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민주당 2중대' 탈피...'진보선거연대'도 끝난다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20.09.28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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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발표된 정의당 당대표 선거 결과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결선 투표를 실시하게 됐습니다. 4명의 후보 중 김종철 후보가 득표율 29.8%1, 배진교 후보가 27.7%2위를 기록해 결선에 진출했습니다. 총 선거권자 26851명 중 13733명이 투표해 투표율은 51.2%였습니다. 당 지도부를 구성할 부대표 5인과 '당내당'인 청년정의당 창당준비위원장은 선출이 됐습니다.

결선 온라인투표는 105~8일에 실시되고 최종 결과는 9일 금요일에 발표가 됩니다. 결선투표까지 간 정의당 당대표 선거, 이 뉴스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정의당 홈페이지 캡처.
정의당 홈페이지 캡처.

 

1. 춘추전국시대의 재현

이번 정의당 당대표 선거 결과는 4명 후보가 모두 20%대 득표를 기록했습니다. 1위 김종철 29.8%, 2위 배진교 27.7%, 3위 박창진 후보 21.9%, 4위 김종민 후보는 20.7%1위와 4위 차이가 9%포인트 차이밖에 나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박빙이었단 얘기입니다.

이번 선거에서 박창진 후보를 제외하고 세 명의 후보가 엇비슷한 정치색과 정치경력을 보여줬기 때문에 당내 계파 지원이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인천의 노동운동가 출신 배진교 후보는 온건 NL로 분류되는 인천연합 지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고, 김종철 후보는 과거 평등파로 분류되었던 운동권 진영의 지지를 , 김종민 후보는 당내 서울조직인 함께서울의 지원을, 박창진 후보는 과거 국민참여당 기반 정파인 참여계의 지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달 발표된 혁신안에 따르면 정의당은 부대표단을 확대해 현재 대표 1인 중심 체제에서 집단지도체제로 재편하기로 했습니다. 또 선명성을 강조하는 진보정당보다 노동, 생태 등 다양한 아젠다로 외연을 넓히는 대중정당으로 방향성을 정했습니다. 하지만 혁신안이 나오자 당내 구성원들이 노선과 지도체제를 놓고 강하게 반발하는 등 잡음이 이어졌습니다. 최근에는 대전시당위원장 선거에 나선 후보가 급진 페미니즘과 결별을 해야 한다며 당 노선을 비판하는 등 내홍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선거 결과가 이렇게 비슷하게 나왔다는 것은 각 정파의 영향력이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균등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전까지는 당내 계파간 이견과 잡음이 있더라도 노회찬, 심상정이라는 두 스타 정치인이 강력한 리더십을 보이며 당을 결속시켜왔습니다. 하지만 차기 당대표는 그런 리더십을 보여줄지 미지수입니다. 춘추전국시대처럼 당내 계파가 각자의 목소리를 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2. 확실해진 2중대 탈피

민주당과의 연합에 우호적인 참여계의 지원을 받은 박창진 후보는 민주당과의 차별화에 조심스러운 입장이었지만 나머지 3후보는 민주당 2중대에서 탈피해야 한다’ ‘진보정당만의 색깔을 보여줘야 한다는 공약을 이번 선거에 내세웠습니다. 김종철, 배진교 후보 중 누가 되더라도 소위 2중대에서 탈피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피할 수 없습니다.

이미 민주당과의 차별화는 시작된 상황입니다. 지난 24일 당 대표 퇴임 기자회견에서 심상정 대표는 매년 2,400명씩 죽어가는 산재 노동자들을 위한 나라, 604명 이스타항공 해고자들을 위한 나라, 폭등하는 집값 앞에서 집 걱정 하고 주거불안 시달리는 시민을 위한 나라는 없다. 국민이 정부에게 가장 기대했던 것이 내 삶을 바꾸는 나라였는데 국민의 삶이 더 나빠지고 있다는 것을 유념하길 바란다며 문재인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선거제도 개편과 관련해서도 지난 20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과의 개혁 공조는 불행한 기억밖에 없다며 민주당의 위성정당 꼼수를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북한의 공무원 사살 사건과 관련해, 북한의 통지문을 접수한 이후 민주당이 대북규탄 결의안에 머뭇거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심상정 대표는 대북규탄 결의안을 채택할 것을 강하게 촉구했고 북한의 공동조사 태도를 보고 유엔 제소도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차기 당대표 체제에서도 이런 차별화 기조는 더욱 강해질 것이고 민주당에 대한 비판 수위도 올라갈 것으로 보입니다.

 

3. 진보선거연대의 종언

그동안 각종 선거에서 위력이 검증되었던 진보선거연대가 이번 총선에서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선거제도 개편 과정에서 양당이 감정이 상할대로 상했고, 여론의 우위에 선 민주당이 굳이 정의당과의 연대를 필요로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정의당을 제외하고도 더불어시민당과 더불어민주당이 177석을 차지하는 압도적인 승리를 결과를 맞이하게 됐습니다. 정의당이 차별화에 나선 것도 더 이상 민주당이 국회에서 정의당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내년 4월 보궐선거입니다.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로 판이 커지면서 각 당이 사활을 걸고 선거에 임할 태세입니다. 문제는 각종 악재로 인해 민주당의 인기가 반년전만큼 좋지 않다는 겁니다. 특히 서울시장의 경우 적은 표차로 승부가 갈릴 가능성이 있는데, 이럴 경우 단일화 여부가 승패에 큰 영향을 끼칩니다.

심 대표는 앞서 퇴임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이 야당 대표일 당시 당규도 아니고 당헌에 귀책 사유가 있으면 자당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명시했다. 스스로 정한 당헌을 지키는 게 책임정치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지난 20일에 열린 2차토론회에서 김종철 후보는 민주당은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한다. 만약 민주당이 후보를 낸다면 정의당은 반 국민의힘, 비민주, 진보진영 선거 대연합을 정의당 주도로 치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배진교 후보는 “2020년 총선을 끝으로 민주당과의 연합은 끝났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지난 23일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를 늦지 않게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민주당이 후보를 낸다면, 최소 3파전으로 선거가 치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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