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팩트체크] 중국이 경남 양산에 바이러스 연구소 세운다?

전 국토에 대형마트 금지 법안?

  • 기사입력 2020.09.28 01:31
  • 최종수정 2020.09.28 01:38
  • 기자명 송영훈 기자
일부 보수단체가 추진 중인 개천절 차량 집회와 관련해 “차량 집회를 제한하는 나라는 없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또 ‘중국이 경남 양산에 바이러스 연구소를 세워 한국에 바이러스를 유출하려 한다’는 루머가 돌고 있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언론에 보도된 팩트체크 관련 주요 뉴스를 소개해 드립니다.

 

1. ‘차량 집회’ 제한하는 나라 없다?

일부 보수단체들이 추진 중인 이른바 ‘드라이브 스루’ 개천절 집회를 두고, "차량 집회까지 막는 나라는 없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민경욱 전 의원은 SNS에 “드라이브 스루를 막는 독재국가는 없다”고 올렸고, 김진태 전 의원은 “이것도 금지하면 코미디”라고 거들었습니다. MBC에서 팩트체크했습니다.

MBC 방송화면 갈무리
MBC 방송화면 갈무리

최근 세계 전기차 1위 기업 테슬라가 신기술을 공개한 행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에서 주주들이 전기차에 탄 채 진행됐습니다.

이런 차량 집회는 허가가 필요한데, 2백대까지는 최소 14일 전에, 4백대까지는 최소 4주 전에 신청해야 합니다. 4백대 이상은 아예 못 모입니다. 모이더라도 실외주차장에서만 가능하고 안전관리요원도 배치해야하는 등 까다로운 조건이 붙습니다. 이날 테슬라 행사엔 240대가 모였습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벌링턴은 훨씬 엄격해 기본적으로 5대까지만 가능합니다. 위반시에는 처벌이 따르기도 합니다. 지난 4월 외출금지명령이 내려졌던 호주 멜버른에서는 경찰이 차량 시위 참가자를 체포하고 벌금을 물렸습니다.

유럽에선 더 심한 조치도 있었습니다. 외출금지와 영업정지, 이른바 봉쇄령, 락다운인데, 외출금지이기 때문에 집회는 엄두도 못냅니다. 영국은 현재 언제, 어디서든 6명을 초과하는 모임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즉, 차량 집회를 막는 국가는 없다는 말은 허위입니다.

현재 서울 전역에서는 10명 이상의 집회가, 광화문 광장 지역인 종로구와 중구는 집회 자체가 금지돼있는데, 일부 보수단체들은 차량 집회는 문제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집회의 자유라는 기본권과 공중보건이라는 공공의 안전이 부딪히는 문제라 이번에도 법원의 판단을 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2. “WHO, 독감 백신 상온서 4주까지 안전” 확인해보니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WHO는 독감 백신이 사백신(병원체를 비활성화시킨 백신)이기 때문에 상온에 노출됐을 때 25도에서 2주간, 37도에선 하루 정도가 안전한 기간이라고 보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문제가 된 독감백신 상온 노출 문제에 대해 “상온에 노출된 시간이 한 시간 이내, 실질적으로는 10분 정도 될 것으로 본다”며 이같이 주장했습니다. 백신 상당량이 상온에 노출됐지만 딱히 문제 될 것은 없다는 말로 풀이됩니다. KBS에서 확인했습니다.

우선 보건당국이 밝힌 자료는 WHO의 공식보고나 지침이 아닙니다. 백신 관련 비영리단체인 PATH가 2012년 허가된 백신 제품의 안정성 데이터를 요약해 내놓은 일람(summary)입니다.

WHO 홈페이지에 연결된 외부사이트 PATH의 ‘백신리소스 라이브러리(VRL)’에 실린 내용인데, 전 세계 백신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수록해 누구나 살펴볼 수 있게 만든 사이트입니다. WHO와 PATH가 오랫동안 협력해온 관계이긴 하지만 위 내용을 WHO가 공식 보고한 것은 아닙니다.

보건당국이 주목한 부분은 16종의 계절성 독감 사백신 중 25도에서 2~4주간, 37도에서 24시간 동안 물리적 변화가 없거나 유통기한에 영향을 미치지 않은 4개 제품에 대한 데이터입니다.

