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겨울이 온다...공기살균기를 주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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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겨울이 온다...공기살균기를 주목하라
  • 선정수 팩트체커
  • 승인 2020.10.06 13: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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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다가온다. 다수의 기업들이 공기 살균제 판촉에 열을 올리고 있다. 게다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5일(현지시간) 코로나19의 공기전파 가능성을 인정하면서 국내 공기 살균기 또는 공기 소독용 살균제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일제히 상승하기도 했다. 그런데 겨울이 지나면 공기살균기 후폭풍이 다가올지도 모른다. 한국은 아직 가습기살균제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인터넷쇼핑몰 쿠팡에서 코로나 공기살균기를 검색한 결과
인터넷쇼핑몰 쿠팡에서 코로나 공기살균기를 검색한 결과

 

◈왜 문제인가?

CDC는 5일 업데이트를 통해 "환기가 잘 되지 않고 밀폐된 공간에서 노래 또는 운동처럼 거친 호흡을 유발하는 행동을 할 때 6피트(1.82미터) 이상 떨어져 있거나 감염자가 막 거쳐간 곳에서도 감염 전파 사례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WHO와 국내 방역당국이 이미 인정한 내용과 대동 소이하다. 그러나 문제는 공기감염 전파 우려가 시장 참여자들에게 다른 신호로 읽힌다는데 있다. 방역 당국은 대안으로 밀접, 밀집, 밀폐 상황을 피하고 개인 위생을 철저히 하라고 권장하지만 제조업체들은 검증되지 않은 상품을 판매할 기회로 인식한다. 반대로 과도한 공포에 휩싸인 소비자들은 무턱대고 관련제품을 구입해 심리적 위안을 얻으려 한다.

여기에서 괴리가 발생하는 것이다. 바이러스로부터의 안전(또는 심리적 안정감)을 바라는 소비자들이 검증되지 않은 제품을 구매해 사용함으로써 미지의 위험에 노출되는 상황이 충분히 연출될 소지가 있다.

우리 사회는 이미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통해 무고한 많은 생명을 잃었다. 정부에 접수된 가습기 살균제 관련 사망자는 1500명을 훌쩍 넘는다. 학계에선 관련 사망자가 2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추산도 나와있는 상태다. 

 

◈실태

아무 인터넷 쇼핑몰에 들어가서 '코로나 공기살균기'를 검색하면 수백개의 관련 제품이 판매되고 있는 걸 볼수 있다. 개중에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살균 능력을 인증 받았다고 광고하는 제품도 있다. 뉴스톱은 <[팩트체크] 30초만에 코로나 잡는 공기살균제?> 기사를 통해 공기 살균기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공기살균 관련 제품은 소독약을 공기 중에 살포하는 방식과 자외선(UV)을 이용해 공기 중에 떠다니는 미생물을 사멸시키는 방식, 고효율 필터를 사용해 미생물을 걸러내는 방식 등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와 관련해서는 정부가 인증한 공기 살균기 또는 공기 소독약은 전무한 상황이다. 일부 업체들이 코로나19 바이러스 제거 효과를 검증받았다고 주장하고 있기는 하지만 실험실 내의 제한적 조건에서 얻어낸 결과일 뿐이다. 일상 생활에 적용해도 충분히 살균력이 발휘될지, 사람이 있는 실내 공간에서 사용해도 안전한지는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상황이다.  

오히려 WHO와 우리나라 질병관리청, 미국 CDC는 모두 코로나19 관련해 공기소독(공간소독)은 권장하지 않는다. 제한적으로 공기감염 전파 우려를 인정하고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비말 또는 접촉에 의한 전파가 주된 감염 경로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기소독을 목적으로 소독약을 살포할 경우 인체에 미칠 악영향도 우려하고 있다.

 

◈행간

추석 연휴가 끝난 뒤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식당 등 다중이용시설에서 창문 또는 출입구를 열어 환기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사업주 입장에선 문을 열어놓고 장사를 하다간 손님들의 성화를 받을 게 두렵다. 이용자 입장은 밀폐된 공간에서 식사를 하고 머물러도 괜찮을까 하는 우려를 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업체들은 자사 제품을 구입해 설치하면 감염 위험에 대한 고민을 해결할 수 있을 것처럼 광고에 열을 올린다. 하지만 현재 시중에서 판매되는 제품 가운데 실생활 공간에서 효과를 검증한 제품은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도 없다. 

공기 중에 떠다니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모두 제거한다고 해도 감염 우려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내가 앉은 자리에 먼저 앉았던 사람이 감염자였을 수도 있고, 내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웃고 떠들고 침튀기는 사이에 바이러스를 퍼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검증되지 않은 제품을 사용하는 공간에서 이용자들이 방심하게 된다면 더 큰 감염 위험을 불러일으킬 우려도 무시할 수 없다.

 

◈결론

방역 당국의 명확한 지침이 필요하다. 코로나19 살균효과가 있다고 광고하면서 시중에서 판매되는 제품을 수거해 실증한 뒤 결과를 공표하는 것은 어떨까? 정부가 떠맡아야 할 책임이 너무 과중하다면 제품 제조업자가 실제 사용 환경에서 코로나19 살균효과와 인체 유해 여부를 입증해야 할 책임을 부과하는 것은 어떨까?

인체에 해를 끼치지 않고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낮출 수 있다면 적극 권장할 만하다. 하지만 효과도 입증되지 않고 안전성도 검증되지 않았다면 철퇴를 가해야 한다. 소비자들도 무턱대고 광고만 믿고 제품을 사서 쓰기보다는 효과와 안전성이 충분히 입증됐는지를 살펴야 한다. 검증되지 않은 위험에 노출되는 것은 소비자 자신이기 때문이다.

 

◈더 깊이

지난 1월 국내 최초 감염자가 발생한 이후 10개월째인 오늘날까지 마스크와 관련된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정부당국이 자초한 결과다. 공급이 부족할 때는 천마스크를 써도 된다고 했다가 마스크가 남아돌자 KF 인증을 받은 의약외품을 권장한다.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면서 망사마스크, 밸브 달린 마스크는 쓰지 않은 것으로 간주한다고 한다.

이런 혼란의 원인은 방역 당국이 명확한 근거자료를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발병 초기부터 정부가 마스크 종류별 비말 차단 효과에 대한 실험 결과 등을 제시하며 국민을 설득했다면 불필요한 혼란을 크게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를 비롯한 전국의 많은 공공기관이 입구에 '살균 터널'을 설치해 운용하고 있다. '게이트식 전신 살균기' 등의 명칭을 달고 있는데 기본적으로 지나가는 사람에게 소독약을 뿌려 몸에 붙은 바이러스를 제거한다는 원리이다. 하지만 이는 방역당국이 권장하지 않는 방식이다. 그러나 질병관리청과 환경부는 아무런 제재가 없다. 업체는 설치 사례를 홍보하며 '정부기관이 선택한 제품'이라는 식으로 광고한다.

이러니 국민들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방역 당국이 '비인증 살균 소독제(장치)' 사용 실태 점검에 나서야 한다. 

 

선정수   sun@newstof.com    최근글보기
2003년 국민일보 입사후 여러 부서에서 일했다.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 장애인먼저실천운동본부 ' 이달의 좋은 기사상', 서울 언론인클럽 '서울언론인상' 등을 수상했다. 야생동물을 사랑해 생물분류기사 국가자격증도 획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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