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여성 선호 한국남성" 이해찬 발언 정말 잘못됐나

  • 기자명 이광수
  • 기사승인 2018.12.10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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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3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베트남 경제부총리와의 접견 자리에서 한국 남자들이 결혼 상대로 베트남 여성을 선호한다고 발언하였다. 다음 날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그리고 정의당이 일제히 비판 논평을 내고 책임 있는 사과를 요구했다. 뿐만 아니라 페이스북에서는 상당수의 진보 진영 혹은 여성의 인권 옹호 쪽에 서있는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이해찬 대표의 발언을 비판했다. 이러한 비판은 정당한지, 정당하지 않다면 왜 이런 비판이 나오게 되었는지에 대해 팩트체크 차원에서 이 글을 쓴다. 우선 베트남 부총리와 면담하는 자리에서 있었던 대화 내용을 동영상에 나온 것을 그대로 녹취하여 살펴보도록 한다.

 

이해찬 "베트남 여성 선호" 발언에 야4당 일제히 비난 성명

베트남 부총리는, 많은 베트남 여성이 한국인과 결혼했으니 양국이 특별한 관계(당 공식 동영상 9분37초부터)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해찬 대표는 한국 사람들은 베트남 쌀국수를 아주 좋아한다면서, “한국에 있는 남자하고 결혼하는 베트남 여성들이 아주 많은데, 다른 나라 여성들보다도 베트남 여성들을 제일 선호하는 편입니다.”라고 했다(당 공식 동영상 21분 42초부터). 이에 대해 한국당, 바른비래당, 평화민주당, 정의당이 일제히 비난하고 나섰는데, 그 논평의 핵심은 이해찬은 여성을 상품화 했고, 이는 다문화 가정에 대한 모욕이고, 여성 비하라는 것이다.

일차 팩트체크 차원에서 한국인 남성이 베트남 여성을 이 한국인 남성과 가장 선호하는가에 대한 사실은, 맞다. 2017년 국가통계포털에 게시된 바에 따르면 다음과 같다.

외국인 아내 국적은 베트남(36.1%), 중국(26.1%), 태국(6.8%) 순
외국인 남편 국적은 중국(25.5%), 미국(23.3%), 베트남(9.8%) 순

 

따라서 1차적으로 이해찬 대표의 말은 맞는 말이다. 그러면 이제 본격적으로 그가 말한 말 안에 베트남 여성을 상품화 한다거나 이주민 인권이나 다문화 가정에 대한 무시의 뜻이 있는가에 대한 체크를 해보자. 이렇게 해석할 수 있는 근거는 이해찬 대표가 사용한 ‘선호’라는 어휘에 있다. 다들 아다시피 국립국어원에서 정의한 ‘선호’란 ‘여럿 가운데서 특별히 가려서 좋아함’이다. 그런데 그 비판자들은 한국 사람들이 베트남 여성을 선호한다는 것이 좋아한다는 뜻 안에 ‘상품 고르듯 한다.’는 뜻을 추가해버리는 오류를 범한다. 이해찬 대표의 선호한다는 말은 그가 말했듯이 한국 남성이 여러 나라 여성들과 결혼하는데 그 가운데 베트남 여성을 더 좋아한다는 말밖에 없다. 문맥이든 맥락이든 다른 뜻을 더 집어 낳고 말 것이 없는 즉 해석의 여지가 없는 분명한 말이다. 더군다나 그가 먼저 꺼낸 것도 아니고 당사자인 베트남 부총리가 먼저 꺼낸 말을 그대로 받아서 한국 남성들도 귀국의 여성들을 아주 좋아한다는 말일 뿐이다. 그 말 사이 어디에서 그가 그 여성들을 상품 취급한다는 것인가? 

어떤 이는 그렇게 말하지 말고, 이렇게 말해야 한다고도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정폭력이 심각하고 매매혼 경향도 사라지지 않고 있어 저희 정부가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라고. 좋은 말이다. 그러나 그런 말을 하는 것 다르고 이런 말 하는 것 다르다. 이해찬씨가 하고 싶은 말은 단지, 우리 남성이 당신네 여성을 더 좋아한다는 말이다. 이 말을 하고 싶은데 왜 이 말이 틀리지도 않는 상황에서 왜 일부 사람은 지레 짐작으로 의미를 확대 과장 해석하여 다른 말로 했어야 한다고 말을 하는가.

