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이 화났다… 한국 '불매 운동', 효과 있었을까?

남양유업, 유니클로, 한샘, 교촌치킨, 스타벅스... 확인해보니

  • 기사입력 2020.09.25 17:13
  • 최종수정 2020.09.28 11:39
  • 기자명 이나라 기자

최근 법무부가 집단소송제 및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확대 도입하는 `집단소송법 제정안`과 `상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겠다고 밝혔다. `집단소송제도`는 피해자 중 일부가 제기한 소송으로 모든 피해자가 함께 구제받을 수 있는 소송제도이며,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반사회적인 위법행위에 대하여 실손해 이상의 배상책임을 인정하는 제도다.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발생한 다양한 사회적 참사의 경우, 소비자는 개인의 피해를 개별적으로 배상받기 어려웠다. 실제로 디젤차 배기가스 조작 사건도 집단소송제가 일반화된 미국과 독일에서는 배상이 이뤄졌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배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가해 기업이 제대로 손해를 배상하지 않는 시스템에 대한 분노는 다른 형태로 표출됐다.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해당 기업에 대한 항의나 저항의 뜻을 표시하기 위해 제품을 구매하지 않는 `불매 운동`을 진행한 것이다. 지난해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전국적으로 퍼진 `노노재팬` 운동이 대표적이다. 불매운동은 기업의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강력한 형태의 소비자 운동이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소비자들에 의해 전개된 `불매 운동`은 어떻게 전개되었으며, 어떤 결과를 불러왔을까. <뉴스톱>이 확인해봤다.


① 남양유업

남양유업은 지난 2013년, 일명 ‘대리점 상품 강매 사건’으로 논란을 빚었다. 남양유업이 지역 대리점에 물건을 강매시킨다는 주장과 함께 녹취록이 공개된 것이다. 이후 남양유업은 대국민사과를 했지만, 편의점 가맹점주 연합이 단체 불매운동에 들어가는 등 전국적인 불매운동이 일었다.

이후 남양유업이 여성 직원이 임신하면 비정규직으로 강등시키고, 퇴사를 유도한다는 보도가 나와 불매운동에 불을 지폈다. 이후 남양유업은 720명인 비정규직을 연말까지 전원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분유 제품에서 녹가루가 나왔다는 의혹이 일거나, 과대광고 논란이 지속되는 등의 악재가 이어졌다. 지난해에는 남양 오너의 외손녀인 ‘황하나’ 씨의 마약 투약 의혹에 대해 경찰이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논란도 일었다. 불매운동이 이어지자 남양유업 측은 기업명을 빨대 뒤에 적어 감추거나, 자회사인 ‘건강한 사람들’을 만들어 ‘남양’이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않는 식의 편법으로 더 큰 질타를 받았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제품 바코드를 스캔하면 남양 제품인지 알려주는 사이트인 ‘남양유없’이 유행하기도 했다.

8년째 이어지고 있는 불매운동은 어떤 결과를 일으켰을까. 지난 3월 공개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남양유업의 작년 영업이익은 4억 1735만 원으로, 2018년 영업이익인 85억 원과 비교해 전년 동기보다 95.1%나 감소했다. 갑질 사태 이전인 2012년 영업이익이 637억 2918만 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무려 633억 원가량 감소한 것이다. 신생아 수의 감소로 인한 유업계 시장 전체의 위기라는 주장도 있지만, 경쟁사인 매일유업과의 격차가 수년째 벌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불매운동의 여파라고 보는 시각이 타당해 보인다. 실제로 매일유업은 지난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69% 늘어난 영업이익 853억 원을 기록했다. 2016년에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남양유업을 제치고 매출 기준 업계 1위에 올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② 유니클로

일본 정부는 지난 2019년 7월 4일, 일제 강제징용에 대한 우리 대법원의 판결을 문제 삼아 반도체·디스플레이 등의 생산에 필수적인 3개 품목의 한국 수출규제를 강화하는 조치를 시행했다. 이에 항의해 우리 국민들은 자발적으로 ‘일본 상품 불매운동’을 진행했다. 유니클로는 그중에서도 주요 대상이 된 기업이었다. 유니클로의 오카자키 타케시 CFO가 "(한국의 불매운동이) 장기간 이어지진 않을 것이며 결정적으로 유니클로 실적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발언을 통해 한국인들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논란이 커지자 유니클로 측은 "당시 전하고자 했던 바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변함없이 좋은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뿐이며, 그러한 노력을 묵묵히 계속해 나가겠다는 취지였다"며 "부족한 표현으로 진심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많은 분께 불편을 끼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수습했다. 그러나 지난 10월 유니클로가 광고에서 사용한 “80년도 더 된 일을 기억하냐고?”라는 한글 자막이 위안부 피해자들을 모독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며, 다시금 불매운동에 불을 지폈다. 

그 결과 한국에서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30% 이상 감소한 9749억 원을 기록했다. 2015년 이후 ‘매출 1조 클럽’에 꾸준히 이름을 올렸던 유니클로는 5년 만에 자격을 박탈당했다. 영업손실도 19억 원으로 적자 전환돼, 2018년 186개였던 매장 수는 올해 6월 기준 174개로 줄어들었다.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휩싸였던 유니클로 부산 범일점이 개점을 앞두고 있지만, 시민단체들이 나서 역사 왜곡을 규탄하고 사죄 배상을 촉구하기 위한 기자회견과 1인 시위를 진행할 예정이라 전망이 밝지 않다.