이번에 문제가 된 백신이 계절성 독감 백신이고 모두 사백신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 중 두 개가 올해 국내에 유통되는 수입 독감백신 2종과 같습니다. 올해 유통되는 독감백신은 국내산 10종과 수입산 2종입니다.

하지만 제품마다 안정성과 효능에 차이가 있는 상황에서 보건당국이 내열성이 좋은 일부 제품에 대한 데이터만 논거로 삼았다는 점에서 주장의 신빙성에 논란이 제기될 소지가 있습니다.

WHO는 가급적 논란의 소지가 없는 공인된 정보를 공식 지침으로 공유하는데, 위 자료는 백신 제품의 내열성을 다룬 여러 연구결과 중 하나일 뿐입니다.

또한 백신의 열 민감도를 조사한 자료들을 보면 대개 열에 취약한 걸로 나옵니다. WHO와 PATH 연구를 토대로 2014년 작성된 발표자료를 보면 조사 대상 28개 백신중 독감 사백신의 민감도가 세 번째로 높았습니다.

또, 2006년 WHO가 연구한 바에 따르면 백신 보관에 최적화된 온도 ‘콜드체인’인 2~8도에선 독감 사백신이 1년까지 안정적이라고 봤지만, 그 이상 온도에서는 안정성을 보장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WHO는 본문에서 “백신이 고온에 노출되면 효능 저하가 초래할 수 있다.”면서 “모든 백신은 일상적으로 권장하는 온도에서 보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WHO와 CDC(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뿐 아니라 우리 보건당국도 백신의 ‘콜드체인’(생산부터 소비까지 저온 유통을 유지하는 것)을 강조해왔습니다.

전문가들은 독감 백신이 권장 온도를 벗어난 환경에 노출될 경우 백신의 효능이 떨어져 이른바 ‘물백신’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합니다. 열에 노출됐다고 해서 백신이 변질돼 부작용 위험성을 높이거나 인체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치는 건 아니라는 설명입니다.

실제로 지난 2017년 세계백신학회지에 실린 연구결과를 보면 15분만 콜드체인 밖 온도에 노출돼도 백신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보고됐습니다. 연구진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상온에 노출됐던 백신 476건의 보고서를 분석해 이런 결론을 내렸습니다. 독감 백신의 경우 예방접종을 받은 환자에게서 부작용이 나타난 건 아니고 그 효능이 크게 떨어져 사실상 백신의 기능을 못 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상온에 노출된 백신에 대해 최대 2주가 걸리는 품질 검사에 들어갔습니다. 정부는 검사 결과를 보고 해당 백신을 그대로 사용할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문제가 없을 경우 사용할 수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3. 경남 양산에 중국이 바이러스 연구소 세운다?

경남 양산에 중국이 바이러스 연구소를 세운다는 주장이 퍼지고 있습니다. “우한 바이러스 제2연구소를 건립하기로 한국과 중국이 밀약을 맺었다”, 또 “양산시를 제2의 우한으로 만드는 거다”는 주장입니다. 근거라며 제시한 것은 ‘한중일 바이러스 연구센터, 양산 부산대병원 유휴부지에’라는 제목의 부산일보 기사입니다. 중국 측이 먼저 제안을 해서 양산 지역구 김두관 의원이 중재했다고 나와 있습니다. JTBC에서 팩트체크 했습니다.

JTBC 방송화면 갈무리
JTBC 방송화면 갈무리

지난달 26일에 서울에서 열린 2020 북방경제포럼이라는 행사에서, 중국 공산당 산하 해외 사업 관련 교류를 맡은 중화해외연의회의 뤄유젠 상무가 서면 축사에서 이렇게 한중일 공동으로 종합적인 바이러스 예방체계 및 관련 센터 건립 등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행사를 주최한 북방경제인연합회 측은 여러 분야 가운데 아이디어 차원의 원론적인 제안으로 나온 것이라면서 서면 MOU나 구체적 계획이 나온 게 없다고 밝혔습니다. 양산시도 이 계획이나 해당 행사 또 의원실 활동에 대해서 내용을 전혀 모르고 관여한 바 없다는 입장입니다.

바이러스 연구소 전체가 무조건 위험한 것도 아닙니다. 중국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 같은 아주 높은 등급의 생물안전 4등급 시설은 국내에서도 질병관리청 산하에 1곳 있습니다. 흔히 알려진 바이러스 연구소라고 하면 그보다 안전기준이 한 단계 더 낮은 3등급입니다. 국내에는 건국대, 고려대, 서울대 등 총 73곳에 있습니다. 이런 3, 4등급 연구소를 세우려면 감염병예방법에 따라서 질병관리청이 허가를 내줘야 하고 3년마다 정기점검을 받아 안전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허가를 취소합니다.