2000년대 한국의 베트남 유학생들이 베트남 여성을 상품화하고 인종차별적 내용을 담은 광고를 내보내는 국제결혼중개업체를 비난하는 시위를 벌이는 장면. 출처: Korea Times

문제는 그 비판자들이 – 보수 야3당 정치인들이 하는 하나의 정치 행위로서의 비난에 대해서는 딱히 언급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그러나 정의당은 좀 다르다고 본다 – 왜 그 ‘선호’에 대해 그렇게 자기만의 감정을 이입시켰을까 하는 점이다. 이는 베트남 여성의 한국인 남성과의 결혼의 현재 상황에 대해 모르기 때문이다. 9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국제 결혼은 초창기에는 매매혼이라 할 수 있는, 즉 여성을 상품화 하여 결혼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때 일부 한국인의 추악한 모습은 TV를 비롯한 언론에 대서특필 되었고 그 가운데는 한국인 남성 측에서 ‘우리는 돈을 주고 여자를 사왔는데, 이혼하자고 하니 돈 되돌려주라’는 등의 발언이 일파만파로 퍼져나갔다. 이 돈을 주고 여성을 사오는 형태는 크게 봐서 두 가지로 나뉠 수 있다. 하나는 결혼중개업자에게 돈을 주고 여성을 소개받아 오는 것이다. 그 돈은 중간 브로커에게 가는 것이니 엄밀하게 말하자면 남성도 여성을 돈 주고 사오는 것이 아니고 여성도 남성에게 돈 받고 팔려오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넓게 보자면 일종의 매매혼이라고도 할 수 있다. 또 한 가지는 결혼 전후로 여성 집이 경제적으로 곤란하다는 것을 알고 자발적으로 신부 친정에 경제적으로 도움을 주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도 일정 부분 브로커의 중개가 끼어 있을 것임은 어렵지 않게 생각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 경우는 인류의 모든 결혼 형태에서 상당히 보편적인 현상이고 게다가 중매 결혼 혹은 국제 결혼을 금지시키지 않는 한 있을 수밖에 없는 사회 현상이다. 그러니 이 가운데 비난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전자다.

90년대 '매매혼' 정부 규제와 자정노력으로 점차 사라져

전자 즉 소위 매매혼이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결혼 중개업자의 난립과 그들의 파렴치한 장사 행위였다. 이 문제에 대해 이주민 운동 단체를 중심으로 한 활동가들이 꾸준히 정부 측에 문제 제기와 개선책을 요구했고, 정부는 국제결혼 중개업을 단순 신고제에서 교육 및 보증보험금이 필요한 등록제로 바꾸었다. 베트남 정부 또한 업체를 철저히 허가제로 운영하고 있고 그 관리는 매우 철저히 진행되고 있다. 초기에는 결혼 중개업체가 난립하였고, 결혼 성사만을 목적으로 한 결혼 알선업체의 횡포가 많았고, 양국의 준비도 부족해 체계가 잡히지 않아 문제가 많이 발생했다. 

그 결과 이주 여성 뿐 아니라 한국인 남성 역시 고통을 많이 받았다. 일부에서 일어난 일을 언론 등에서 맥락 없이 자극적으로 보도함으로써 베트남 여성은 가난하지만 순박하고 불쌍한 이미지로, 한국인 남성은 여성을 상품처럼 돈 주고 사왔다거나 무슨 영화에 나온 것처럼 나이 많은 영감에게 악질 마름이 처녀를 팔아넘긴다거나 일제 헌병이 처녀 끌고 가는 장면 비슷한 이미지로 만들어졌다. 그로 인해 발생된 문제는 한국 사회 전체가 안아야 했고 지금 이 문제 또한 그 아픔의 일부다. 아직도 일부 중개업자가 여성을 상품화 하는 성격이 드러난 광고를 하는 경우가 있다. 인터넷을 통해 그러한 매매를 유도하는 행위가 암암리에 벌어지고 있다. 그에 대해 시민 단체가 정부 측에게 관리 감독해달라고 정부 측에 강력히 요구하고 있고, 최근 여성가족부는 여성을 성상품화 하는 국제결혼중개업 온라인 광고를 일제 점검하여 그들을 퇴출하겠다는 지침을 낸 바 있다. 인터넷을 없애지 않는 한 완전 사라질 수 없는 독버섯 같은 존재들이다. 인터넷 상에서 이런 행위가 있다는 것은 오프라인에서는 그 비판자들이 걱정하는 매매혼이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는 반증이다.