③ 한샘

국내 1위 인테리어 사업체인 한샘 역시 불매운동의 대상이 됐다. 2017년 10월, 한샘의 여성 신입사원이 사내에서 불법촬영, 성폭행, 강간미수 등의 성범죄를 당했다고 주장하면서부터다. 피해자가 올린 글에 따르면, 피해자는 회식 자리에서 남성 사원의 화장실 불법촬영을 목격했다. 이어 사건의 경찰 조사 등을 도와주던 교육 담당자로부터 두 번의 강간과 폭행을 당했으며, 인사팀장도 성폭행을 시도하려다 미수에 그쳤다. 이후 교육 담당자는 1심 재판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아 법적 구속 됐고, 인사팀장은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사건이 불거진 이후 한샘의 매출은 급격히 감소했다. 2018년 매출액은 전년 대비 6.4% 줄어든 1조 8479억 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 역시 전년 대비 48.2% 줄어 839억 원이었다. 2017년, 47년 만에 2조 625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던 것과 대비되는 풍경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여파로 이른바 ‘집콕족’이 증가하자 한샘은 국면 전환의 기회를 맞았다. 홈퍼니싱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올해 1분기 한샘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3% 증가한 4926억 원이었다.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7.6% 감소한 171억을 기록했지만, 2분기에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5.9%, 172.3% 증가한 5172억 원, 230억 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6.81%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던 2017년에 비하면 아직은 갈 길이 멀지만, 2018년 2.9%였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3.29%, 올해 3.47%로 점차 회복하는 중이다.

④ 교촌치킨

치킨 업계 부동의 1위 교촌치킨 역시 이른바 ‘갑질 사건’으로 불매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창업주의 6촌 동생인 권 모 상무가 지속적으로 직원들에게 폭행을 일삼았다는 사실이 공개된 것이다. 특히 지난 2015년 대구 수성구에 있는 교촌치킨의 한식 레스토랑 ‘담김쌈’ 주방에서 권 상무가 여성 직원의 머리를 때리는 등 폭행한 CCTV 영상이 공개돼 파문이 일었다. 이후 교촌치킨 측은 권 상무를 퇴사시키는 등 징계를 내렸지만, 1년 만에 복직시키며 ‘보여주기 식’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또한, 해당 사건을 조사했던 인사 담당자를 보직과 관련 없는 곳으로 발령해 퇴사시키는 등 보복 조치를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불매운동이 벌어졌다.

그러나 업계 1위의 독주를 막지는 못했다. 지난해 교촌치킨은 가맹점 한 곳당 하루 평균 약 110마리의 치킨을 판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 1150개의 매장 중 하루에 100마리 이상의 치킨을 파는 매장은 662곳으로 54%였고, 이 중 84개 매장의 경우는 200마리 이상의 치킨이 판매됐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거래에 등록한 치킨 프랜차이즈 중 가맹점당 매출액도 교촌치킨이 가장 높다. 매장당 연 매출액은 2018년 기준 약 6억 1827만 원이며, 이는 2014년 4억1946만 원 대비 4년 만에 47% 이상 성장한 수치다.

⑤ 스타벅스

지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미국 NBC 해설자 조슈아 쿠퍼 라모가 일본의 한국 식민 지배를 옹호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빚어졌다. 그는 개회식 해설 도중 일본 선수단이 경기장에 입장하자, “일본은 1910년부터 45년까지 한국을 식민 지배했지만 모든 한국인은 발전 과정에서 일본이 매우 중요한 문화·기술·경제적 모델이 되었다고 말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논란 이후 라모는 SNS를 통해 사과의 뜻을 밝혔지만, 그가 스타벅스의 이사인 것이 밝혀지면서 불매운동이 시작됐다.

그러나 스타벅스 역시 불매운동의 여파를 피했다. 지난해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매출액 1조 8695억 6000만 원, 영업이익 6702억 5000만 원, 당기순이익 4843억 원을 기록하며 외식분야 전체 최고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매출액 22.8%, 영업이익 22.6%, 당기순이익 18.6% 성장한 결과다. 최근에는 썸머 프리퀀시 이벤트 상품이었던 ‘써머 레디백’이 개장 전부터 줄을 서야 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한때 중고 사이트에서 ‘써머 레디백’의 가격은 10만 원 까지도 올랐다.


 

소비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다. ‘가성비’를 쫓던 소비자들은 이제 ‘미닝아웃(Meaning out)’ 소비를 지향한다. '미닝아웃'은 자신의 신념을 소비 행위를 통해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소비자 운동을 지칭하는 말이다. 옷이나 가방 등에 메시지가 담긴 문구나 문양을 넣은 ‘슬로건 패션(slogan fashion)’ 제품을 구매하거나, 환경보호를 위해 텀블러나 에코백을 사용하는 등의 소비 행동들이 여기에 포함된다.

불매운동 역시 이러한 '미닝아웃' 소비의 일종이다. 사회적 참사를 일으켰거나, 도덕적인 결함이 있는 기업의 제품을 소비자들이 원치 않는 시대다. 집단소송제 및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확대가 기업의 악의적인 위법행위 유인 자체를 제거할 수는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 스스로 올바른 이윤추구를 하려는 자세다. 더 이상 '불매운동'이 필요 없는 소비활동을 위한 기업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사수정 2020-09-28 11:37] 기사 본문 중 "한샘 측의 사건 은폐 정황" 관련 내용은 "회사와는 관련 없는 개인적인 일이었을 뿐"이라는 한샘 회사 측의 해명이 있어 이를 반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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