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암물질 생리대' 자료 재탕한 의원, 검증없이 보도한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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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암물질 생리대' 자료 재탕한 의원, 검증없이 보도한 언론
  • 이나라 팩트체커
  • 승인 2020.10.07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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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호 의원실 "유통 생리대 97% 발암물질" 자료...국회와 언론의 '공포 마케팅' 팩트체크

최근 시중 생리대 제품의 97.2%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논란이 일었다. 보건복지위원회 이용호 의원이 국감을 앞두고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일회용 생리대 건강영향 조사’ 자료를 분석해 발표한 것이다. 생리대는 제품 특성상 피부에 집적 접촉하는 위생용품인 만큼, 불안을 느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생리대 발암물질 리스트’가 돌기도 했다. 그런데 우리는 2017년, 일명 ‘생리대 파동’으로 불린 생리대 유해물질 논란을 이미 겪었다. 당시 전국적으로 불매운동까지 이어졌던 사건 이후에도 아무런 변화와 개선이 없었다는 것인지, 이번에 논란이 된 유해물질은 2017년과는 또 다른 종류의 것인지, 여러 가지 의문이 남는다. ‘제2의 생리대 파동’이라 불리는 논란들을 <뉴스톱>이 정리해봤다.


 

해당 논란은 연합뉴스가 10월 2일 자 <전체 유통 생리대 97%서 발암류 물질 검출…안전성 우려>라는 제목의 기사로 가장 먼저 보도했다. 기사에 따르면, 이용호 의원실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일회용 생리대 건강영향 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체 조사대상 666개 품목 중 97.2%에 달하는 647개 제품에서 국제보건기구와 국제암센터가 분류한 발암류 물질이 검출됐다. 이 중 1급 발암물질인 벤젠, 트리클로로에틸렌이 검출된 품목이 165개(25%), 유럽 화학물질관리청에서 지정한 생식독성 물질인 스테렌, 클로로포름, 톨루엔, 헥산이 검출된 항목은 639개(95.9%)였다. 특히 해외 직구 제품과 유기농 제품에서까지 발암물질과 생식독성 물질이 검출됐다는 소식은 소비자들에게 더 큰 충격을 안겼다.

이용호 의원 블로그 갈무리
이용호 의원 블로그 갈무리

 

2017년 발표된 자료 재활용한 이용호 의원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이용호 의원실이 문제를 제기한 내용은 2017년 ‘생리대 파동’ 이후 발표된 조사를 재분석한 것이다. ‘2017 생리대 파동’은 여성환경연대가 강원대 김만구 교수 연구팀에 생리대 10종에 대한 유해물질 연구를 의뢰한 결과 대다수 생리대에서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검출된 사건이다. 당시 논란이 커지자 식약처는 시험에 사용된 생리대 제품명을 공개하면서, “인체 유해성을 우려할 수준은 아니며, 시중에 판매되는 생리대는 안전하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고, 발암물질이 검출된 생리대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과 함께 ‘생리컵’과 ‘면생리대’의 구매율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용호 의원은 2017년에 이미 한바탕 논란이 되었던 내용을 왜 다시 꺼내 든 것일까. 이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17년 9월 생리대 위해성 평가 발표 당시 최악의 시나리오에서도 안전하다고 강조한 바 있고, 지난해 12월 생리용품 품질점검 결과 발표에서도 다이옥신류 위해평가 결과 인체에 위해한 수준은 아니라고 발표했지만, 과연 믿고 사용해도 되는지 의문”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미 식약처가 시중 생리대의 안전성에 대해 언급했지만 “수많은 제품 가운데 발암류와 프탈레이트류, 다이옥신류 등 인체에 위해한 성분이 검출되지 않는 제품도 있는 상황에서, 검출량이 소량이기 때문에 안심하라고만 하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이 의원은 이어 “식약처가 생리용품의 안전성을 담보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있었다면, 연도별로 위해성 검사만 할 게 아니라 위해 성분이 검출된 제품별로 추적 조사하고 별도 관리 등을 통해 개선되는 사항을 지속해서 공개했어야 했다”며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라도 향후 식약처는 각종 위해성 성분이 검출된 제품에 대해서는 성분별 함량을 전수 공개하고, 특히 1급 발암물질 등 맹독성 성분이 검출된 제품에 대해서는 강력한 제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식약처의 보다 자세하고 지속적인 대책이 필요했다는 주장이다.

 

기준치 이하인데 '발암물질'이라며 공포 조성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뉴스톱>과의 통화에서 “이 의원이 지적한 부분은 이미 2017년 이후 매년 실시한 전 제품 검사 결과를 통해 공개된 내용”이라며 “생리대에서 유해물질이 나왔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검사 결과 인체에 유해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의원이 제기한 문제가 새로운 내용이 아니며, 위해성에 대한 의심 역시 해소된 바 있다는 것이다. 