베트남 여성들이 국제결혼을 위한 상담과 지원을 해주는 호치민시 여성연합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출처: VietNam news

한국 정부의 노력도 베트남 여성이 자발적으로 주체적으로 한국에 결혼 이주민으로 들어와 거주하게 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하였다. 결혼 이주를 하고자 하는 베트남 여성은 소정의 한국어와 한국 문화 교육을 받아야 한다. 한국어능력시험(TOPIK)은 1급을 받아야 비자를 받을 수 있고, 주베트남 한국대사관과 협업으로 유엔인권정책센터에서 한국 문화 교육을 입국 전에 했고 이 과정을 이수해야만 비자를 받을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여성가족부 지원으로 이루어진 일이다.

여성을 상품으로 취급하여 골라서 하는 매매혼이 이제 쉽지 않게 된 데에는 이주민 활동가들과 베트남 여성들의 노력도 있어서이기도 하다. 한국에는 베트남 이주민 커뮤니티가 매우 활성화 되어 있고, 베트남 현지에는 결혼에 실패하고 돌아간 소위 귀환 베트남 여성들에 의해 조직된 단체가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의 베트남인 커뮤니티는 모국 출신 여성들이 한국에 정착하면서 잘 적응하도록 정보나 법률 사항을 공유하면서 인권 향상에 큰 역할을 한다. 

베트남인 커뮤니티는 매매혼을 뿌리 뽑고, 한국 사회에 그들이 건강한 시민으로 자리 잡는데 결정적인 도움이 되었다. 또 베트남 소위 귀환 여성 운동가들의 조직은 한국으로 결혼해 가려는 여성에 대해 한국인과 결혼하기 위해 한국 문화나 법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가야 하는지 등을 상담하고 교육한다. 매매혼이 이루어질 여지가 없어지는 것이다. 거기에서는 주로 어떻게 하면 비자를 얻을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교육을 잘 시킬 수 있는지 등에 대해 교육시킨다.

'죄의식'과 '우월의식'에서 비롯된 정의당 논평이 오히려 모욕적

현실이 이러함에도 일부 진보 인사들은 왜 베트남 여성이 상품처럼 고르는 대상으로 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나는 이러한 시각에 다음과 같은 시선이 기초하고 있다고 본다. 우선, 신화를 토대로 역사를 보는 태도다. 언론에 의해서든지, 일부 현상에 의해서든지 간에 한 때 있었던 혹은 지금도 있다면 일부에 지나지 않을 현상이 자신의 뇌리에 강력하게 뿌리내림으로써 변화된 역사의 현상을 냉정하게 바라보지 못하는 시선이다. 이주 초창기에 있었던 매매혼이라고 – 중개업자에게 속았든 그렇지 않았든 간에 – 말 할 수 있던 그 현상에 대해 한국인 특히 일종의 진보적 지식인으로서 그들에게 죄의식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이 갖는 태도다. 

정의당 논평이 다른 야3당보다 훨씬 악의적인 것은 이러한 시각 위에 그들 진보가 서 있어서라고 본다. 정의당 대변인은 베트남 여성이 한국어도 배우지 못한 채 홀로 혼인을 이유로 이국땅인 한국에 덩그러니 떨어지게 된다고까지 했다. 이게 이해찬씨 발언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여부는 차치하고 그 말 자체로 볼 때는 다른 야당보다 훨씬 문제가 있는 논평이다. 현실을 전혀 모르는데다가 시혜를 주려고 안간힘을 다하는 일등 시민으로서의 시선이기 때문이다. 좀 빗나간 우월 의식이라고 할 수 있을지, 과잉된 죄의식이라고 해야 할지 ... 그들이 갖는 그 ‘선호’ 안에 담긴 그 '불편함'은 그 베트남 부총리가 느끼지 않는 것까지 느끼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강요하는 감정이다, 그들이 갖는 다정(多情)이 병(病)이 돼버린 듯, 본의 아니게 그 주체적이고 자발적인 결혼 결정을 ‘상품 고르듯’ 하는 선호의 대상으로 일방적으로 매도함으로써 자신들이 미안해하는 베트남 여성들에게 씻을 수 없는 모욕을 주게 된 것이다.