설령 제안이 구체화 된다해도 민간단체나 정치인이 일방적으로 설립할 수 없고 만약 중국 측이 돈을 댄다고 해도 마음대로 할 수는 없습니다. 기사에 언급된 김두관 의원 측도 “구체화된 게 없어서 기다리는 중이다, 단 아무 통제 없이 감염병 연구소를 만드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습니다.

 

4. 전통시장 반경 20㎞내 대형마트 금지 법안?

전통시장 보호를 위해 대형마트의 입점을 금지하는 ‘전통상업보존구역’을 전통시장 반경 20㎞까지 확대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돼 논란입니다.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7월 1일 발의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각 지자체가 조례로 정하는 전통상업보존구역을 전통시장의 경계로부터 20㎞ 이내의 범위에서 정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기존 기준거리인 ‘1㎞’를 20배 늘린 것으로, 면적으로 따지면 보존구역이 최대 400배 증가합니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전통상업보존구역 내에는 대형마트가 입점할 수 없는데, 개정안에 따르면 각 전통시장 주위 최대 1천256㎢에 해당하는 면적에 대형마트가 들어설 수 없어 ‘과잉입법’이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연합뉴스에서 확인했습니다.

개정안대로 전통시장 주위 20㎞ 규정을 최대한 활용해 보존구역을 지정하면 사실상 전국 어느 곳에도 대형마트가 새로 들어설 수 없게 됩니다. 2018년 기준 국내 전통시장은 총 1천437개로, 이를 기준으로 한 보존구역 총면적을 최대치로 상정하면 180만4천872㎢에 이릅니다.

법안에 따라 보존구역을 최대한 설정할 경우 총 211개의 전통시장이 존재하는 서울만 따져도 서울시내 뿐 아니라 인근 수도권 지자체까지 보존구역이 됩니다. 서울 최북단 전통시장인 도봉시장을 기준으로 하면 경기도 양주시 은현면 용암리까지 대형마트가 입점할 수 없게 됩니다.

지방도 마찬가지입니다. 전통시장 수가 3곳에 불과한 전남 곡성군의 경우 관내 중심에 위치한 기차마을전통시장을 기준으로 최대치로 보존구역을 설정할 경우 보존구역이 곡성군 전체 관할지역 면적보다 넓게 됩니다.

하지만 거의 전 국토가 보존구역으로 지정되는 상황은 단지 이론적으로만 가능합니다. 개정안은 보존구역을 정하는 기준인 전통시장과의 거리를 무조건 20㎞로 하도록 한 것이 아니라, 각 지자체가 20㎞ 이내에서 자유롭게 조례로 정하도록 규정했기 때문입니다.

개정안 ‘13조의 3’조는 “각 지자체장은 전통시장 등의 경계로부터 20㎞ 이내의 범위에서 해당 지자체의 조례로 정하는 지역을 ‘전통상업보존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김정호 의원실 관계자는 “기존에는 각 지자체가 1㎞ 이내에서만 보존구역을 지정할 수 있도록 해 전통시장 보호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많아 20㎞로 늘린 것”이라며 “최대 20㎞까지 지정할 수 있다는 의미지 무조건 20㎞로 지정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기존에 입점한 대형마트도 보존구역 안에 있다면 폐업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는 사실이 아닙니다. 법안에 개정 내용을 소급 적용하도록 한 조항을 따로 두지 않았기 때문에 법시행 후에 입점하려는 대형마트에만 효력이 발생합니다.

다만 법이 그대로 통과될 경우 지자체장이 전통시장 권익 보호에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면 현재보다 훨씬 넓은 구역을 보존구역으로 설정할 수 있게 되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송영훈   sinthegod@newstof.com  최근글보기
프로듀서로 시작해 다양한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활동해 왔다. <시민을 위한 팩트체크 안내서>, <올바른 저널리즘 실천을 위한 언론인 안내서> 등의 공동필자였고, <고교독서평설> 필자로 참여하고 있다. KBS라디오, CBS라디오, TBS라디오 등의 팩트체크 코너에 출연했으며, 현재는 <열린라디오 YTN> 미디어비평 코너에 정기적으로 출연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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