식약처 홈페이지 갈무리
식약처 홈페이지 갈무리

위해 성분이 검출되지 않은 제품도 있지 않느냐는 이 의원의 주장에 대해서는 “휘발성 유기 화학물이 검출되지 않은 제품은 있지만, 다른 유해물질까지 포함되지 않았다는 보장은 할 수 없다”며 “유해물질은 소량이라도 반드시 포함될 수밖에 없는 구조지만, 이는 우리가 평소 입는 옷에서도 검출되는 정도의 양이라 인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업체 측에서는 이마저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식약처에서는 매년 대상 성분을 늘려가며 지속해서 검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식약처는 ‘생리대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 저감화 요령 가이드라인’을 도입해 업체 측에 제조 시 참고할 것을 권하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유해물질의 여부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양이 포함되었는가”라며 “60여 종의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은 매년 항목에 포함해 검사를 진행 중이고, 그 외 성분 역시 전문가들의 검토를 거쳐 순차적으로 검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식약처는 올해도 새로운 검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정말 위험한가? 검증없이 그대로 보도한 언론들

이용호 의원실의 '생리대 공포 마케팅'에 언론도 일조했다. 이용호 의원실이 자료를 발표한 뒤 연합뉴스는 <전체 유통 생리대 97%서 발암류 물질 검출…안전성 우려>란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고, 이후 KBS, MBC, SBS 등 지상파와 JTBC, 채널A, TV조선, MBN 등 종합편성채널 방송이 이를 거의 똑같이 보도했다. 국민일보, 동아일보, 세계일보, 동아일보 등 주요 중앙일간지도 이를 그대로 보도했다. 몇몇 신문사만 보도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구글에 '이용호 생리대' 키워드로 검색하면 3560개의 기사가 나왔다.

구글에 '이용호 생리대'로 검색한 결과 3560개의 기사가 나왔다.
구글에 '이용호 생리대'로 검색한 결과 3560개의 기사가 나왔다.

 

보도된 내용을 보면 이 발표가 2017년 자료에 기반했다는 내용이 나오질 않는다. 국민들은 당연히 최근 조사에서 생리대 발암물질이 나온 것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생리대에서 나온 발암물질은 모두 기준치 이하였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대부분의 물질은 약간의 독성을 띄는 것이 일반적이다. 독성이 전혀 없는 물질을 접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말이다. 그래서 기준치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면 보톡스 주사에 들어있는 보틀리눔 독은 70㎏ 몸무게의 성인 기준으로 13~20나노그램(ng) 정도가 치사량이다. 130~200g만 있으면 70억 인구를 절멸시킬 수 있는 무서운 독이다. 특정한 물질을 투여했을 때 대상의 절반이 죽음에 이르게 되는 양을 반수 치사량(LD50)이라고 부른다.  카페인은 10g(10,000mg)을 단기간에 마시면 사망할 수도 있다. 물도 한번에 6.3리터를 마시면 마신 사람의 절반은 사망한다. 그래서 커피도, 설탕도, 소금도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양을 섭취해야 한다고 하는 권고량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 언론들은 기준치 이하라는 점을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고, 이용호 의원의 발표를 식약처에 확인하지 않고 그대로 보도했다. 속보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언론보도로 인해 사람들이 혼란과 공포를 느낄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다면 크로스체크와 팩트체크 이후 보도를 했어야 했다. 

피해는 전후 상황을 인지하지 못한 국민들의 몫이었다. 실제로 SNS상에서는 생리대 발암물질 리스트에 사용하는 생리대가 포함돼 있는지를 확인하라는 글이 퍼지며 불안감을 조성하기도 했다. 이번 사건이 관심과 클릭을 유도하기 위한 ‘공포 마케팅’이라고 비판받는 이유다. 생리대에 대한 국민들의 지속적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식약처의 지속적 감시 및 모니터링, 국회와 언론의 신중한 문제 제기가 모두 필요한 시점이다.


정리하자면 ① 이용호 의원이 제기한 생리대 발암물질 문제는 2017년 논란이 됐던 ‘생리대 파동’과 똑같은 내용이다. ② 97.2%의 생리대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된 것은 사실이지만,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다. ③ 식약처는 매년 유통되고 있는 생리대에 대한 성분조사를 시행하며, 그 결과 역시 공개하고 있다.
 

* 10월 7일 14:30 내용추가 - 기사 발행 후에 이용호 의원실에서 반론을 전해왔습니다. 반론보도 차원에서 아래와 같이 내용을 추가합니다. <뉴스톱>은 기사 수정 및 내용추가에 있어서 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IFCN)의 원칙을 준수하고 있습니다.

이용호 의원실에서 자료를 재탕했다는 기사 제목에 대해, “국감 자료는 대부분 과거 자료를 활용하기 때문에, 이를 재탕이라고 하기 어렵다”라는 입장을 전해왔습니다. 또한, 식약처가 생리대 성분조사 결과를 공개하고 있다는 내용에 대해 “식약처에서 정보를 발표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이용호 의원의 지적에 대해 모든 결과를 공개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 기사: 이나라, 에디팅: 김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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