2017년 11월 11일 문재인 대통령과 쩐 다이 꽝 베트남 국가주석이 베트남 다낭에서 열린 양국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출처:코리아넷

여기에서 우리는 또 다른 문제 하나를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베트남 여성에 대한 매매혼은 현재 많이 통제되고 조절되고 있다지만, 이주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나 여성 운동 하는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의 아픔이라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 비율이 현저하게 떨어져 있지만 여전히 – 이건 베트남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제 결혼 자체가 갖고 있는 한계다. - 눈을 부릅뜨고 촉각을 곤두세우는 문제이다. 얼추 잡아 초기라 할 수 있는 2010년 이전에는 사실상 정부 측에서 매매혼을 장려했고, 그 결과 베트남 여성이나 한국인 남성 모두가 큰 상처를 안고 그 후유증 혹은 여전히 진행되어가고 있는 병을 앓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그 운동가들은 그 거물 정치인이 한 말에 대해 과민한 감정을 표할 수 있다. 

이해찬씨 말 자체는 액면가대로 말하자면 별 문제가 없다지만, 그가 정치인이기 때문에 특히 그가 평소에 인권 의식이나 사려가 부족한 사람이기 때문에 - 비록 운 좋게 이번에는 액면가대로는 문제가 없다지만 – 저 말 안에는 그의 천박한 인권이나 여성 의식이 박혀 있으리라고 보는 것이다. 그 정치인이라 하는 사람들이 말 바꾸기를 즐겨 해서 모든 발언을 거짓말로 바꿔 버리고 해석의 말장난을 즐겨 하니, 운동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저 안에 분명히 ‘여성 상품화’라는 속 심정이 담겨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로서는 좀 억울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가 해야 할 일은 억울함을 토로하는 대신 자신이 평소에 했던 인권이나 여성에 대한 ‘아무 생각 없음’에 대해 반성하는 계기로 삼는 게 나을 것이다.

'시혜적 시선' 거둬들여야 동등한 시민될 수 있어

나는 한국 남성들이 왜 베트남 여성을 더 좋아하는지를 모른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짐작할 뿐이다. 같은 한자와 유교 문화권에 속해 있어서 며느리로서 가족 구성원이 되는데 더 좋겠다 싶었을 수도 있고, 제2세를 고려할 때 비슷하게 생긴 것도 영향을 주었을 수도 있겠다. 또 전쟁을 치르면서 살아남은 그 악착같음과 그 특유의 너그러움에 대한 기대가 있는지도 모른다. 각자의 생각이 있겠지만, 한국인 남성이 베트남 여성을 결혼 상대로 더 좋아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 결혼은 한국 사회의 후진성 여부와 관계없이 그들이 자발적으로 선택해서 이곳으로 결혼해서 들어오는 것이고, 잘 살고, 사랑하고, 일 잘 하고, 싸우고 미워하고, 애 키우면서 참고 그러다가 서로 안 맞아 파탄 나기도 하고 많이 배우고 깨달아 그들 가운데 인권 운동가로도 건강하게 성장한다. 우리가 사는 삶의 여러 측면의 일부와 큰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굳이 다를 게 있다면, 국제 결혼 혹은 국제 중매 결혼이 갖는 근본적 한계로 인한 문제일 뿐, 그것이 상품 고르듯 한 결혼이라 하는 것은 아니다. 이해찬 씨 발언과 관계없이 베트남 결혼 이주민이 돈에 팔려 왔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그리 건강치 못하다.

우리가 그들을 생각한다면 그들 가정이 혹은 나아가 우리 공동체가 그들의 언어를 배우고 그들 아이들에게 엄마 나라의 문화를 배우게 하는 데 힘 써주고 옆에서 격려해주고 지원해주는 일에 힘을 보태야 한다. 결혼 이주 여성의 정체성이 ‘아내와 엄마’만이 아니라 한국 사회에서 더 성장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데 힘을 보태야 한다. 이 모든 일의 출발은 그들을 이등 국민으로, 시혜적 시선으로 보는 것부터 거둬들이는 데 두어야 한다. 그들은 상품 고르듯, 팔려 온 사람들이 아니고 정상적인 과정을 통해 결혼 이주를 해 우리와 함께 하는 우리와 동등한 시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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