대한 운을 띄운 겁니다. 정말 국민의힘이 진정성있게 호남 비례대표 우선 추천제를 추진한다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개정과 석패율제 도입에 대한 논의를 해야합니다. 민주당과 정의당이 어떤 태도로 나올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르면 2022년 대통령 선거에서 선거법 개정이 공약으로 논의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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